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연잎을 비비면서 / 빈자일등(貧者一燈)

難勝 2009. 4. 1. 05:25

초파일 행사에 쓸 연등만들기를 돕는 의미에서 묘시니 법우님이 열심히 연잎을 비비고 있습니다.

엊그제 잠깐 들른 소림사에서 손이 모자란다는 말을 듣고 조금 가져왔습니다. 

 

 

 

 

 

 

부처님 당시부터 등은 부처님을 찬탄하고 깨달음의 세계로 가기 위한 공양물로 사용됐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빈자일등(貧者一燈)’이다.

〈현우경〉 ‘빈녀난타품’을 보면, 난타라는 여인이 등장한다.

가난해 걸식하면서 살던 난타는 어느 날 부처님에게 공양물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구걸을 거듭하다 기름을 사서 등 공양을 올렸다. 밤이 지나 다른 등불은 모두 꺼졌고 난타가 공양한 등만이 홀로 불을 밝혔다. 부처님 제자인 목련존자가 날이 밝아 불을 끄려고 했지만 꺼지지 않았다.

이때 부처님은 “사해(四海)의 물과 산바람으로도 끌 수 없다”며 “일체 중생을 두루 건지려고 큰마음을 낸 사람이 보시한 물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난타는 이를 듣고 부처님에게 예배했고 부처님은 여인에게 내생에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내렸다. 등불 하나의 공덕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등을 밝히는 공덕은 경전 곳곳에서 드러난다.

〈불설시등공덕경〉에는 “삼명의 복전을 구하기 위해 탑묘 제불 앞에 등불을 밝히면 도리천에 다시 태어나며 다섯 가지 청정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삼보를 믿고 조그만 등 하나를 바치더라도 그 공덕은 한없이 크다”거나 “등을 바치는 것은 연등(燃燈)이라 하고 마음을 밝게 하는 것을 관등(觀燈)이라 한다”는 대목도 보인다.

특히 관등에 대한 설명에서 보듯 등은 무명을 밝히는 상징임이 다시 한 번 강조된다.

이를 증명하는 부처님 말씀으로 ‘법등명 자등명(法燈明 自燈明)’이 있다. 〈열반경〉에 나오는 이 말은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 가운데 하나다. 열반을 맞은 부처님에게 아난이 슬퍼하며 누구를 의지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곧 ‘진리를 등불 삼고 자기 자신을 등불 삼으라’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진리를 등불에 비유하기도 한다.

〈화엄경〉에는 “믿음을 심지로 삼고, 자비를 기름 삼으며 공덕을 빛으로 해 탐진치 삼독을 없앤다”며 등을 다는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현대 들어 불교의 등은 본래의 의미보다 확장됐다. 중생을 무명에서 건져달라는 공양물에서 축제에 사용되는 장식물로써의 의미가 더욱 크다. 평소보다 부처님오신날에 앞서 연등이 물결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내용면에서도 중생 전체에 대한 서원보다는 개인적인 기원의 뜻이 담겨있는 경우도 많다. 각 사찰 연등에 달린 꼬리표를 보면 분명하다. 대부분 자신이나 가족들의 이름과 생년이 쓰여 있다.

하지만 등은 여전히 중생들과 함께 하려는 불자들의 원력이 담겨 있다. 복지시설에서는 연등 모연으로 조성된 기금을 소외된 이웃에 사용하고, 사찰들도 이웃을 위한 등달기에 나서고 있다. 또 며칠 밤낮을 고생해서 만든 등을 선뜻 다른 사람들에게 보시하기도 한다.

난타 여인의 이야기에 나오는 등 공양도 부처님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가 가난함에도 등을 바쳤다는 데 있지 않다. 등을 밝히면서 세운 서원이 그를 수기 받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저는 지금 빈궁해 이 작은 등불로 부처님께 공양합니다. 이 공덕으로써 저로 하여금 내생에 지혜의 광명을 얻어 일체 중생의 어두움을 없애게 하소서.” 난타의 서원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면 다함께 지혜를 모아,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방대한 부처님 경전을 편찬, 독송하면서 부처님 전에 등불을 밝혔다. 불가에서는 매월 음력 1일에 인등을 밝히고 인등(引燈)의 공덕을 되새기는데 이는 불을 밝히어 밝은 사회와 인정이 넘치는 국토가 되도록 부처님께 발원하기 위해서이다.

인등

지극한 정성으로 불을 켠다면

그 불은 우주와 더불어,

마음과 더불어

하나로 합쳐저

항상 켜져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따로 인등(引燈) 을 켜야 한다 하고,

석달 열흘 그렇게 밝혀야 한다고 하지 말라.

그것은 인등이 아니다.

일상 생활 중에도 마음의 불을 켜면

항상 인등을 켜 놓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이인등이다.

마음이 밝아야 항상 밝은 것이지

인등을 켜 놓았다고

밝아진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