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염불 공덕으로 고향으로 돌아오다.

難勝 2007. 10. 10. 04:38
 

신라시대 경주 서라벌에는[만장사]라는 절이 있었다.

절 부근 우금리라는 마을에 근근히 끼니를 지탱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불심이 장한 '보게'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다.

일찌기 과부가 되어 아들 장춘 하나만을 유일한 희망 으로 삼고, 한숨과 눈물로써 지내며 고이 키우고 있었다.

봄이면 산나물을 캐서 끼니를 때우고 또한 남의 삯바느질과 김매는 품삯으로 두 목구멍에 풀칠하는 가난한 살림을 지속하였다.

그럭저럭 세월은 흘러 외아들 장춘이도 어느듯 장가보낼 나이가 되었다.

인생은 고해(苦海)라서 근심걱정이 떠날 길 없던 나머지,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지 지독한 가난은 면해야 하겠기에 외아들을 멀리 중국 장사(상인)의 일꾼으로 보내고는, 민장사에 가서 일을 돌보며 항상 관세음보살을 지성으로 불렀다.

'비록 가난하기는 하였으나 우리 모자는 한번도 남의 재물을 훔친 일이 없고,

무턱대고 적은 산 목숨이라고는 죽인 일이 없으니,

부디 부처님께서 도와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게 하여 주시옵서소.'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부처님앞에 빌었다. 불행이도 배가 떠나던 그날 저녁부터 모진 강풍이 불며 폭우가 쏟아져 온 천지가 수라장이 되었다. 바다에 나갔던 배는 한척도 돌아오지 못 하였음은 물론이다.모두가 죽은것으로 여기고 제사를 지내었으나 "보게" 아주머니만은, '죄 업는 내 아들만은 틀림 없이 살아 올 것이다.'

라는 신념을 가지고 남들 처럼 죽었다고 제사지내는 대신 평상시와 같이 일하면서 기도만 하였다.

얼마를 더 지냈어도 바다에 나갔던 모든 배들은 한 척도 돌아온 것은 없었고 배를 탔던 사람 역시 한 사람도 돌아오지 않았다.

장춘이가 탔던 배는 파선되었으나 그는 다행이도 판자에 몸을 기대어 며칠간 표류를 계속하다가 어떤 섬에 다달아 구조되었다.

그 곳은 당 나라 땅이었는데,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힘이 세었으므로 어느 부잣집에 고용이 되어 밭갈이 등 잡역을 하게 되었다.

어느날 점심 후 곤히 잠을 자다가 문득 민장사 절의 부처님이 나타난 꿈을 꾸고는 일어나 기이하게 생각하고 다시금 염불을 드높은 소리로 하면서 일을 계속하였다.

때마침 중국에 왔다가 고국으로 떠나가는 신라의 큰 스님이 그 곳 가까이 지나다가, 밭을 가는 농부가 고국말로 염불하기에 놀랜 나머지 그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장춘이는 지난 모든 과거를 이야기 하였더니 모두가 "관세음보살님을 지극정성으로 섬긴 공덕이라."고 극구 칭찬하면서 함께 집주인을 찾아가 인사를 하게 되었다.

주인도 가상히 여기고 적지 않은 재물과 함께 선물을 주어, 큰 스님과 함께 배를 타고 고국에 돌아와서 다시 어머니를 모시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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