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誌)에서의 차 이야기
한(漢)나라 황제의 후손이며 三國誌의 주요인물인 유비(劉備)가 소년 시절에 중국(中國)의 강남(江南) 지방을 여행하던 중 한 여관에서 좋은 차(茶)를 팔고 있는 차 장수를 만났다.
유비는 문득 자기 어머니가 차를 매우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고 차를 사기로 마음먹고 차장수에게 찻값을 물으니 그 값이 엄청나게 비쌌다.
유비는 그만한 돈이 없었으므로 도저히 차를 사 가지고 갈 형편이 못 되었다.
그러나 효성이 지극했던 소년 유비는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겠다는 마음에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보도(寶刀)를 허리에서 풀어 주고 사정사정하여 한 종발의 차와 바꾸었다.
이윽고 여행을 마치고 유비가 고향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반갑게 아들을 맞아 주며 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르고 유비의 여행담을 들으면서 기뻐하였다.
유비가 어렵게 구한 차를 내놓으며 어머니를 위해 산 것이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차 항아리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좋은 차를 구해 왔다고 기뻐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차는 물이 좋아야 제 맛을 낼 수 있으니 내일 강 건너 좋은 샘물을 길어다가 달여 마시자면서 차 항아리를 소중히 간수하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본 유비는 여행의 피로도 잊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새벽, 어머니는 하인에게 강 건너 마을 샘터에 가서 물을 길어 오게 하는 한편 숯불을 피워 물을 끓일 채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차 항아리를 유심히 바라보던 어머니가 문득 유비에게 물었다.
'얘야 내가 노자도 넉넉히 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런 값진 차를 구해 왔느냐?'
어머니는 의아한 얼굴로 유비를 다그쳤다.
유비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음을 깨닫고 자초지종을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정색하고 말하였다.
'얘야, 네 성의는 고맙다만 그 칼은 우리 집의 소중한 가보이다. 더구나 그 칼은 네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실 때 네가 이 칼로써 검술을 익혀 대성하라고 신신당부한 유촉이었느니라. 그런데 어찌하여 그 유촉을 저버리고 그러한 경솔한 짓을 하였느냐!'
어머니는 유비의 경솔한 행동을 꾸짖으며 유비에게 명하였다.
'나는 이 차를 마시지 않을 것이니, 이 길로 당장 강남으로 가서 상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 칼을 돌려 받아 오너라!'
유비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곧 강남으로 가서 어렵게 상인을 수소문하여 보도를 되돌려 받았다고 한다.
유비가 살았던 때의 중국에서는 칼이라는 것은, 평소에도 중요하지만 특히 집을 떠나 여행을 할 때에는 자기 목숨을 지켜주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이렇게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을 바꾼, 어머니를 향한 효심어린 유비의 마음을 담은 차를 '유비차'라 하여 현대 녹차(綠茶)를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효심(孝心)을 되새기는 차(茶)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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