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친구여, 술 한잔 드시게나! - 이태백과 장진주(將進酒)

難勝 2010. 10. 29. 07:47

 

 

이태백과 장진주(將進酒)

 

이태백은 술(酒)과 시(詩)로 대변되는 풍류(風流)만을 즐긴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그러한 행태이전에 실각(失脚)한 정객(政客)이었다.

나이 쉰다섯에 쿠데타라 할 수 있는 반정(反政)에 가담하여 실패하고, 겨우 죽음을 면하는 대신 귀양길에 올랐다가 사면(赦免)을 받기도 했다.

 

그는 천하를 가슴속에 담고 있었으나 펼치지 못했다.

그러한 연유에서인지 알 수 없으나, 초탈한 철학을 상회(上廻)하는 철학과도 같은 것을 시로 읊곤 했다.

 

그의 많은 작품중에 “장진주(將進酒)”라는 시가 있다.

장진주(將進酒)라는 말은 “한 잔 드시오”라는 뜻으로 보면 되겠다.

의기(意氣)가 투합되는 지인(知人)들과의 만남에서 술잔을 나누는 일은 단지 술 한 잔의 의미뿐이 아니라 열린 마음을 서로 나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君不聽 , 將進酒 . (군불청, 장진주)

又不見, 朝如靑絲募如雪. (우불견, 조여청사모여설)

鍾鼎玉帛不足貴 (종정옥백부족귀)

人生得意須盡歡 (인생득의수진환)

與爾同銷萬古愁 (여이동소만고수)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장진주(將進酒)를...

또한 보지 못했는가? 아침에 청사와 같던 머리가 눈처럼 하얗게 변한 것을...

(인생에 있어) 보배와 영화가 어찌 그리 귀한가?

모름지기 삶에 있어 기쁨은 마땅히 즐겨야 하노니,

그대들과 더불어 만고의 시름을 녹여 보리라.

 

세상의 속(俗)됨과 욕심(慾心)의 집착(執着)을 훌훌 털어 버리고 세월과 더불어 초연(超然)하게 살아가는 그의 삶이 엿보이는 싯귀이다.

 

군자(君子)는 학덕(學德)이 높고 수양(修養)이 깊어 타인의 존경을 받는 사람으로, 높은 학식(學識)과 덕행(德行)을 갖춘 유덕자(有德者)와,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유위자(有位者)를 모두 일컫는 사전적 의미의 말이다.

그러나 높은 학식을 갖추었거나 높은 관직에 올랐다고 하여 모두가 군자에 이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인호변(大人虎變), 군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소인위에 군자가 있고, 그 위에 대인이 있는 것을 말함과 동시에 그 수준(水準)과 행태를 말하는 것이다.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많은 동물들은 털갈이를 한다.

호랑이, 표범은 물론 주변에 있는 개에 이르기까지 그렇다.

호랑이와 표범이 그 털을 갈아입고 문양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을 두고, 잘못된 것에 대하여 선명(鮮明)하고 뚜렷한 태도로, 선(善)한 방향으로 옮겨가 행하는 것을 대인호변, 군자표변으로 비유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소인은 윗사람의 눈치만 살피면서 얼굴색을 수시로 바꾸는 혁면(革面)만을 할 뿐이다.

좀 더 강하게 표현하자면, 강한 사람앞에서 꼬리를 내리는 개처럼 얼굴색뿐 아니라 행동까지도 바꾸는 소인구변(小人狗變)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소오강호(笑傲江湖)”란 말도 있다.

온갖 술수와 음모가 난무하는 강호의 패권다툼을 자신만만하게 비웃으며 경멸한다는 뜻으로, 혼탁한 세상의 어떠한 권력과 자리에 구차하게 미련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정신의 원칙(原則)과 지조를 지키며 살아가는 삷에 대한 자세야 말로 군자의 표본(標本)이라 할 수 있다.

 

이제껏 반백(半白)을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궤변(詭辯)과 술수(術數)가 난무하는 세상은 처음 본다.

