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사람과 수원 사람
옛날부터 개성 사람과 수원 사람은 규모 있고 인색하기로 이름이 나있었다. 개성 삶들은 대체로 치부를 잘할 뿐 아니라. 여자들도 살림을 알뜰히 잘 하여 낭비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개성 여자와 혼인을 하면, ‘살림은 틀림 없겠군’, ‘입이 들어왔다’라고들 해 왔다.
수원 사람 역시 살림에 빈틈이 없다고 전한다. 따지기를 잘 하고 경우를 엄격히 밝히며 절약에 있어서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으려든다. 어떤 사람들은 수원 사람들이 개성 사람보다 더 지독하다고도 한다. 아마 다음의 이야기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옛날 우연히 개성 사람과 수원 사람이 함께 길을 가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가는데, 짚신이 닳을까 염려 되어 둘 다 짚신을 허리에 차고 맨발로 길을 걸어가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 길을 가는데, 앞에서 이름 있는 가문의 규수가 이쪽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체면상 짚신을 신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짚신을 신었다. 그런데 개성사람은 짚신을 신고 몇발짝 걸어가다 규수 일행이 지나가 버리자 곧 짚신을 벗어 먼지를 털고 얼마나 닳았나 살펴보더니 다시 허리에 찼다.
반면 수원 사람은 길 옆에 멈춰 선 채 짚신을 신더니 먼 곳으로 두리번거리는 척하며 딴전을 피웠다. 그러다 일행이 지나기를 기다려 곧 짚신을 다시 벗어 먼지를 털고 허리에 차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개성 사람보다 수원사람을 더 인색하게 여겨 왔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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