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
29일 김태호 후보자가 국무총리직 사퇴 기자회견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말인데, 그 의미가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중국의 마오쩌둥 어록에 있는 '천요하우, 낭요가인, 유타거(天要下雨, 娘要嫁人, 由他去)', 즉 '하늘은 곧 비를 내리려고 하고, 어미는 시집을 가려고 하는 구나, 가게 놔둬라'라는 말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중국의 마오쩌둥이 린뱌오(林彪·임표)가 도망친다는 보고를 받고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린뱌오는 마오쩌둥의 재집권에 앞장섰던 인물로, 마오쩌둥의 공식 후계자가 되지만 오히려 마오쩌둥의 견제를 받게 됐다. 자신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위기를 느낀 린뱌오는 1971년 마오쩌둥 암살 계획을 세웠으나 발각돼 실패했고, 린뱌오는 가족과 함께 소련으로 망명하려 했다.
이때 마오쩌둥이 한 말이 바로 '천요하우, 낭요가인, 유타거'. 이 말의 정확한 취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오랜 동지였던 린뱌오와의 악화된 관계와 그가 떠나는 것을 돌이킬 수 있는 어떤 명분도 없다는 것을 한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도저히 방법이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따라서 김 후보자가 총리직 사퇴에 맞춰 이 같은 말을 남긴 것은 '사퇴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악화된 여론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후보자 사퇴' 밖에 없다는 것이다.
린뱌오와 김태호는 닮은 처지?
마오쩌둥과 린뱌오의 관계를 이명박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관계에 대입하면 좀 더 그럴 듯한 해석이 나온다.
린뱌오는 마오쩌둥에 의해 후계자로 지목되었는데, 김 후보자 역시 이 대통령에 의해 총리 후보로 발탁,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또 마오쩌둥을 암살하고 별도의 정부를 수립하려고 했다는 이른바 '린뱌오 사건'은 암살 계획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와 린뱌오가 탄 비행기의 추락 원인 등 많은 부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린뱌오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려고 중국 공산당 내 3대 세력 중 하나인 장칭(江靑·강청)이 이끄는 극좌파 견제를 시도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견제를 받게 됐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의 총리 후보 지명 과정에서도 이 같은 점을 찾아볼 수 있다. 한나라당 내 친박 진영에서 볼멘소리가 나왔고,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강력한 비판도 있었다. 특히 수도권 친이계의 반발이 거셌던 것은 당내 여론조사 등에서 김 후보자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며 대선주자로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려봄직한 상황에서 권력 내부로부터 강력한 견제를 받았다는 점이 마오쩌둥의 후계자로 지명된 린뱌오와 비슷한 것이다. 다만 린뱌오는 선제 공격을 했고, 김 후보자는 선제 공격을 당했다는 점이 다르다.
거기다 악화된 여론을 거스르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고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가게 놔둘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도,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는 넋두리 배경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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