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인삼 열매, 알고 보니 '사포닌 덩어리'
사포닌, 항암·항당뇨에 효과
항산화 성분도 풍부해 피부 노화 방지 뛰어나
인삼 종주국인 우리나라 사람 중에 인삼 열매〈사진〉를 구경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인삼 열매는 4년생 이상의 인삼에서만 열리는 데다, 일단 따면 하루 안에 시들어버리는 까다로운 특성 때문에 과거에는 식용이나 약재로 주목 받지 못했다. 게다가, 인삼 재배농가는 인삼 뿌리에 집중돼야 할 사포닌 성분이 열매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줄기를 일일이 따서 열매가 열리는 것을 원천 봉쇄해 왔다.
국내 대표적 인삼 재배지역 중 한 곳인 충북 음성군에서는 어쩌다가 인삼 열매가 열리면 동네 농부(農婦)들이 따서 인삼밭 한가운데에서 얼굴에 팩을 하는 데 써버렸을 정도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인삼에 열매가 열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삼 재배 농가의 '천덕꾸러기'였던 인삼 열매가 최근 각광 받고 있다.
인삼 뿌리만 약으로 쓰던 것을 인삼 열매까지 식품과 화장품 등으로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인삼 열매에는 사포닌 등 영양소 함량이 인삼 뿌리보다 높아 최근 음성군 금왕읍에서는 인삼 열매를 따서 가공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삼 뿌리까지 포기하고 있다.
◆인삼 뿌리보다 사포닌 2배 많아
항암·항당뇨·간 기능 해독 등 인삼이 주는 건강 효과는 사포닌 성분 덕분이다. 김상만 강남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사포닌은 신종플루 등 바이러스성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했을 때 대항해 소멸시키는 'NK세포'의 기능을 사포닌이 활성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식품연구소가 동일 분량의 인삼 열매와 뿌리를 분석한 결과, 사포닌이 뿌리보다 2배 이상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삼 열매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E가 같은 분량의 잣·깨보다 2~3배 많이 들어 있고, 치매·당뇨병·아토피성 피부염 등에 효과를 보이는 아연도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삼 열매가 비만·당뇨병 예방"
인삼 열매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진세노사이드Re'라는 인삼 열매의 독특한 사포닌이 당뇨병과 비만을 예방한다는 미국 시카고의대의 연구 결과가 2002년 미국 의학학술지 '당뇨병(Diabetes)'에 발표되면서부터다. 연구팀이 당뇨병에 걸리게 조작한 쥐에게 인삼 열매를 투여하자 공복 시 혈당 수치가 유의하게 감소됐다. 또한 실험용 쥐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체중이 감소했고 에너지 소비율은 증가했다. 연구팀은 "인삼 열매의 사포닌이 이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국내에서도 인삼 열매의 성분과 효능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조병구 한국인삼공사 인삼연구소 박사는 "최근 인삼 열매 씨앗에서 올리브유의 올레인산과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 물질을 발견했다. 이 물질을 활용하면 올리브유와 유사한 혈행 개선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박현 경희대 체대 교수팀이 쥐 45마리를 인삼 열매와 홍삼을 먹인 그룹과 아무 것도 먹이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탈진해 더 이상 달리지 못할 때까지 달리도록 실험한 결과, 인삼 열매와 홍삼을 먹은 그룹이 39분을 달려 다른 그룹의 23분보다 운동 시간이 1.7배 길었다. 운동할 때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피로 물질인 젖산의 대사와 배출도 인삼 열매와 홍삼을 먹은 쥐들이 빨랐다.
◆피부미용·노화방지에도 효과
인삼 열매의 사포닌은 주름을 개선하고 피부 탄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안덕균 뉴트렉스 한의원 원장은 "사포닌 성분에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며 "인삼 열매는 사포닌 성분과 함께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비타민E와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노화 방지 효과가 인삼 뿌리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인삼 열매 사포닌의 주 성분인 진세노사이드Re는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역할을 해 여성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한국인삼공사 인삼연구소는 인삼 열매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인삼 열매 비누와 목욕할 때 물에 풀어 쓰는 입욕제 등을 개발할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인삼 열매를 함유한 화장품은 설화수 자음생크림 등이 현재 시판되고 있다.
한동하 경원대 한의대 외래교수는 "보통 약용 식물은 줄기, 잎, 뿌리, 열매에 모두 약효가 있다고 보고 전초(全草)를 사용한다. 인삼 뿌리와 같이 치료적 효과는 기대할 수 없어도 인삼 열매에도 사포닌, 안토시아닌 등 기능성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에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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