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똑같은 차림의 유치원 꼬맹이들이 단체관람을 왔다. 한참을 노는가 싶었는데 주차장에서 타고 왔던 버스를 기다리며 아장대고 있다. 저속으로 차를 몰아 지나치려는데 한 꼬맹이가 '저 차 이름이 뭔지 아니'하고 옆에 있는 꼬맹이에게 물었다. 내심 고물차이긴 해도 '무쏘'라고 대답해 주려니 했는데 웬걸 서슴치 않고 '똥차'라고 큰 소리로 답했다. 똥차라는 말에 스무남은명 되는 꼬맹이들이 와르르 웃어댔다.
똥차라!
차령 10년에다 전신에 상처투성이고 보면 심한 말은 아닌 셈이다. 그런가하면 내 차를 보고 어떤 이는 '노리에 독한 주인을 만나 고생이 심하다'고 위로까지 한 적이 있었으니 시쳇말로 쪽팔리기는 해도 부끄럽진 않았다.
부끄러운 마음은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맹자(孟子)의 사단설(四端說)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 <공손추편(公孫丑篇)>에 있는 사단설은,
무측은지심 비인야, 무수오지심 비인야, 무사양지심 비인야, 무시비지심 비인야.
측은지심 인지단야, 수오지심 의지단야, 사양지심 예지단야, 시비지심 지지단야
(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也, 無是非之心 非人也
惻隱之心 人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즉,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짐의 극치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절의 극치이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혜의 극치이다.
이 말은 맹자가 독창적으로 주창한 인성론으로 성선설(性善說)이라고도 한다.
이 중 사양하는 마음에 대하여는 황순원 선생이 생각난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소나기'의 작가인 선생은 문인단체 회장은 커녕 대학의 학과장 자리까지도 감당할 수 없다고 사양하고 문화훈장까지 본인 생전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자리 하겠다고 불을 본 부나비처럼 날뛰는 세상이고 보면 선생의 겸양이 새삼 그리워진다.
사단설 [四端說]
맹자가 성선설(性善說)에 바탕을 두고 주창한 인간의 본성에 관하여 학설을 말한다. 맹자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善)한 존재로, 덕(德)성을 높일 수 있는 4가지 기본적 품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의 근원을 이루는 측은(惻隱)ㆍ수오(羞惡)ㆍ사양(辭讓)ㆍ시비(是非)의 마음인 4단(四端)이라는 것이다. 한편, 맹자는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정치사상의 핵심으로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주장하였는데, 선(善)한 인간의 본성을 바탕으로 '인ㆍ의ㆍ예ㆍ지'의 마음을 넓혀 덕(德)을 완성하고, 이 덕행을 백성들에게 펼침으로써 왕도정치가 실현된다고 보았다.
ㆍ측은지심(惻隱之心) : 남을 사랑하여 측은히 여기는 마음 - 인(仁) - 사랑
ㆍ수오지심(羞惡之心) : 불의를 미워하는 마음 - 의(義) - 정의
ㆍ사양지심(辭讓之心) :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 - 예(禮) - 질서
ㆍ시비지심(是非之心) :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 - 지(智) - 지혜
'拈華茶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을 떠나 보내며 (0) | 2010.11.04 |
---|---|
삼국지의 차 이야기 (0) | 2010.11.01 |
연꽃 무아차(無我茶) (0) | 2010.10.30 |
내 살에 내가 박는 가시들 (0) | 2010.10.30 |
천강유수천강월(千江有水千江月) 만리무운만리천(萬里無雲萬里天) (0) | 2010.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