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송(悟道頌)
1917년 12월 눈 덮인 설악산 오세암에서 만해는 겹겹이 쌓였던 의심 덩어리를 타파했습니다.
그는 ‘한 소리 크게 질러 삼천세계 깨뜨리니 눈 속에도 복사꽃이 펄펄 날린다(一聲喝破三千界 雪裡桃花片片飛)’고 오도송을 읊었습니다.
한국조폐공사가 출시한 ‘한용운 메달’에 새겨진 이 오도송에 오자가 발견돼 회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기에 되새겨보는 오도송 이야기입니다.
오도송(悟道頌) 이란 선승이 자신의 깨달음을 읊은 선시(禪詩)를 이르는 말로서 게송(偈頌)의 하나이다. 게송이란 불교의 가르침을 함축하여 표현하는 운문체의 짧은 시구를 말하는데, 본래 게와 송은 같은 의미이다.
게는 산스크리트 가타(gatha)의 음을 따서 만든 말이고, 송은 가타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게송을 게 또는 송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이 게송 중에서 고승이 자신의 깨달음을 노래한 것이 바로 오도송이다.
기록상 오도송을 가장 먼저 남긴 이는 조동종을 일으킨 동산양개(洞山良价:807∼869)이다. 《조당집》 제5권 〈운암화상장(雲岩和尙章)에 따르면, 양개가 개울을 건너다가 깨달음을 얻고 ‘동산과수(洞山過水)’라는 게송을 남겼다고 한다.
개울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문득 깨달은 바를 노래한 이 게송은 훗날 과수게(過水偈)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오도송은 양개의 경우처럼 뜻하지 않는 곳에서 깨달음을 얻을 때 남기는 경우가 많다.
참동계(參同契)》를 지은 석두희천(石頭希遷:700∼790)은 《조론(肇論)》이라는 책을 읽다가 ‘삼라만상의 진실을 깨닫고 자신으로 삼는 자는 오직 성인일 뿐이다’라는 오도송을 남겼다.
휴정(休靜:1520∼1604)은 전라북도 남원의 한 마을을 지나다가 닭 우는 소리를 듣고 깨달아 오도송을 남겼다고도 한다.
西山大師(서산대사) 휴정(休靜, 1520~1604)
千計萬思量 (천계만사량) 천가지 계획 만가지 생각들이
紅爐一點雪 (홍로일점설) 붉은 화로 위에 한 점 눈이로다
泥牛水上行 (이우수상행) 진흙 소가 물 위로 다니나니
大地虛空裂 (대지허공열) 대지와 허공이 다 찢어지도다
曉峰禪師(효봉선사 1888-1966)
吾說一切法 (오설일체법) 내가 말한 모든 법
都是早騈拇 (도시조병무) 그거 다 군두더기
若間今日事 (약간금일사) 오늘 일을 누가 묻는가
月印於千江 (월인어천강) 달 그림자 일천강에 비치리
仁坡禪師(인파선사)
樹樹皆生新歲葉 (수수개생신세엽) 나무마다 새해되면 새잎이 나지만
花花爭發去年枝 (화화쟁발거년지) 꽃은 언제나 묵은 가지에서 피네
故鄕千里眞消息 (고향천리진소식) 고향 천리 참 소식
今日明明的的知 (금일명명적적지) 이제 더욱 분명하게 알겠노라
高峰和尙(고봉화상)
七十八年歸故鄕 (칠십팔년귀고향) 일흔 여덟 살다가 고향 돌아가려니
山河大地盡十方 (산하대지진십방) 산하대지 어디나 다 내 고향 일세
刹刹塵塵皆我作 (찰찰진진개아작) 이 세상 모든 것 내가 만든 것이니
頭頭物物本眞鄕 (두두물물본진향) 보고 듣는 어느 것이 고향 아니랴
彦機禪師(언기선사) 편양 언기(鞭羊彦機 1581∼1644)
雲邊千疊嶂 (운변천첩장) 구름가엔 천겹의 번뇌 산봉우리요
檻外一聲川 (함외일성천) 해탈한 난간 밖엔 철철철 시원한 개울물 소리
若不連旬雨 (약불연순우) 만일 장마비가 아니였던들
那知霽後天 (나지제후천) 어찌 비 개인 뒤에 하늘을 알리
逍遙禪師(소요선사 / 중국)
解脫非解脫 (해탈비해탈) 해탈이라고 할 때 벌써 해탈은 아니로다
涅槃豈故鄕 (열반기고향) 열반인들 어찌 고향이랴
吹毛光爍爍 (취모광삭삭) 취모검 번득이는 빛에
口舌犯鋒鋩 (구설범봉망) 입대지 말라 혀 잘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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