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難勝 2008. 11. 16. 03:56

선의 실질적 창시자라 할 수 있는 6조 헤능대사는 속세에서

'노행자(老行者)'라고만 알려진 평범한 신도였다.

많이 배우지는 못했으나 병든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봉양하는 효자였다.

그는 산에서 매일 나무를 해다가 시장이나 집 근처 마을에 내다 팔아

생계를 꾸리며 살았다.

어느 날 부잣집에 나무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북적거리는 시장통을 걸어가는데,

스님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은 염불을 외면서 그의 곁을 지나갔다.

"어디에도 생각에 집착함이 없이 마음을 일으키라"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확 열렸다.

마음속에 무엇인가 쾅 하고 다가온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불교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경전을 공부한 적도 없었다.

심지어 한자를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완전히 무식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오직 금강경의 이 대목만을 들은 것이다.


"어디에도 생각에 집착함이 없이 마음을 일으키라"


우리 마음속에서 왔다갔다 하는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면 그대로 진리이다.

그러나 이것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들의 생각이 진짜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좇으며 살아가고 있다.


생각을 놓아버릴 때,

그 순간  일어나는 생각이 진리이다.

빨간 불이면 멈추고 파란 불이면 건너가는 보행자처럼 말이다.


금강경의 이 대목은 아주 간단하지만 매우 깊은 가르침을 담고 있다.

집착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생각을 경험하는 매우 명확한 길을 보여준다.

단지 생각하라.

단지 생각하라는 의미는 '나'가 없다는 것이다.

주체도,대상도 없다는 것이다.

안과 밖이 언제나 하나가 되어 단지 그것을 하라는 얘기이다.

하늘을 볼 때 단지 푸른빛을 볼 뿐이다.

나무를 볼 때 단지 초록빛을 볼 뿐이다.


순간순간 '......할 뿐'이다. 벽은 하얗다


바로 지금 밖에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 장애 없이 우리 마음에 단지 생각이 오고 갈 뿐이다.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바깥 모양을 절대로 보며 그 절대를 소리로 찾으려 하면 참 나를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