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어린이를 위한 옛날이야기 한토막입니다.
구두쇠 집안
옛날 어느 마을에 구두쇠 집안이 있었단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할 것 없이 온 집안 사람들이 한결같이 돈을 아껴, 구두쇠 집안이란 별호가 붙어 있었대. 어느 날 이 마을에 생선 장수가 생선을 팔러 왔더래.
“생선 사려. 물 때 좋은 생선 사려.”
생선장수는 이 골목 저 골목을 외치며 다녔지. 이 소리를 듣자 구두쇠네 며느리가 골목으로 나갔더란다.
“생선장수, 어디 그 생선 좀 구경합시다.”
“네 네.”
생선 장수가 지게를 내려놓고 생선 상자를 그 며느리에게 보여 주었어. 구두쇠 집안의 며느리는 두 손으로 생선을 주물러주물럭 만지며 값을 묻고 흥정을 하는 척하더니, 비싸서 안 사겠다고 그만 물러서고 말지 뭐야.
몸이 단 생선 장수가 조금은 값을 깎아 준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쏜살같이 집으로 돌아왔더래.
구두쇠 집 며느리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까 생선을 만진 그 비릿한 손을 찌개 그릇에다 말끔히 씻어 넣어 찌개를 끓였단다.
이리하여 구두쇠 집 며느리는 그 찌개를 시아버지의 밥상에 놓아 드렸지. 그런데 시아버지가 그 찌개를 먹어 보더니, 맛이 있다고 하며 무엇을 넣었느냐고 며느리에게 물었대. 그러자 며느리는 아까 자기가 했던 그대로를 시아버지께 알려 드렸단다.
이 며느리의 이야기를 듣자 시아버지는 퍽 애석하다는 표정을 지었어.
“아뿔싸 아가야, 그 손을 찌개 그릇에 씻어 넣을 것이 아니라 우리 집 우물에다 씻어 넣을 것을 그랬구나.”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말뜻을 얼른 알아차릴 수가 없었단다.
“아버님, 왜 그 손을 우물에다 씻어 넣어야 해요?”
“응, 그 비릿한 손을 우리 집 우물에 씻으면, 일년 내내 고기 찌개를 먹을 수 있지 않느냐? 그러니 네가 손을 씻어 우물에다 안 넣고 찌개 그릇에다 넣은 것은 잘못이지. 에이 아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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