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愣嚴經)에 이르기를,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난생(卵生)으로 태어날 확률이 높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태생(胎生)으로 태어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알에서 태어난 조류들은 시도 때도 없이 먹고 싼다.
그러나 태생으로 태어난 사람의 습관은 대체로 규칙적이며 대소변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본다.
다시 생각해보면 태생인 사람은 지나간 과거생에서든지 현생에서 익혀진 습관에 따라 살아가기가 쉽다. 그 습관은 수행으로 멸하거나 강력한 의지로 바꿀 수도 있지만 익혀진 선습이든 악습이든 습관에 따라 살아가기 쉬운 것이 태생의 인간이다.
유식(唯識)에서는 반복으로 익혀진 습(習)이 업(業)이라고 한다.
선습(善習)이든 악습(惡習)이든 무의식인 아뢰야식에 종자로 함장되어 있던 습기(習氣)가. 현생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육체가 죽어서 사대(四大)로 흩어지면 어떤 인연과 함께 다시 생(生)하는 후생(後生)에 다시 나타나는 것을 이시이숙(異時而熟)라고 한다. 이렇게 전생(前生)과 현생(現生)에서 익혀진 습(習)에서 파생한 관념, 선입견, 언행, 등에 집착하여 실지실견(實知實見)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무명이라고 하고,그 무명으로 일으킨 시비분별을 잣대로 삼아 잘못된 판단을 하는 오류을 범할 때가 많은 것이다.
소시(少時)적에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에이! 재수 더럽게 없네!”하고 입에서 절로 내 뱉었고, 이 나이가 되도록까지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에이! 재수가 더럽게 없네!”하는 푸념을 하고 또 넘어지면서 살아왔다.
저절로 내 뱉던 “에이! 재수 더럽게 없네!” 하는 말보다,
“앗! 내 잘못이다. 앞을 잘 살피지 않는 내 탓이로다!”
“내 탓이니까, 다음에 앞을 잘 살펴 걸으면 넘어지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깨달을 수는 없었을까?
내 잘못을 알고 바로 참회 했더라면 바로 고칠 수 있었는데, 긴 세월을 엉뚱한 것을 원인으로 탓하며 계속 잘못을 되풀이 했다는 후회가 된다.
두두물물 스승 아닌 것이 없다.
봄에 돋아나는 새싹도, 겨울에 떨어지는 낙엽도, 개울에 졸졸 흘러내리는 물도, 팔만대장경을 읽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것은 무명의 내 탓이다.
계를 지니는 자는 권계(勸戒)를 가르치고, 계를 파하는 이는 금계(禁戒)를 가르치는 스승이로되 어찌 시비(是非)를 입에 올릴 수 수 있으리요.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라고는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 밖에 없다.
모든 잘못은 내 업(業, 習)이 인(因)기에 “옴 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하고 참회하면 잘못을 고칠 수 있는 확연한 이치도 보지 못하면서 어찌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던가!
(펌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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