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호가호위(狐假虎威) - 그냥 생각 한번 해 봅시다.

難勝 2008. 5. 20. 20:31

[풀이]
호랑이는 온갖 짐승을 구하여 그것들을 먹는데, 여우를 얻었다. 여우가 말하길, “그대는 감히 나를 먹을 수 없소이다. 하느님이 나로 하여금 모든 짐승들의 우두머리로 삼았으니까. 이제(지금) 그대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이는 하느님의 명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대가 나를 믿지 못 하겠다 생각이 든다면 내가 그대를 위해 앞장설 테니 그대는 내 뒤를 따라 모든 짐승들이 나를 보고 감히 달아나지 않는지를 보겠는가?” 호랑이는 그럴 듯하다 여기어, 이로 인하여 그(여우)와 더불어 따라 가는데, 짐승들은 그것(여우 뒤에 호랑이가 따라 오는 것)을 보고 모두 달아나거늘, 호랑이는 짐승들이 자신을 두려워하여 달아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여우가 두려워서라고 생각했다.


[의미]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다른 짐승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를 빌려 허세를 부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해설]
虎求百獸而食之러니, 得狐한데
호랑이는 온갖 짐승을 구하여 그것들을 먹는데, 여우를 얻었다.
★ 百 : 온갖/모든, 而 : (접속사) 1. 그리고[순접], 2. 그러나[역접]
(→ 순접과 역접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而를 중심으로 해석해서 앞뒤의 문장의 연결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之 : (대명사로서의 역할) 그것 → 之가 문장의 끝부분에 올 경우 대명사로서 해석한다.

狐曰 “子無敢食我也라. 天帝使我長百獸한데
여우가 말하길, “그대는 감히 나를 먹을 수 없소이다. 하느님이 나로 하여금 모든 짐승들의 우두머리로 삼았으니까요”
★ 也 : (종결을 나타내는 어조사) ~이다, 天帝 : 하늘의 임금 / 옥황상제 / 하느님, 使 : (사역형부사) ~로 하여금 ~하게 하다, 長 : 1. 길 장, 2. 어른 장, 3. 우두머리 삼을 장, 百 : 모든/온갖

今子食我면 是는 逆天帝命也니라.
이제(지금) 그대가 나를 먹는 것은, 이는, 하느님의 명을 거스르는 것이다.
★ 也 : (종결어조사) ~이다.

子以我爲不信이어든 吾爲子先行하리니 子隨我後하여, 觀百獸見我而敢不走乎한가?”
그대가 나를 믿지 못하겠다 생각이 든다면, 내가 그대를 위해 앞장설테니, 그대는 내 뒤를 따라, 모든 짐승들이 나를 보고 감히 달아나지 않는지를 보겠는가?
★ 以~爲 : ~라 여기다, ~라 생각하다
吾와 我의 차이 : 둘 다 ‘나’를 뜻하는데, 吾는 주로 주어의 위치에, 我는 어떠한 문장성분 위치에든 온다, 爲 : 1. 할 위, 2. 위할 위, 3. 생각할 위, 而 : 그리고[순접], 乎 : (의문형 종결 어조사) ~인가?

虎以爲然이라, 故로 遂與之行한데,
호랑이는 그럴 듯하다 여겼다. 그러므로 마침내 그(여우)와 함께 가는데,
★ 以爲 : ~라 생각하다, 之 : (대명사) 그것

獸見之皆走어늘 虎不知獸畏己而走也하고 以爲畏狐也러라.
짐승들은 그들(여우 뒤에 호랑이가 따라 오는 것)을 보고 모두 달아나거늘, 호랑이는 짐승들이 자신을 두려워하여 달아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여우가 두려워서라고 생각했다.
★ 而 : (대명사) 그리고[순접], 也 : (종결어조사)~이다, 以~爲 : ~라 생각하다.


[설명]
전한(前漢) 시대의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기원전 4세기 초, 초(楚)나라 선왕(宣王) 때의 일이다. 하루는 선왕이 신하들에게 "듣자하니, 위나라를 비롯하여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우리 재상 소해휼(昭奚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이오?" 하고 물었다. 이때, 위나라 출신인 강을(江乙)이란 변사가 초나라 선왕 밑에서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왕족이자 명재상으로 명망 높은 소해휼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강을은 이야말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얼른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어찌 한 나라의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번은 호랑이가 여우를 잡았습니다. 그러자 교활한 여우가 호랑이에게 말하기를 '나는 천제(天帝)의 명을 받고 내려온 사자(使者)다.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나를 백수의 왕으로 정하신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니 천벌을 받게 될 거다. 만약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내 뒤를 따라와 봐라.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하나도 없을 테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호랑이는 여우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랬더니 과연 여우의 말대로 만나는 짐승마다 모두 달아나기에 바빴습니다.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에 따라오고 있던 호랑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호랑이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일개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초나라의 병력, 곧 임금님의 강한 군사력입니다."

이 고사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말이 나왔으며, '가호위(假虎威)' '가호위호(假虎威狐)'라고도 한다. 오늘날 이 말은 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권위를 빌려 남을 등쳐먹는 행위를 일삼는 것을 비유하여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