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기화가거(奇貨可居) - 진기한 것은 미리 모아놓아야

難勝 2009. 10. 24. 04:45

기화가거(奇貨可居)

 

풀이 : 진귀한 물품들을 모아 두면 나중에 높은 값을 받고 판다는 뜻이다.

 

유래 : 중국 전국시대 말기에 조나라의 서울 한단에 장사하러 갔던 한나라의 큰 상인 여불위는 우연히 진나라의 태자 안국군인 자초가 볼모로 한단에 살면서 진나라로부터 그의 잊혀진 채 몹시 냉대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때, 여불위의 머리 속에 한 생각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기화가거 가히 사 놓을 만하다.’

여불위는 곧 자초를 찾아가 재치 있는 말솜씨로 그에게 진의 태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고 많은 돈까지 주어 가면서 후히 대접 했다. 그리고는 진나라에 돌아가 많은 돈을 뿌린 끝에 안국군의 부인 화양에게 접근하여 그녀를 통하여 안국군이 왕위에 오르면 자초를 불러들여 태자로 삼는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불위가 한단에 있는 그의 별장으로 자초를 초대했는데, 후한 대접을 받으며 자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다. 조희라는 절세의 무희를 만났는데, 이후 그녀가 옥동자를 낳았다. 이 아이의 이름이 정으로 나중에 진나라의 시황제(진시황)인데,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사마천의 [사기]에 의하면, 그 무렵, 조희는 여불위의정부로서 그의 씨를 뱃속에 담고 있으면서 자초에게 접근하여 그의 애인이 된 것이니 여씨 성을 가져야만 된다고 하였다.

기원전 257년에 진나라가 조나라를 치게 되었으므로, 볼모로 가 있는 자초의 신변이 위험했다. 그래서 여불위는 황금 600근으로 조나라 대신들과 감시자들을 매수한 다음 자초를 빼돌려 국경을 넘어 무사히 진나로 돌아가게 했다. 이 때 조회와 아들 정은 같이 탈출하지 못하고 민가에 숨게 되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후에 소양왕의 뒤를 이어 안국군이 왕위에 올랐으나, 여색을 너무 밝힌 끝에 왕위에 오른지 3일 만에 병으로 죽고 말았다. 그가 죽자 태자인 자초가 왕위를 계승했는데 이가 장리왕이다.

자초는 즉위하자마자 여불위를 승상으로 제수하고 문신후로 봉작하여 10만 호의 식읍을 내리고 지난날의 은혜에 보답 했다. 과연 기화가거로 지난날의 투자금을 모두 거두어 큰 돈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대국의 재상에까지 올라 부귀 영화를 한꺼번에 누리게 된 것이다.

장리왕은 재위 3년 후에 병사했는데 왕위를 계승한 사람이 13세된 정이다. 그가 바로 유명한 시황제인데, 여불위는 이 때도 숙부의 대우를 받으면서 계속 실권을 장악했으나 노애의 반란사건에 관계되어 벼슬에서 쫓겨난 2년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