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남해 금산(錦山)과 해상사호(海上四皓)

難勝 2009. 9. 18. 05:48

해상사호(海上四皓)

 

우리나라에 '해상사호(海上四皓)'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왔었다. 남해안 일대를 여행하면서 시골의 촌로(村老)들로부터도 여러 번 들었다. 호(皓)라는 글자는 '희다'는 뜻이다. 머리카락, 눈썹, 수염이 흰 신선을 일컫는다.


'해상사호'란 남해안에 4명의 해상 신선이 있었다는 말이다. 이 4명의 해상 신선이 임진왜란 무렵에 여자 비구니 스님 4명에게 천문·지리·병법 등을 가르쳐서 이순신 장군을 돕도록 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러니까 이순신이 남해안 일대에서 왜적에게 연전연승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해상사호의 음조(陰助)가 작용했다는 설화이다.

 

금산과 보리암

 

그동안 이 해상사호의 자취가 남아 있는 유적지가 어디인가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남해 금산(錦山) 보리암에 가니까 보리암 일대에 그 유적지가 있었다. 보리암 밑에 커다란 두 개의 동굴인 쌍홍문(雙虹門)이 있고, 그 옆에 사선대(四仙臺)라고 불리는 4개의 커다란 바위가 있다. 4명의 신선이 놀았다고 하는 바위이다. 그리고 이 사선대 밑에는 '백명굴'이라고 불리는 동굴이 있다. 구전에 의하면 이 백명굴에서 임진왜란 직전에 해상사호가 4명의 비구니를 공부시켰다고 한다.

 

 사선대(四仙臺)

 

쌍홍문(雙虹門)

 

해발 701m의 금산은 천연동굴이 많고, 온통 바위로 이루어졌다. 바위가 많으면 산의 기운이 쩔쩔 끓는다. 기운이 쩔쩔 끓으면 기도발도 잘 받는다. 보리암의 기도발은 이 엄청난 바위군(群)에서 나온다. 더군다나 섬에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외부인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다안개인 해무(海霧)가 수시로 산을 뒤덮고 있어서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는 신비한 산이 남해 금산이었다.


신선들은 이러한 조건을 갖춘 산을 좋아하였다. 험준한 바위, 바다에 있는 섬, 안개가 그것이다. 바닷가 근처의 바위가 솟아 있는 절경을 좋아하였다. 영랑, 술랑, 남석랑, 안상랑과 같은 신라사선(新羅四仙)이 주로 놀았던 곳도 바닷가의 풍광 좋은 곳이었다. 금강산 근처의 삼일포도 그렇고, 영랑호도 그렇다.


뿌연 해무에 뒤덮인 보리암에서 하룻밤을 자보니 이곳이 바로 선경(仙境)이다. 남해의 푸른 바다에서 올라오는 수기(水氣)가 먹고 산다고 애쓰는 범부(凡夫)의 머리를 식혀준 것이다.

 

조선일보 칼럼 글에 금산 사진 일부 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