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難勝 2009. 11. 20. 06:51

 

여름의 태양과 겨울의 태양이 다를 수는 없다. 그러나 겨울엔 태양이 낮게 보인다. 따라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겨울에는 거실과 방바닥에 길게 눕는다. 태양이 지구를 비추는 각도가 낮아져 생기는 현상이다.


햇빛과 지표가 이루는 각도가 낮아지면 태양으로부터 전해지는 열에너지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차가운 북서풍이 불면서 겨울의 기온은 더 떨어지게 마련이다. 겨울의 기온이 여름에 비해 크게 떨어지면서 추위가 몰려오는 이유다.


북반구 겨울은 대개 동지(冬至)에서 시작해 춘분(春分)이 오는 이듬해 3월 21일 끝난다. 북반구의 겨울 추위는 가혹할 때가 많다. 특히 난방의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던 과거에는 추위를 이기려는 다양한 노력이 펼쳐졌다.


마음이 추우면 겨울은 더 춥다. 과거 동양 사회에서는 마음으로부터 추위를 지우려는 이런 노력을 매화 그리기로 정착시켰다. 이른바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다. 중국에서는 뚜렷한 민속의 하나로 자리 잡았고, 조선의 선비들도 이를 즐겼던 기록이 많다.


내용인즉 이렇다. 겨울을 동지에서 시작해 이듬해 초봄까지의 81일로 간주했다. 각 9일을 아홉 번 지내면 봄이다. 그래서 나뭇가지에 81송이의 흰 매화를 그려놓고 매일 한 떨기씩 붉은색을 입혀 나간다. 매화 81송이가 붉은색으로 모두 입혀지면 봄은 어느덧 문 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매화를 그리기도 하지만 문자와 도형들을 그려놓고 색깔을 입히는 방식도 유행했다. 동지는 아홉을 아홉 번 세기 시작하는 날이라는 뜻에서 ‘수구(數九)’라는 별칭을 얻었고 곧 새해가 시작되는 희망으로 간주됐다.


이는 모진 추위에 주눅 들지 않으려는 마음의 자세다. 꽃이 하루하루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추위를 이기려는 ‘소한(消寒)’의 한 방법이다. 물리적인 환경에 움츠러들지 않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아 어려움을 이기려는 노력에 다름 아니다.


올해 닥친 한파도 만만찮다. 기온이 내려가는 것은 둘째로 치고, 한국 사회가 맞는 여러 환경이 혹한의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마음마저 움츠러들면 이 겨울은 더 추울 것이다. 동짓날 추워야 풍년이 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겨울을 잘 이기면 풍성한 수확이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과 기대를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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