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부처님의 제자 - 밀행제일 라후라

難勝 2009. 3. 26. 05:45

10) 라후라


라후라(羅喉羅)는 인도 말로 '장애(障碍)'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부처님께서 출가를 결심하고 난 후의 어느 날 산책길에서 돌아오다가 아버지 정반왕으로부터 아들이 태어났다는 말을 듣는 순간 '라후라(Rahula)' 즉 '또 새로운 장애가 생겼구나' 하고 혼자 중얼거린 것이 그대로 아들의 이름이 된 석가모니부처님의 하나 뿐인 외아들이다.


부처님은 라후라가 태어나고 이레만에 출가하여 성도 후 3년, 출가 후 9년 만에 고향을 방문하였는데, 정반왕을 비롯한 석가족의 모든 식구들은 가문의 자랑인 부처님과 제자들을 불편 없이 맞이하기 위해서 그들이 묵을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을 충분하게 준비하였다. 그러나 부처님은 궁궐에는 잠깐 들렸다가 나와서 평소와 다름없이 탁발을 다니면서 설법을 계속하였다.


보다 못한 아버지 정반왕은 사람을 보내어 '수천 명의 수행자들에게 공양하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니 얻어먹지 말고 궁궐에 머물도록 하라'고 당부하였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 일은 출가자의 바른 수행의 길이니 그대로 두라'고 하면서 탁발을 쉬지 않았는데, 이러한 부처님의 교화방법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여 석가족 젊은이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제자가 되려고 하였다.


출가 전 아내였던 야소다라는 아홉 살이 된 아들 라후라의 손을 잡고 탁발하는 부처님을 가리키면서 '저분이 네 아버지다 찾아가서 재산이나 상속해 달라고 말씀드리도록 하라'고 하였다. 이 대목은 경전에 따라 내용이 다소 다르게 기록되고 있는데, 이야기 그대로 부처님에게 말씀을 드렸다는 기록도 있고 부처님의 자애로운 모습을 본 라후라는 자신도 모르게 '부처님 곁에 있으니 기분이 매우 좋다'는 말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비록 자기를 버린 남편이지만 세속의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출가하여 위없는 깨달음을 얻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는 부처가 되어 고향을 찾아온 남편에게 왜 상속문제를 꺼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라후라의 이야기를 들은 부처님은 사리불과 상의한 끝에 마음을 병들게 하는 물질적인 재산을 상속하기보다는 진리(眞理)라는 보배를 상속하기 위해서 아들을 출가시키기로 결심하였다.


아들이 출가한 뒤를 이어 손자까지 출가를 하자 심한 충격을 받은 정반왕은 '사랑하는 아들이었던 당신의 출가도 나에게는 더 없는 고통이었는데, 이제 손자 마저 출가하였습니다. 자식 사랑하는 어버이 마음을 헤아려 부모의 허락 없이는 출가하지 못 하도록 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아버지의 간절한 부탁을 받은 부처님은 '앞으로 출가할 때는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하라'는 새로운 율장을 추가하였다.


부처님을 따라 출가한 라후라는 나이도 어리고 궁중에서의 생활습관이 몸에 밴 탓으로 행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여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수행자들을 놀리고 부처님을 찾는 사람들에게 부처님이 계시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알려주어 헛걸음을 치게 하고도 오히려 즐거워하거나 자신의 수행생활 마저 게을리 하여 주위의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부처님은 어느 날 라후라에게 세수 대야에 물을 떠오도록 하여 발을 씻은 다음 '그 물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어서 '먹을 수 없다'는 라후라에게 '너도 조금 전의 물과 같이 맑은 마음으로 출가하였으나 마음을 닦지 않아서 때가 끼어 이 물처럼 더러워져 있구나 손발을 씻은 물을 마시거나 그 대야에 음식을 담아 먹을 수 없는 것과 같이 수행자도 거짓말을 하면 마음이 더러워져서 아무 쓸모 없게 된다'고 하시었다.


행자 시절의 라후라에게는 또 하나의 웃지 못할 일화가 있는데,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머무르고 계실 때는 언제나 수많은 사부대중들이 모여들어 밤이 늦도록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연로하신 스님들은 자신의 숙소로 들어갈 수 있으나 젊은 스님들은 불가피하게 재가불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밤을 보내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잠을 설친 스님들은 수행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계신 부처님은 '비구계를 받은 출가스님과 일반신도들은 함께 잠을 자지 말라'는 율을 정하였다. 이렇게 되자 계를 받지 못한 라후라도 잠자리를 잃어버렸고 갈 곳을 잃은 라후라는 이곳 저곳 헤매다가 부처님이 사용하시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는데, 이튿날 아침 화장실에서 라후라와 마주친 부처님은 전후사실을 모두 들으시고 제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부처님은 상수제자 사리불에게 '어제 밤 라후라는 화장실에서 눈을 붙였다. 이렇게 한다면 출가해서 계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디서 자야 한단 말인가 어린 행자들은 비구의 방에서 이틀씩 머물도록 하고 사흘째 되는 날은 다음 거처를 찾아주도록 하라'고 하셨는데 이는 서로 돕고 화합하면서 살아야 할 교단에서 계의 작은 문구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 말씀이다.


화장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라후라에 대해서 많은 스님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불전(佛傳)에서는 악마가 부처님을 보고 '사랑하는 자식을 화장실에  재우고 당신은 어떻게 편안히 잘 수 있는가'고 물었을 때 부처님은 '부처는 모든 제자들을 다같이 평등한 마음으로 돌본다'고 하시었다.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어리광도 부렸으나 점차 수행이 깊어지면서 규칙과 계율을 잘 지켜서 밀행제일(密行第一)의 제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