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어연(仙漁淵)에 얽힌 전설
옛날에 어느 때인지는 모르나 마(馬)씨 성(姓)을 가진 노총각이 있었다. 그는 평생토록 남의 집 머슴살이로 곤한 생활을 하는 가운데 돈은 한 푼도 모을 수가 없었고 더욱이 장가조차 들지 못해 비관해 오다가 끝내는 죽어 버리기로 결심하였다. 어느날 그는 어스름 달밤에 선어대 높은 바위에 올라가 깊은 물 속으로 투신하려고 눈을 막 감으려는 순간. 바로 그때였다. 누가 등뒤에서 ‘총각님!’ 하면서 손목을 덮석 잡지를 않는가! 깜짝 놀란 마씨 총각은 고개를 돌려보니 예쁘고도 아름다운 미모(美貌)의 여인이었다.
“다 당신은 도 도데체 누 누구요?” 총각은 얼결에 말을 한다.
“총각님! 놀라시지 마세요. 소녀는 이 언덕 밑 소(沼)에 사는 인어(人魚)이 옵니다”
낭랑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자기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당장 큰 부자(富者)가 되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더욱더 그럴 것이 가난 때문에 죽기까지 결심한 처지(處地)라 부자가 된다는 말에 총각은 귀가 솔곳 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부탁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요?”
“지금 소녀는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려는 중인데 저위의 소에 또 한 마리의 용이 있어 소녀가 승천하려는 것을 번번히 방해를 하옵니다. 그래서 아무리 싸움을 하여도 승부가 나질 않아 여태껏 이러고 있습니다.
내일 여기서 소녀가 용으로 화하여 하늘로 나르려면 필시 임하용이 나타나서 방해를 할 것입니다. 소녀가 그용과 맞붙어 싸울 때 낭군님은 큰소리로 ‘야! 이놈아!’라고 소리만 쳐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임하룡은 그 소리를 듣고 한눈을 팔게 될 것입니다. 이때 내가 그를 물어 죽이면 나는 하늘로 올라 갈 수 있습니다.”
“좋소! 그렇게 하리다.” 머슴은 승낙을 했다.
이튿날 밤이 되어 머슴은 약속대로 물가 바위위로 나갔다. 갑자기 구름이 모이고 물이 용솟음 치더니 하늘로 날아가는 용이 보였다. 뒤이어 저 위에서 시퍼런 불덩이와 함께 하늘로 오르는 것이 보이더니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요란했다. 이 무시무시한 관경을 처음 본 총각 머슴은 고함이고 무엇이고 그만 그 자리에서 까무러치고 말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인어용이 무슨 소리가 날 것을 아무리 기다려봐도 기척이 없는지라 싸움을 멈추고 내려 와 보니 머슴은 저만치 기절해 있었다. 곁에서 한참 지켜보고 있었으나 좀처럼 깨어나지를 않으므로 얼굴에다 물을 품고 팔다리를 주물러 주었더니 그제야 겨우 살아났다.
“어찌된 일이 옵니까?”
“어찌되고 말고 싸움을 보다가 그만……”
‘사내 대장부가 그걸가지고 뭘!’ 하면서 처녀는 얼굴에 웃음을 먹음더니 “그럼 내일은 꼭 부탁합니다” 하고 사라졌다.
드디어 이튿날 밤이 되었다. 어느 때 쯤일까 싸움은 이제 절정에 달해 있었다. 그때다 총각은 있는 힘을 다하여 “야! 이놈아!” 하고 소릴 질렀으나 모기소리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보람이 있어 임하소의 용은 소리나는 방향으로 헛눈을 파는 순간 인어용이 재빨리 임하룡의 목덜미를 물어 뜯어 죽이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승부(勝負)는 끝이 났다.
어느새 사람으로 변한 인어용은 처녀로 머슴앞에 나타나 공손(恭遜)히 사례(謝禮)하였다.
“소녀는 이제 승천을 하겠아오니 낭군님은 시급히 짐을 꾸려서 뒷산 높은 봉으로 올라가 게시면 약속대로 부자가 되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머슴은 시키는 대로 서둘러 뒷산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순식간에 강물이 범람하여 마을은 잠기고 온 천지는 물바다로 변하였다.
이튿날 날이 밝자 수마가 스쳐간 자리는 넓은 들판으로 변해 있었다. 이리하여 머슴은 평생 소원이었던 많은 토지를 얻고 큰 부자가되어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전설로 인하여 지명이 생겼으니 마뜰(馬坪)이란 소지명은 마씨의 들이란 말에서 온 것이며 선어대는 인어가 사람으로 변해 올라왔던 대(臺)라는 뜻이며 용상(龍上)동이란 행정구역 명칭은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의미로 용 용(龍), 윗 상(上)자를 써서 오늘까지 전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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