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보낸 편지
“많은 이들이 나의 하루 일과 떠올리며 자신 돌아보는 시간 갖고 성불하기를”
나는 고타마 붓다, 세상 사람들이 석가모니 불세존이라 부르는 이요.
며칠 전 당신은 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는 편지를 보내왔소. 나의 하루 일과는 너무나 단조로워서 그리 흥미를 끌지 못할 것인데 내가 무얼 말해주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였소.
나는 대체로 아침에 해 뜨기 전에 눈을 뜨오. 그리고 밤사이 충분한 휴식으로 맑아진 눈을 들어 세상을 두루두루 살펴보오. 세상에는 단 한 순간도 끊이지 않고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소. 이른 아침 세상을 두루 살피면서 그날 꼭 내가 달려가야 할 곳을 찾아내는 것이 내 하루의 첫 번째 일과요.
그냥 내버려두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를 사람에게는 내가 서둘러 달려가오. 사람을 1000명 가까이나 죽이고 제 어머니에게마저 칼을 휘두르려던 앙굴리마라가 바로 그런 예요.
또는 자기가 너무 보잘 것 없어 차마 내게 다가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역시 내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오. 그러지 않고는 그들과는 절대로 만날 수 없기 때문이요.
하지만 평소 착하게 살아왔고 그 마음이 유순하고 열려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내게 찾아오도록 기다리기도 하오. 나의 가장 독실한 재가신자였던 급고독장자나 수행에 엄격하였던 가섭 비구 같은 이는 이른 새벽 인적이 뜸한 공동묘지에서 만나 마음을 주고받았던 이들이오.
전날 아침공양 약속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나의 탁발은 내가 그날 만나야 할 사람이 있는 곳으로 방향이 정해지오. 나는 언제나 맨발로 다니고 있소. 나와 만날 사람을 떠올리며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는 아침의 대지에 맨발을 내딛을 때의 그 기쁨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느낄 수 없을 것이오.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발우에 넣든 나는 개의치 않소. 그 자리는 나와 사람들이 만나는 거룩한 시간이기 때문에 음식에 신경을 쓸 수가 없소. 절에 돌아와 천천히 음식을 먹은 뒤에 제자들에게 법을 설하면 이것으로 나의 오전 일과는 대체로 끝이 나오.
어떨 때는 낮에 아주 잠깐 휴식을 취하기도 하오. 그리고 개운해진 마음으로 이번에는 출가제자들 중에 내 도움이 필요한 자들은 없는지를 관찰하오. 탁발을 하러 나갔다가 봉변을 당하거나 여자들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애를 먹는 아난에게 도움을 준 경우가 바로 이때요.
그렇게 뜨거운 한 낮이 지나면 하루 일과를 마친 재가신자들이 나를 찾아오는 시간이 되오. 고된 노동으로 지칠 대로 지친 이들을 만나면 내 가슴은 우정으로 넘쳐나오. 나는 대체로 삼보에 대한 믿음을 가꿀 것, 그리고 오계를 항상 기억하고 지킬 것, 쌀 한 톨이라도 이웃과 나눌 것, 선업을 지어서 천상에 태어나되 이런 일들은 다 지혜를 키우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내용의 법문을 재가신자들에게 들려주오.
재미있는 비유이야기도 들려주는데 그러면 법문을 어렵게 느끼던 사람들도 내 말 뜻을 금방 알아채곤 하오. 그리하여 마음이 크게 열리고 지혜가 향상되는 이들이 나오면 나는 그때를 기다려서 괴로움, 집기, 멸함, 괴로움을 멸하는 길의 사성제를 들려주오.
어느 덧 오후 6시 쯤 되면 이제 전적으로 출가 수행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오. 그들은 종일 명상과 깊은 사색을 통해 자신들이 나아간 경지를 내게 보고하거나 궁금한 내용을 묻기도 하오. 고요한 가운데 법의 대화가 오가는 그 정경은 정말 진지하고 거룩하기 그지없소.
밤10시가 되어 다들 자기 처소로 돌아가면 이제 나는 조용히 선정에 잠기는데 이때는 하늘의 신들이 내게 다가와 법문을 듣거나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시간이오.
내가 언제 잠드는지 궁금하오? 보통 새벽 2시부터 6시 사이가 나의 취침시간이기는 하지만 당신들처럼 잠꼬대를 하거나 악몽에 시달리지 않소. 나는 생각을 고요히 한군데 모아 선정 속에서 깊은 휴식을 취하고 있소.
나의 하루는 오로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에게 바른 길을 보여주는 것으로 다 채워지고 있소. 나는 이 일을 80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쉬지 않았소.
매년 4월8일 내 생일에는 변함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연등을 밝히고 있소. 그날만이라도 사람들이 나의 하루 일과를 떠올리며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랄 뿐이오.
그리하여 내가 부처 되었듯 그들도 속히 부처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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