拈華茶室

너의 잣대로 타인을 재지마라

難勝 2013. 12. 13. 20:02

 

 

 

 

너의 잣대로 타인을 재지마라

 

어느 날 고승에게 비구니가 찾아왔다.

 

그녀는 삶의 가장 근본적인 이치에 대한 가르침을 달라고 졸랐다.

 

이에 고승은 대답대신 비구니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그러자 그녀는 놀라며 외쳤다.

'스님에게 이런 속물근성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고승은 곧장 되받아쳤다.

'비구니여, 속물근성은 그대가 갖고 있네.'

 

 

- 조주선사의 일화에서 -

 

 

감성과 지성과,

그리고 생활의 방식과 사고의 능력이 서로 다른 우리들이 어우러져 세상이 있고,

부딪히고 스치고 인연 아닌 인연을 만들고 호흡하는 이웃들...

 

어느 땐 마음을 다쳐 아파하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헤어나고 싶을 땐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돌아눕고 떠나고...

또 다시 돌아오고...

 

마음 추스릴 사이도 없이 상념과 증오와 불면의 밤에 잠 못 자고 서성일 때,

끓어오르는 분노가 물밀듯 다가와도...

 

너의 잣대로 나를 재지 말라.

 

의식이 눈을 뜨고, 소유와 무소유의 분간이 확연해지고,

이성의 힘으로 너의 길을 가고 있다면,

네 마음은 벌써 한가로운 산책길에서 深眼(심안)을 밝히고 있으리니...

 

死後(사후)엔 가져가지 못할 모두를 놓고 가라.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갖고 있는 잣대로 타인을 재려고 합니다.

순수한 사람에겐 모든 것이 순수하게 보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가장 순수한 것까지 추하게 여겨지는 법입니다.

 

고승이 비구니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린 것은,

삶의 가장 근본적인 이치가 바로 그녀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