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명의 목우도
① 미목未牧 : 아직 기르지 못하다
목동이 검은 구름 속에 뒤덮인 검은 소를 잡으려고 괴로워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소와 목동의 갈등을 나타낸다.
猙獰頭角恣咆哮 犇走溪山路轉遙(쟁영두각자포효 분주계산로전요)
성난 뿔 쳐들고 멋대로 포효하며 산과 계곡 쏘다니니 길 더욱 멀어지네.
一片黑雲橫谷口 誰知步步犯佳苗(일편흑운횡곡구 수지보보범가묘)
한 조각 검은 구름 골짜기 입구에 걸리니 뉘라 알랴, 걸음마다 좋은 싹 해치는 걸.
② 초조初調 : 처음으로 다스리다
목동이 밖으로만 달리는 소에게 고삐를 잡아 매질함에 따라 검은 구름은 간 데 없고, 목동이 잡은 소는 코뚜레에서부터 조금씩 흰색으로 변한다. 처음으로 길들이는 것이며, 처음으로 믿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我有芒繩驀鼻穿 一廻奔競痛加鞭(아유망승맥비천 일회분경통가편)
내게 있는 고삐로 곧장 코를 꿰어서 한바탕 다투면서 아프도록 채찍질.
從來劣性難調制 猶得山童盡力牽(종래렬성난조제 유득산동진력견)
과거의 나쁜 성질 다스리기 어려운지 산동은 여전히 온 힘으로 당기네.
③ 수제受制 : 제약을 받아들이다
구름 속에 묻혔던 달이 나타나고 소가 목동의 말을 들어 목동의 공부하는 마음이 보다 한가롭게 되며 소는 머리가 희어진다. 이것은 끝없는 닦음으로 자기를 이겨나가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漸調漸伏息犇馳 渡水穿雲步步隨(점조점복식분치 도수천운보보수)
점점 조복調伏되면서 날뛰던 것 그치니 물 건너고 구름 넘어도 걸음걸음 뒤따른다. 手把芒繩無少緩 牧童從日自忘疲(수파망승무소완 목동종일자망피)
손에 쥔 고삐 잠시도 늦추지 않으니 목동은 종일토록 저절로 피로 잊네.
④ 회수廻首 : 머리를 돌리다
목동은 밧줄을 잡아 소를 버드나무에 동여매고 자신을 돌이켜보아 반조返照공부를 한다.
日久功深始轉頭 顚狂心力漸調柔(일구공심시전두 전광심력점조유)
갈수록 공功 깊어져 처음으로 머리 돌리니 미친 듯 날뛰던 마음 부드럽게 되어간다.
山童未肯全相許 猶把芒繩且繫留(산동미긍전상허 유파망승차계유)
하지만 산동山童은 아직 마음 놓을 수 없어 여전히 고삐로써 잡아매어 두는구나.
⑤ 순복馴伏 : 길이 들다
소에게 고삐가 필요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자신에게 채찍을 가하지 않아도 수행이 저절로 된다.
綠楊陰下古溪邊 放去收來得自然(녹양음하고계변 방거수래득자연)
푸른 버들 그늘 밑 옛 시냇가에 놓아 보내고 거두어들임이 저절로 그러하네.
日暮碧雲芳草地 牧童歸去不須牽(일모벽운방초지 목동귀거부수견 )
해질녘 구름 푸른 방초芳草의 땅으로 목동은 돌아가나 고삐가 필요 없네.
⑥ 무애無碍 : 걸림이 없음
소가 쉬고 목동도 편안하여 한 가지 걸림도 없는 상태에 안주하며 편안히 피리를 불고 있다.
露地安眼意自如 不勞鞭策永無拘(노지안안의자여 부로편책영무구)
맨 땅에서 편히 자니 뜻이 절로 따르고 채찍질 없어도 영원토록 걸림 없네.
山童穩坐靑松下 一曲昇平樂有餘(산동온좌청송하 일곡승평락유여)
산동은 푸른 소나무 아래 편히 앉아 태평가를 부르니 즐거움이 넘치누나.
⑦ 임운任運 : 흐르는 대로 맡김
목동은 잠이 들고 소는 임의로 풀을 뜯고 있다. 이미 자기로 돌아간 소는 자유롭게 유희하여도 목동을 떠나지 않는다.
柳岸春波夕照中 淡烟芳草綠茸茸(유안춘파석조중 담연방초녹용용)
버들 언덕 봄 물결 석양 속인데 아지랑이 풀밭에는 녹음이 짙네.
饑飡渴飮隨時過 石上山童睡正濃(기손갈음수시과 석상산동수정농)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며 때에 맡겨 지내나니 바위 위의 산동은 졸음 진정 깊어라.
⑧ 상망相忘 : 둘 다 잊음
서로 잊음이니 이는 곧 구름 위에 소와 사람이 함께 무심히 하늘 한가운데에 떠오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목동과 소가 서로 승화되어 무심無心과 무아無我에 달하였다.
白牛常在白雲中 人自無心牛亦同(백우상재백운중 인자무심우역동)
흰 소는 늘 흰 구름 속에 있고 사람 절로 무심한데 소 또한 그러하네.
月透白雲雲影白 白雲明月任西東(월투백운운영백 백운명월임서동)
달이 흰 구름 속을 투과하니 구름 그림자 하얗고 흰 구름 밝은 달은 동으로 갔다 서로 갔다.
⑨ 독조獨照 : 홀로 비춤
홀로 비추니 유희삼매의 경지이다. 소는 사라졌고 소가 없으므로 나도 더 이상 목동이 아니다.
牛兒無處牧童閑 一片孤雲碧嶂間(우아무처목동한 일편고운벽장간)
소 없는 곳에서 목동은 저절로 한가롭고 푸른 봉우리 사이엔 한 조각 외로운 구름,
拍手高歌明月下 歸來猶有一重關(박수고가명월하 귀래유유일중관)
밝은 달 아래 손뼉치고 소리 높여 노래하니 고향에 돌아와도 한 겹 관문 남았어라.
⑩ 쌍민雙泯 : 둘 다 소멸함
소도 사람도 함께 없는 가운데 오직 일원상一圓相만 남아 있다. 이는 곧 사람도 소도 간 곳 없는데 진리만 남아 있어서 진리와 함께 하는 가운데 자유를 얻음이다.
人牛不見杳無踨 明月光寒萬象空(인우부견묘무종 명월광한만상공)
사람도 소도 보이지 않고 자취마저 없는데 밝은 달빛 차가우니 만상萬象이 비었구나.
若問其中端的意 野花芳草自叢叢(약문기중단적의 야화방초자총총)
이 가운데 명백한 뜻 물어본다면 야화방초野花芳草는 저절로 무성타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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