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맞지 않는 옷
남의 물건을 훔치는 데 귀신같은 재주를 가진 산도적이 있었다.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물건을 훔치는 데 재미를 붙인 산도적은 어느 날 삼엄한 경비를 뚫고 임금님의 창고에 있는 물건까지 훔쳐냈다. 그 가운데는 항상 임금님이 입는 옷도 있었다. 산도적은 그 옷을 입고 도적 노릇을 계속했다.
한편 창고에서 많은 물건을 잃어버린 임금님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임금님은 병사들을 풀어 그 도적을 잡아들이도록 했다.
도적은 의외로 쉽게 잡혔다. 임금님의 옷을 입고 도둑질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에 금방 드러났기 때문이다. 산도적을 포박해 압송해 오자 임금님은 친히 그를 심문했다.
"네가 입고 있는 옷은 누구의 옷이냐? 어디에서 훔쳤느냐?"
"이 옷은 절대 훔친 옷이 아닙니다. 저의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 입은 옷입니다."
"뭐라고? 할아버지 때부터라고?"
임금님은 기가 막혔다.
"그렇다면 종다. 그 옷을 벗었다가 다시 한번 입어 보아라. 만약 순서에 맞게 입는다면 너희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인정하겠다만, 제대로 입지 못한다면 훔친 것이 틀림없다."
산도적은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가 다시 입으려 했다. 하지만 그 옷은 본래부터 입었던 것이 아니므로 다리에 끼울 것을 팔에 끼고, 팔에 끼울 것을 허리에 감는 등 순서가 맞지 않았다.
"그 옷이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면서 어찌 입을 줄도 모르느냐? 그 옷은 확실히 도둑질한 것이 분명하다. 그 옷은 네 옷이 아니다."
도둑은 할 말이 없었다.
- 백유경에서 -
어울리지도 않고 몸에도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것도 없다. 종교적 수양을 쌓지 않은 사람이 법의(法衣)를 걸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고양이는 아무리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써도 고양이일 뿐이다. 품격에 맞지 않고 비싸기만 한 옷보다 입으면 척 어울리는 옷을 입을 줄 아는 사람이 정말 멋쟁이다.
어울리지도 않고 몸에도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것도 없다. 종교적 수양을 쌓지 않는 사람이 법의(法衣)를 걸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고양이는 아무리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써도 고양이일 뿐이다. 품격에 맞지 않는 비싸기만한 옷보다 입으면 척 어울리는 옷을 입을 줄 아는 사람이 정말 멋쟁이다.
거기다가 옷에 어울리는 인격까지 갖추어야 금상첨화(錦上添花) 바로 그 자체가 아닐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은 빨리 벗어버려야 나도 남도 편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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