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선생님이 서당을 차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십여 명의 아동이 글을 배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똘똘한 세 아이를 골라 분부를 내렸다.
"오늘 저녁에 닭을 서리해 오너라."
서리는 남의 것을 주인 몰래 들고 오는 일이다.
서당에서 겨울의 기나긴 밤 공부하노라면
허기가 져서 밤참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밤 세 아이가 닭서리를 하러 갔다.
둘은 들어가 닭을 훔치고 하나는 밖에서 망을 보기로 했다.
그런데 서당을 나서기 전에 선생님께서는
"닭을 서리해 오되,
너희들끼리 반드시 문자로 말해야 하느니라." 라고 했다.
어느 외딴 집 닭장에 몰래 들어가자 한 아이가 문자로 말했다.
"계수기하(鷄首幾何)"
(닭이 모두 몇 마리냐?)
그러자 다른 아이가 대답했다.
"백의홍관 수삼개 (白衣紅冠 數三個)"
(흰 옷에 붉은 벼슬 한 닭이 두서너 마리 있다.)
이번엔 또 다른 아이가 말했다.
"급격물실(急擊勿失)"
(급히 습격해서 놓치지 말라.)
마침내 닭서리에 성공한 아이들은 서당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