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牛行虎視(우행호시)

難勝 2010. 12. 3. 22:29

 

 

牛行虎視(우행호시)

 

스님들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앉아서 참선하는데 소비하지만 그에 비례해 많이 걷는다.

 

사실 스님들만큼 많이 걷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평생을 길 위에서 걷고 길 위에서 열반에 든 것처럼 불교의 수행자들은 걷는 것을 수행과 전법의 기본으로 삼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님들은 걸을 때도 엄격한 법도와 방식이 있다. 그리고 종류도 다양하다. 참선하다 중간에 일어나 가볍게 걷는 것부터 화장실이나 법당 예불 혹은 공양을 하러갈 때 단체로 걷는 방식이 따로 있으며, 법당 주변이나 산길을 산책할 때 걷는 법도 별도로 규정되어있다. 또 먼 길이나 마을에 들어갈 때는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엄격한 법도가 있다. 스님들은 걷는 것조차 수행이고 마음공부인 것이다.

 

스님들의 걸음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 우행호시(牛行虎視)다.

평소 몸가짐을 <소처럼 진중하고 호랑이처럼 깨어있어야 한다>는 선가(禪家)에 내려오는 경책인데, 수행자의 걸음걸이와 자세를 말하기도 한다. 즉 소처럼 조심스럽게 걷되 눈은 시퍼렇게 살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비문에는 스님에 대해

“스님은 또 위의를 잘 거두어 항상 우행호시(牛行虎視)로 지내시면서, 힘드는 일과 운력하는데 있어서는, 항상 대중에 앞서 솔선하였다”고 적혀있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도 우행호시 했다고 하니 이 같은 자세는 수행자들이 갖춰야할 최상의 자세임을 알 수 있다.

 

 

우행호시도(牛行虎視圖)

 

소를 타고 가는 목동의 그림이 있다.

목동은 대부분 피리를 불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광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림은 자주 보았다. 수화나 인상파의 그림들처럼 실제의 풍경을 그리기도 하지만 관념의 세계를 투과하여 그리는 그림들도 많다.

 

피리를 불고 가는 목동의 그림은 실제의 광경이라기보다는 관념의 세계에서 떠오른 이미지이다. 실제 광경보다는 그림을 더 많이 본 것에서 유추해서 확률적으로 보아도 그렇다.

소의 등을 타고 피리를 부는 목동은 눈을 감고 있는 반면에 소는 그 눈빛이 호랑이 눈처럼 날카롭다.

우행호시는 모든 사물이나 정황을 호랑이와 같은 날카로운 눈으로 통찰력 있게 직시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한 수행은 소걸음과 같이 느리게 한다는 말이며, 돈오점수는 먼저 깨달음을 얻은 연후에 깨달음의 실천인 닦음을 꾸준히 실천한다는 선오후수(先悟後修)의 다른 표현이다.

 

눈을 감은 목동은 목우자(牧牛子)라는 이름을 쓰기를 좋아했던 보조국사 지눌의 모습 그대로이고, 가늘게 들리는 피리소리는 세속의 삶과 고통에 찌들은 중생을 위로하려는 비원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마음속에 담고 있는 부처의 심성을 깨닫고 난 연후에 그 깨달음의 실천을 거울에 먼지가 앉지 않게 닦는 것과 같이 하라는 보조국사의 가르침이다.

 

보조국사가 즐겨 쓴 이름인 목우자(牧牛子)도 우행호시에서 연유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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