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추석의 의미

難勝 2007. 9. 25.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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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세시명절 중 가장 큰 명절을 꼽으라면 설날과 더불어 당연히 선택되는 명절이 추석입니다. 그만큼 우리 민족에게는 남다른 의미와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명절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추석이 우리 민족의 큰 명절로 자리 잡은 지는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유리왕 대에 6부의 여자들을 두 패로 나누어 두 왕녀로 하여금 통솔케 하고, 7월 보름 다음날부터 추석인 8월 보름까지 길쌈을 하게 하여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음식과 사례를 하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신라초기에 이미 추석을 명절로 지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추석에 관한 기록은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데 중국의 역사서인 「수서(隋書)」 동이전 신라 조에 임금이 이 날 음악을 베풀고 신하들로 하여금 활을 쏘게 하여 상으로 말과 천을 내렸다고 하였으며, 「구당서(舊唐書)」 동이전에도 신라국에서는 8월 15일을 중히 여겨 음악을 베풀고 잔치를 열었으며 신하들이 활쏘기 대회를 하였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석은 국가 명절로 기려졌는데 신라,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국가적으로 선대 왕에게 추석제(秋夕祭)를 지낸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가적 차원에서 기려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조선후기 실학자인 이규경(李圭景)은 자신의 저서「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추석이 신라가 아닌 가락국에서 나왔다는 이채로운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그 연원이 어찌됐든 아주 오래전부터 모셔져 온 명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추석을 달리 부르는 말로 중추가절(仲秋佳節), 가배일(嘉俳日), 혹은 한가위 등이 있습니다. 중추가절은 말 그대로 ‘가을의 중심에 있는 아름다운 명절’이란 말로 가을의 절기인 7,8,9월 중 가운데 달인 8월에 든 명절이라 하여 중추절(仲秋節)이라 하는 것입니다.

가배일은 요즈음에는 잘 쓰이지는 않지만 ‘한가위’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말인데 고려가요인 ‘동동(動動)’에 보면 8월조에

 “ 八月ㅅ 보로 / 아으 嘉俳나리마 / 니믈 뫼셔 녀곤 / 오嘉俳샷다 / 아으 動動다리”

라고 하여 가배(嘉俳)란 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 팔월 보름은 / 아! 한가윗날이건마는 / 님을 모시고 지내야만 / 오늘이 한가윗날입니다. / 아으 동동다리”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추석을 달리 부르는 말로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이 바로 한가위입니다. 한가위는 ‘한가운데’라는 의미로 가을의 중심, 중추(仲秋)라는 뜻입니다.


추석을 대표하는 풍속으로는 송편 빚기, 차례, 성묘, 달맞이(翫月) 기원, 강강술래, 반보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송편 빚기는 반달모양의 떡을 빚어 솔잎에 쪄내는 것으로 원래는 절기에 상관없이 노비들을 격려하거나 학동이 책걸이할 때도 만들어 먹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추석을 대표하는 절기음식이 되었습니다.

송편 빚기는 추석 전날에 빚는데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배우자를 얻는다고 하여 솜씨경쟁을 하였고, 임신부가 있는 집에서는 배냇아기의 성별(性別)을 미리 알기 위해 송편 안에 솔잎을 넣어 찐 후 깨물어 솔잎 끝 쪽을 물면 아들, 그 반대이면 딸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송편의 모양이 왜 중국의 월병처럼 둥글지 않고 반달모양을 취했는지 그 유래는 확실치 않으나 반달은 차는 달이고 보름달은 기우는 달이라 하여 기운의 성함을 기원하는 의미로 반달모양을 지녔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추석은 설, 한식, 단오와 더불어 사명일(四名日)로서 조상에 제사를 드리는 명절이기에 ‘차례(茶禮)’가 지니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고 성묘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되기 이전에는 추석 때 고래(古來)의 방식으로 조상을 기리는 제사를 모셔 왔지만 불교가 전래된 후에는 불교식 제례와 용어로 사용되었고, 조선 초기까지 왕실은 물론 사대부들도 불교식 차례와 제사를 봉행했음은 역사 기록에 무수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숭유억불의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전통적인 제례절차는 사라지고 오늘날에는 유교식 절차로 대체되었으며, 단지 ‘차례’란 용어만 남아 전통의 흔적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서울 풍속에 이날 사당이나 집마다 제사 지내는 행사를 차례(茶禮)라고 한다”라는 구절에서 다시 한 번 차례의 연원과 의미를 짐작해 볼 수 있겠습니다.

추석날이 되면 모두들 가까운 동산이나 높은 데 올라가 제일 먼저 달보기를 하는데, 이는 가장 먼저 본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에서 유래된 풍속으로 ‘달맞이’, 혹은 ‘달놀이’란 의미의 ‘완월(翫月)이라 하였습니다.


또한 달구경을 하면서 했던 놀이로 ‘강강술래’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춤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며, 특히 이순신장군이 임진왜란 때 우리 군사의 숫자를 많아 보이게 하려고 아녀자들에게 군복을 입혀 춤을 춘데서 유래했다고 하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행해져 온 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수(陳壽)의 「삼국지(三國志)」동이전(東夷傳)에 마한의 습속에 관한 기록에 보면 ‘5월에 씨를 다 뿌리고 (중략) 밤낮 쉬지 않고 수십 명이 함께 춤을 추는데, 다 같이 함께 일어나 서로 따르며 가락에 맞추며 손발을 맞추어 몸을 높였다 낮춰다 하면서 땅을 밟는다. 이와 같이 탁무(鐸舞)와 비슷한 춤을 10월 농사를 끝낸 후에 또다시 춘다.’고 한 바에서 알 수 있듯이 강강술래의 연원이 아주 오래되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오늘날에는 없어지다시피 한 추석 풍속으로 ‘반보기’가 있습니다. 반보기는 중로상봉(中路相逢)이라고도 했는데 말 그대로 시집간 딸이 시집과 친정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친정어머니를 만나 반나절이나마 함께 회포를 풀고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기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날에는 추석이 되면 민족대이동이라 할 만큼 몇 천만 명이 고향을 찾아 부모와 일가친척(一家親戚)을 만나는데 시집과 친정을 구별하지 않아 옛날의 반보기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발전된 ‘온보기’를 누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추석날이 되면 절에서는 법당과 각 전각마다 과일과 떡 등으로 공양을 올리고, 역대조사님들께 차례를 지내는데 요즈음에는 각 가정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 신도들을 위해 합동으로 차례를 지내는 경우가 늘고 있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오래 전에 잃어버린 차례의 전통적인 의례절차를 복원하고 이를 현대사회에 알맞게 적용하는 일은 전통문화의 복원이란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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