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왕은 신하에게 절을 해야...

難勝 2007. 10. 16. 05:15
 

늙은 사자왕이 있었습니다.

너무 늙어서 다리에 힘이 없었습니다.

눈도 침침해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왕이라고 몹시 뽐냈습니다.

잔소리가 심했습니다.

“저런 귀찮은 왕은 없는 편이 낫겠다.”

그래서 늘 젊은 사자들은 뒤에서 수군거렸습니다.


어느 날 그 왕이 신하들을 데리고 산기슭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때 신하들이 말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위험합니다.”

하고 일러주었는데도 잘난 체 하면서 사자왕은 맨 앞에 서서 비실비실 걷고 있었습니다.


길가에 깊은 웅덩이가 있었습니다.

눈이 침침해서 그걸 보지 못했습니다.

아차하는 사이에 왕은 그 웅덩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풍덩!”

신하들이 깜짝 놀라서 웅덩이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몇 길이나 되는 깊은 웅덩이였습니다.

왕은 다친 데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왕은 물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아주 못마땅하다는 듯이 외쳤습니다.

“뭘 꾸물거리느냐. 바보들처럼. 빨리 나를 끌어내지 않고.”

어떻게든 끌어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신하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외면을 해버렸습니다. 아무 대답도 없자 왕은 몸이 달아서 더욱 소리를 질렀습니다.

“안 들리느냐? 들리거든 빨리 해라!”

그러나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점점 더 화를 냈습니다.

“좋다. 아무도 나를 살려주지 않는다면 두고 봐라. 궁에 들어가서 모두 그냥 두지 않겠다.”

“흥!” 한 사자가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자들도 흥! 흥! ……

코웃음을 치면서 왕에게 말했습니다.

“웅덩이가 너무 깊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나올 생각은 마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웅덩이를 들여다보던 얼굴들이 모두 사라지자 그토록 뽐내던 왕도 풀이 죽어서 말했습니다.

“얘들아.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제발 나를 좀 살려다오.” 그러나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서글픈 왕의 목소리만 웅덩이에서 메아리치다 말았습니다.

사방이 고요해졌습니다.


왕은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울음 섞인 소리가 다시 외쳤댔습니다.

“얘들아! 얘들아! 누가 나를 좀 살려다오. 상을 많이 주겠다. 거기 누구 없느냐? 제발 좀 살려다오.”이젠 지쳐서 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았습니다.

힘이 쭉 빠졌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웅덩이로 물이 졸졸 흘러내렸습니다. 왕이 정신을 차리고 위로 쳐다보니까 마침내 폭포처럼 흘러내렸습니다.

“이게 웬일일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웅덩이의 물이 점점 불어서 물이 점점 더 많이 흘러내렸습니다. 왕도 물을 따라 자꾸 위로 떠올랐습니다.

물이 점점 더 많이 흘러내려서 몸이 거의 땅까지 떠올랐습니다.

“옳지. 이젠 살았다!”


왕은 좋아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웅덩이 물이 불어서 위로 떠오른 왕은 겨우 땅에 닿게 되었습니다.

그때 조그마한 여우가 왕의 손을 잡아 끌어주었습니다.

“영차! 잘 됐군요.”

이 여우가 도랑을 파고 개울물을 웅덩이로 끌어들였나 봅니다.

“여우야, 참 고맙다. 내 무슨 상이든지 주겠다.”


늙은 사자왕은 정말 고마워서 여우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밤낮 너희들을 못살게 굴었는데 왜 살려주었느냐?”


“나는 처음부터 보고 있었습니다. 왕께서 소리소리 칠 때, 왜 신하들이 살려주지 않았는지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려운 사정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살려드렸습니다.”


“오냐, 고맙다. 나는 이제 제아무리 힘이 세다고 하여 왕이라고 뽐내면 안 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이렇게 기쁠 수가 없구나. 자 내 무엇으로든지 은혜를 갚아야겠다.”



“은혜는 안 갚아도 됩니다. 그보다도 궁에 돌아가시면 모두들 깜짝 놀랄 것입니다. 그러면 왕께서는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글쎄, 뭐라고 할까?”


사자왕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응. 아무 소리도 안하고 신하들에게 절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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