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般若)
'반야바라밀다심경'을 '반야'와 '바라밀다'와 '심경' 이렇게 셋으로 나누어 음미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반야'라고 하는 말은 범어의 '프라쥬나(Prajnā)', 번역하면 '지혜(智慧)'명(明), 혜(慧)라고 한다. 지혜가 즉 '반야'입니다. 그러나 '반야'를 다만 지혜라고 하면 '반야'가 가진 바 제대로의 맛이 나지 않으므로, 원음 그대로 Pããna '반야'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는 불교의 전문어에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마디로 지혜라고 하여도 그 지혜에는 여러 가지의 지혜가 있습니다. 원래가 불교에서 우리들 범부의 지혜를 부처님의 지혜와 구별해서, 다만 '식(識)'이라고 합니다. 그 '식'이라는 것은 즉 미혹된 지혜를 말함입니다. 그것이 참다운 지혜는 아닌 것입니다. 과연 인간은 모든 도리를 참되게 분간하지 못하므로 여러 가지 망상에서 생겨나는 미혹, 괴로움, 번뇌가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성불한다는 것은 '식(識)'으로부터 참다운 지혜로 옮겨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은 즉 미혹의 세계로부터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어리석은 인간이 깨달은 부처님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반야의 지혜'라 하는 것은, 결코 인간이 안다하는 정도의 '식' 즉, 얕은 지혜가 아닌 것입니다. 그것은 알지 못하고 잠들고, 미혹된 인간의 지혜가 아니라, 알고 눈뜨고, 깨달은 사람의 지혜입니다. 그것은 우주의 진리를 체득한 부처님만이 가지신 지혜입니다. 이것이 곧 반야의 지혜입니다. 반야의 지혜는 우리의 참 모습에 대한 눈뜸입니다. 꿈은 실상이 아닌 지식이고, 현실은 지혜 즉 반야입니다. 반야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입니다. 반야의 지혜로 해결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진리(眞理)
여기서 잠시 말씀드릴 것은 '진리'라는 것입니다. '진리'란 무엇인가 하고 새삼스럽게 연구해 보자 하면 대단히 까다롭고 어렵게 됩니다. 그러나 한 마디로 말해서 '진리'란 무엇인가 하면, 그것은 즉, 언제 어느 곳에서나 누구 나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그것이 진리입니다. 어렵게 말하면 보편타당성과 사유 필연성을 가진 것이 진리입니다.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적응하는 것, 누구나 다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이 진리입니다. 고금을 통해서 틀리지 않고, 안 밖으로 내어놓아 막히지 않는 것이 즉 '진리'입니다.
이 세상에서 진리를 찾아 구하는 사람은 많습니다만, 그것을 찾아가지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입니다. 진리는 올바르게 진리를 사모하고 따르는 이에 게만 비로소 얻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어디까지나 진리의 길을 걷는 경건한 구도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반야의 지혜를 불교에서는 '실상(實相)'과 '관조(觀照)' 두 방면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상이란 반야의 진리이며 관조란 '반야'의 지혜입니다. 누구나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물의 도리와, 그것에 합치하는 지혜가 즉 이 실상과 관조 두 종류의 반야입니다. 지금부터 풀어 나가려고 하는 이 '심경'은 말하자면 오래고도 새로운 반야의 지혜를 웅변으로 힘차게 주장하고 있는 진리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나, 반드시 그렇게 믿지 않으면 안 되는 영원한 진리를 보다 간단명료하게 설해 있는 것이 이 '심경'입니다.
반야의 철학, 그것은 결코 묵어 빠진 인도의 철학은 아닙니다. 반야의 종교, 그것은 결코 멸망해 버린 과거의 종교는 아닌 것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오늘도 내일도, 아니 미래 영겁을 두고 빛날 인생의 한 커다란 등불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반야의 지혜로써 현실 세계를 살펴볼 때에, 사물의 어느 하나라도 쓸데없는 것은 없는 것입니다. 진리의 눈이 열려진 이가 볼 때는, 이 세상에 쓸데없는 것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명의(名醫)가 보면 백초(百草)가 다 약이라, 쓸데없다고 보는 것은 즉 지혜 주머니가 작기 때문입니다. 한 번 반야라고 하는 커다란 지혜 주머니로써 관조하면 쓸데없기는커녕, 어느 것이나 다 귀하고 귀한 진리의 표상인 것입니다. 우리들은 서로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이 반야의 지혜를 닦음으로서, 일체 모든 것의 가치를 보다 귀하고 훌륭하게 살려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尋劍堂'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음의 종류(14) - 법기보살 (0) | 2008.05.07 |
---|---|
[스크랩] 염불 총 모음 (0) | 2008.05.06 |
불교 용어집(66) - 어유현밀, 억념, 업....... (0) | 2008.05.06 |
간화선 참구법(자세와 호흡법 등) (0) | 2008.05.05 |
사나운 개가 있는 가게에는 손님이 오지 않는다 (0) | 2008.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