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철학인가, 종교인가
불교는 철학이지 종교가 아니라고들 한다. 그것은 종교란 어떤 절대자에게 의지해서 구원을 받는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19세기 서양의 기독교 학자들은 대체로 종교현상을 원시시대의 범신론에서 유일신에 이르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그 결과 그들은 유일신을 인정하지 않는 동양종교는 종교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서구의 종교학자들은 종교를 ‘성스러움’ 또는 ‘피안에 이르는 가교’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사실 불교는 다른 종교처럼 신이나 어떤 절대자에게 의지해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종교이다.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신에 의지해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여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모든 현상을 해석하려는 지혜의 종교이다. 특히, 철저한 사유를 통해 대우주의 진리를 체득하려는 선(禪)에서는 석존의 가르침이나 조사(祖師)들의 사상 조차도 과감히 재해석하기도 한다.
따라서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지극히 논리적이어서 합리적이고 철학적인 요소가 많이 있다. 그렇다고해서 ‘불교는 철학이고 종교는 아니다’라는 견해는 불교의 본질을 모르는 데서 기인한다.
최고의 지혜를 얻어 대우주의 진리를 깨친 부처님도 의지할 곳 없는 것을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하물며 평범한 인간이 의지할 곳을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이 의지할 곳을 다른 종교에서는 신이라 했고, 불교에서는 “자귀의·법귀의(自歸依·法歸依)”라는 말로 인간의 귀의처를 분명히 밝혔다.
부처님께서는 혼이니 사후세계니 하는 문제, 물질과 정신 어느 쪽이 인간의 본성이냐는 등의 외도(外道)의 질문에는 묵묵부답했다. 부질없는 공론(公論)이라고 단정했기 때문이다. 석존은 오히려 철학적인 형이상학을 멀리한 분이다. 인간의 사고를 통해 실증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논리를 희론(戱論)이라고 한 것은 차라리 과학적이지 철학적은 아니었다.
이와 같이 내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논리로 안락을 구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현세적인 마음의 안락을 구하라고 하신 것이다. 이렇듯 불교는 고(苦)에서 벗어나 락(樂)을 구하려는[離苦得樂] 종교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분명한 종교이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 다른 종교에서는 신에게 구한데 반해 불교에서는 신을 배제하고 법(法:진리)에서 구하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즉 스스로의 지혜와 의지를 통해 궁극의 이상경(理想境)에 이르려는 불교의 생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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