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삿갓이 어디를 정처없이 가는데 배가 몹시 고팠다.
어느 동네 앞을 지나노라니 상여가 나오는데 만사(輓詞)가
수백 장 따르는 호상(好喪)이었다.
동네 어귀쯤해서 멈추고 손님을 받고 있었다.
'옳다. 저기 가면 술도 좀 마시고, 밥도 얻어먹을 수 있겠다.'
과연 이 사람 저 사람이 권하는 바람에 양껏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호상꾼들에게 말했다.
"지필묵이 있으면 나도 만사(輓詞) 한 장 썼으면 좋겠구먼."
호상꾼들이 반신반의하면서도 지필묵을 갖다 주었다.
걸인이 만사를 쓴다고 하니까 호상꾼들이 뺑 둘러서서 구경을 했다.
秦王武帝用何兵 진왕무제용하병
虛築防夷萬里城 허축방이만리성
其時若破閻羅國 기시약파염라국
貴人此去無不行 귀인차거무불행
진시황과 한무제는 군사를 어디다 썼던고.
헛되이 오랑케 막는다고 만리성만 쌓았다.
그때 그런 기세로 염라국을 쳐부수었더라면
귀인께서 이 길을 가지 않아도 될 것을.
구경하던 호상꾼들이 감탄해서 서로 자기네 집으로 가자고 했다.
'尋劍堂'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생활속의 불교용어 - 무참(無斬) (0) | 2009.05.19 |
|---|---|
| 염불하는 법 - 월하스님 (0) | 2009.05.19 |
| 생활속의 불교용어 - 무진장(無盡藏) (0) | 2009.05.18 |
| 인생길 험하구나 - 이태백 (0) | 2009.05.18 |
| 아름다운 화장실... 입측의례(入厠儀禮) (0) | 2009.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