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오비이락(烏飛梨落)

難勝 2009. 4. 17. 05:07

 

 

 

      옛날에 한 형제가 살았는데,  형은 글을 잘 했지만

   아우는 글은 좀 못하고 술만 잘 먹는 건달이었다. 

 

      어느 날 그 형이 서울서 과거 급제를 하고 돌아오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술을 먹게 되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오비이락이니 한잔 먹자."

 

   형은 그 말의 의미도 모르고

 

      "그래."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함께 술을 마셨다.

 

 

      과거를 보러 갔던 형이 돌아오자 동생이 물었다.

 

      "형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도중에 이상한 사람을 만났단다."

 

      "어떤 사람인데요?"

      "술집에 갔는데  '오비이락이니 한잔 먹자'고 하던데

       그게 무슨 소리냐?  보통 오비이락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지 않느냐?"

 

      "아유,  형님.  그런 뜻만 있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의 오비이락(烏飛梨落)'이 아니라

       그런 경우에는

       '나는 아니지만 네가 즐거우니 한잔 먹자는

       오비이락(吾非爾樂)'이란 말이오.  형님은 그것도 모르시오?"

 

      유식한 형님이 무식한 동생에게 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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