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면 극락(極樂)이다
우리는 흔히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영혼(靈魂)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우리는 비울 줄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執着)한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抛棄)할 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진정(眞正)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다 텅 비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充滿感),
그것이 바로 극락(極樂)이다.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훨훨훨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