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농가월령가 6월령

難勝 2009. 7. 26. 05:04

농가월령가 6월령

 


유월이라 계하(季夏)되니 소서(小署) 대서(大暑) 절긔로다


대우(大雨)도 시행(時行)하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목이 무성하니 파리 모괴 모혀들고


평지에 물이 괴니 악마고리 소리난다


봄보리 밀 귀리 차례로 뷔여내고


늦은 콩 팥 조 기장을 뷔기젼 대우들려


지력(地力)을 쉬지 말고 극진니 다스리소


졀무니 하는 일이 김매기 뿐이로다


논밧츨 갈마들여 삼사차 돌려 맬졔


그 중의 면화밧츤 인공이 더 듸나니


틈틈이 나물밧도 북도도와 매갓고소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업시하소


날새면 호뮈 들고 긴긴해 쉴새 업시


땀 흘녀 옷시 졋고  슘막혀 괴진할 듯


때맛참 졈심밥이 반갑고 신괴하다


졍자나무 그늘 밋헤 좌차(座次)를 졍한 후의


졈심 그릇 여러 노코 보리 단슐 먼저 먹세


반찬니야 잇고업고 주린 창자 메인 후의


쳥풍의 취포(醉飽)하니 잠시가 낙니로다


농부야 근심마라 슈고하든 갑시 잇네


오됴니삭 청대콩이 어느 사니 익어고나


일로보와 짐작하면 냥식 걱졍 오래하랴


해진 후 돌아올졔 노래 끝에 우슴이라


애애(靄靄)한 저녁내는 산촌에 잠겨잇고


월색은 몽몽하야 밧길의 빗최도다


늘근니 하는 일도 바히야 업다하랴


이슬 아젹 외따기와 죠양볏헤 보리 널기


그늘 겻헤 누역 치기 창문 압해 노 꼬기라


하다가 고달푸면 목침 베고 허리 펴네


북창쳥풍의 잠을드니 희황씨(羲皇氏)젹 백셩니라


잠깨여 바라보니 급한 소락비 지나가고


먼 나무에 쓰르람니는 셕양을 재촉한다


노파의 하는 일이 여러 가지 못하여도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니 퓌여내니


장마 속의 쇼일(消日)이요 낫잠자기 니졋도다


삼복(三伏)은 속절(俗節)이요 유두(流頭)는 가일(佳日)이라


원두 밧해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야


가묘(家廟)의 천신(薦新)하고 한때 음식 즐겨보세


부녀는 헤피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드디어셔 뉴두국을 하오리라


호박 나물 가지 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맛으고 일없는 이 먹어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졔 마슬 일치마쇼


말근 쟝 따로 모아 닉는 죡죡 떠내여라


비오면 덥기신칙 독젼을 정니하쇼


남북촌 합역하야 삼구덩이 하여보세


삼대을 뷔여 묵거 닉게 쩌 벗기리라


고운 삼은 길쌈하고 굴근 삼 바 드리소


농가의 요긴키는 곡식과 갓치 치네


산젼(山田) 모밀 믄져 갈고 포젼(圃田)은 나죵 갈쇼



 현대역


유월이라 늦여름 되니 소서 대서가 들어 있는 절기로다. 큰 비가 때때로 오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목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들이 모여들고, 평지에 빗물 고이니 참개구리 소리 난다. 봄보리 밀 귀리를 차례로 베어 내고 늦은 콩 팥 조 기장을 베기 전에 사이심기로 땅심(地力)을 쉬지 말고 알뜰히 이용하소.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뿐이로다. 논밭을 번갈아 삼사차 돌려 맬 때, 그 가운데 목화밭은 더욱 힘을 써야 하니, 틈틈이 나물 밭도 김매주고 잘 가꾸소.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날 쉴 틈 없이 땀 흘려 옷이 젖고 숨 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 자리 정한 뒤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건 없건 주린 창자 채운 뒤에 시원한 바람불고 배부르니 낮잠이 달구나.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한 값이 있네. 이른 조, 푸른 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이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랠쏘냐. 해진 뒤 돌아올 때 노래 끝에 웃음이라. 자욱한 저녁연기 산촌에 잠겨 있고, 달빛은 아스라이 발길을 비추누나.


늙은이 하는 일 아주 없다 하겠느냐. 아침 일찍 오이 따기 뙤약볕에 보리 널기, 그늘에서 누역 짜기, 창문 앞에 줄 꼬기라.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펴고 누워 북풍에 잠이 드니 태평세월이로구나. 잠 깨어 바라보니 급한 비 지나가고, 먼 나무에 쓰르라미 해지기를 재촉한다. 노파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못 되지만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히 펴내니, 장마 때의 심심풀이에 낮잠 자기 잊었도다.


삼복은 속절이요 유두는 명절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 만들어 사당에 올린 다음 모두 모여 즐겨 보세. 아녀자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만들어라 유두국을 켜느니라.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 맛으로 일 없는 사람 먹어 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제 맛을 잃지 마소.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대로 떠내어라. 비 오면 꼭 덮고 아가리를 깨끗이 하고, 이웃 마을 힘을 모아 삼 구덩이 파보세. 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 고운 삼으론 길쌈하고 굵은 삼으론 밧줄 꼬고, 촌집에 중요하기는 곡식에 버금가네. 산밭에는 메밀을 먼저 갈고 갯가 밭은 나중에 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