기존의 질서(秩序)와 정의(正義)마저도 근본적으로 부정(否定)하고 오직 그네들의 잣대로만 편협하게 저울질하고 멋대로 재단하고 있다.

자신들에 대한 반론을 경청하기는커녕 아예 눈과 귀를 막아놓고 신랄한 비판과 거침없는 저주(?!)까지도 해댄다.

오직 그들만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선(善)과 정의(正義)인 것처럼...

 

세파(世波)와는 무관하게 계절은 바뀌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에 제법 옷깃이 여미어 지고 속마음까지도 서늘한 냉기를 느끼는 만추지절(晩秋之節)에 마음이 통하는 지인과 따뜻한 술 한잔을 핑계로 가슴을 열어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다.

 

내 비록 대인이나 군자의 경지에는 못 미칠지라도 삶에 있어 상대방에 대한 의리(義理)나 배려(配慮)의 소중함이 그 무엇보다 우선(優先)한다고 믿기에...

 

친구여, 술 한잔 드시게나!

 

 

將 進 酒 (장 진 주)

 

君不見              [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海 [분류도해불부해] 바다로 바삐 흘러들어 다시 오지 못하는 것을.

又不見 [우불견] 또한 보지 못했는가.

古堂明鏡悲白髮 [고당명경비백발] 색창연한 집의 거울에 비친 (그대 어른의) 슬픈 백발을

朝如靑絲募如雪 [조여청사모여설] 아침에 청사와 같던 그 머리가 눈처럼 하얗게 변한 것을.

 

人生得意須盡歡 [인생득의수진환] 모름지기 삶에 있어 기쁨은 마땅히 즐겨야 하노니

幕使金樽空對月 [막사금준공대월] 술잔에 헛되이 달빛만 채워서야 되겠는가.

天生我材必有用 [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준 재능은 반드시 쓰임이 있고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산진환부래] 천금의 재물이 흩어져 없어져도 다시 돌아온다네.

 

烹羊宰牛且爲樂 [팽양재우차위락] 양을 삶고 소를 잡아 그렇게 즐겨 보세.

會須一飮三百盃 [회수일음삼백배] 한번 마시면 마땅히 삼백 잔은 마셔야 하지 않겠나.

岑夫子, 丹丘生  [잠부자, 단구생] 잠부자, 단구생이여.

將進酒, 君幕停  [장진주, 군막정] 한 잔 드시게, 그리고 잔을 놀리지 마시게.

 

與君歌一曲       [여군가일곡] 내 그대들을 위해 노래 한곡 하리다.

請君爲我側耳廳 [청군위아측이청] 청컨대 그대들은 내 곁에서 들어 주오.

鍾鼎玉帛不足貴 [종정옥백부족귀] 보배와 영화가 어찌 귀한가. (나는 부럽지 않네)

 

但願長醉不願醒 [단원장취불원성] 그저 취하여 오래도록 깨어나고 싶지 않을 뿐

古來賢達皆寂寞 [고래현달개적막] 예로부터 현인과 달인들은 모두 적막했으니

惟有飮者留基名 [유유음자유기명] 다만 술을 즐겨하는 자는 그 이름을 전하였소.

 

陳王昔日宴平樂 [진왕석일연평락] 옛날의 진왕은 평락전에서 연회를 베풀었고

斗酒十千恣歡謔 [두주십천자환학] 술 한말을 만금에 사서 호탕하게 즐겼다오.

                                                   (진왕은 조조의 아들 조식을 말한다.)

主人何爲言少錢 [주인하위언소전] 주인인 내가 어찌하여 돈이 적다고 하겠소이까.

且須沽酒對君酌 [차수고주대군작] 마땅히 내다 팔더라도 그대들과 대작을 하리다.

 

五花馬, 千金裘  [오화마, 천금구] 귀한 말과 흰 여우 가죽옷을

呼我裝出換美酒 [호아장출환미주] 아이를 불러 좋은 술로 바꿔 오게 하리니

與爾同銷萬古愁 [여이동소만고수] 그대들과 더불어 만고의 시름을 녹여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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