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에 환성지안(喚醒志安)선사라고 하는 큰스님이 계셨다.
이 스님이 석왕사 대법당에서 설법을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법당 문을 열고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키는 9척 장신이고 화등잔처럼 커다란 눈에서는 빛이 쏟아져나오며,
코는 주먹만큼 긴 굉장한 거인이었다.
그 거인이 설법하는 스님을 쓱 쳐다보더니 한 마디 툭 내뱉었다.
"난 또 누구라고, 자벌레 어르신네가 대단해지셨구먼."
그리고는 문을 닫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대중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여 스님에게 여쭈었다.
"웬 사람인데 스님께 자벌레라고 합니까?"
"그 사람은 부처님 당시의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화엄신장(華嚴神將)이었던 분이니라.
나는 그때 자벌레였는데, 부처님이 법문을 하실 때마다
법상에 붙어서 법문을 들었다.
그때 자벌레로서 부처님 법문을 들은 공덕으로
그 다음 생에 인간의 몸을 받아 중이 되었고,
오늘날의 화엄대법사가 된 것이니라.
그때로부터 삼천 년이 지났지만
그 화엄신장은 나이를 몇 살밖에 더 먹지 않은 것 같구나."
환성지안(喚醒志安, 1644~1729년)은 설암추붕(雪庵秋鵬)과 더불어 월담설재
(月潭雪齋)의 대표적인 제자였다. 속성은 정(鄭) 씨이고, 춘천사람이다. 15세에
미지산(彌智山) 용문사에서 낙발하고 상봉정원(霜峰淨源)에게서 구족계를 받았
다. 17세에 월담설재(月潭雪齋)에게 나아갔다. 27세에 벽암각성(碧巖覺性)의
제자인 모운진언(慕雲震言)의 화엄법회에서 법좌에 올라 명성을 크게 떨쳤다.
대둔산에서 공양을 베풀 때 허공에서 세 번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울리자
세 번 답변을 하였다. 그래서 자(字)를 삼락(三諾)이라 하고, 호를 환성(喚醒)이라
하였다. 지리산, 금강산 등 여러 곳을 유행하며 신통을 드러냈고, 금산사에서
화엄법회를 크게 열기도 하였다.
후에 무고를 당하여 제주도로 유배되어 그 곳에서 입적하였다.
법을 이은 제자들만 해도 19명이었다. 저술로는 환성이 직접 여러 전적에서
선종의 다섯 종파에 대한 요의를 발췌하여 지은 『선문오종강요(禪門五宗綱要)』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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