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허깨비 같은 인생 空과 無로 돌아가고 - 도연명의 歸園田居(귀원전거)

難勝 2010. 12. 13. 06:42

 

 

 

歸園田居(귀원전거)

                                                - 전원으로 돌아와서 陶淵明(도연명) -

 

1

少無適俗韻(소무적속운)      어려서부터 세속에는 관심이 없고

性本愛丘山(성본애구산)      본디 천성은 자연을 사랑하였다네.

誤落塵網中(오락진망중)      어찌 잘못하여 세속에 빠져서는,

一去三十年(일거삽십년)      불현듯 삼십년이 흘러가 버렸구나.

 

羈鳥戀舊林(기조연구림)      조롱속의 새는 옛 숲을 그리워하고,

池漁思故淵(지어사고연)      연못 속의 고기는 태어난 못을 생각하는도다.

開荒南野際(개황남야제)      남쪽 들 가장자리 황무지 일구며,

抱拙歸園田(포졸귀원전)      조촐하게 살려고 전원으로 돌아왔다.

 

方宅十餘畝(방택십여무)      네모난 집 터는 약 십여무,

草屋八九間(초옥팔구간)      초가집은 여덟아홉 칸.

楡柳蔭後檐(유류음후첨)      느릅나무 버드나무 뒷마당 처마를 덮고,

桃李羅堂前(도리라당전)      복숭아 자두나무 앞마당에 늘어섰구나.

 

曖曖遠人村(애애원인촌)      사람 사는 동네와는 아스라이 멀었으니,

依依墟里煙(의의허리연)      멀리 마을에선 아련히 연기 오르네.

狗吠深巷中(구폐심항중)      동구 밖 저 멀리선 개 짖는 소리,

鷄鳴桑樹顚(계명상수전)      뽕나무 꼭대기에선 닭 우는 소리 들린다.

 

戶庭無盡雜(호정무진잡)      집안에는 번잡한일 없고,

虛室有餘閒(허실유여한)      텅 빈방에는 한가함만 여유롭구나.

久在樊籠裏(구재번롱리)      오랫동안 새장 속에 갇혀 살다가,

復得返自然(부득반자연)      이제야 자연으로 다시 돌아왔구나.

 

 

2

野外罕人事(야외한인사)      들녘 외진 곳이니 세속일은 드물고,

窮巷寡輪鞅(궁항과륜앙)      길 또한 궁벽하니 오가는 차마도 없다.

白日掩荊扉(백일엄형비)      대낮에도 싸립문 걸어 닫아놓고,

虛室絶塵想(허실절진상)      텅 빈방 안에서 속세생각 끊었다.

 

時復墟曲中(시부허곡중)      때때로 산허리 돌아가는 길에,

披草共來往(피초공래왕)      풀 섶 헤치고 왕래하는 사람 만나고야.

相見無雜言(상견무잡언)      서로 보고도 다른 잡다한 말 하지 않고,

但道桑麻長(단도상마장)      뽕과 삼 크는 일만 얘기한다네.

 

桑麻日已長(상마일이장)      뽕과 삼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我土日已廣(아토일이광)      내 땅도 하루가 다르게 넓어지는구나.

常恐霜霰至(상공상산지)      항상 염려스러운 건 서리와 우박 내려,

零落同草莽(영락동초망)      시들어 잡초 될까 그것이 걱정이네.

 

 

3

種豆南山下(종두남산하)      남산아래에다 콩을 심었거니,

草盛豆苗稀(초성두묘희)      잡초만 무성하고 콩은 드물다.

晨興理荒穢(신흥리황예)      새벽같이 일어나 풀 뽑고 잡초 매어,

帶月荷鋤歸(대월하서귀)      달빛을 벗하고야 호미 메고 집으로 오네.

 

道狹草木長(도협초목장)      길은 좁고 수풀은 무성하여,

夕露沾我衣(석로첨아의)      저녁이슬에 내 옷이 다 젖는구나.

衣沾不足惜(의첨부족석)      옷이야 젖은들 애석할 것 없지만,

但使願無違(단사원무위)      다만 내 원하는바 어긋나지 말았으면.

 

 

4

久去山澤遊(구거산택유)      오랜만에 산과 연못을 거닐며,

浪莽林野娛(낭망임야오)      우거진 숲과 들판을 마냥 즐긴다.

試携子姪輩(시휴자질배)      어린 자식과 조카들 손에 손잡고,

彼榛步荒墟(피진보황허)      잡목 헤치고 나가보니 황폐한 옛 집터 보인다.

 

徘徊丘壟間(배회구롱간)      언덕과 언덕사이를 배회하는데,

依依昔人居(의의석인거)      예전에 사람 살던 거처가 어렴풋하다.

井조有遺處(정조유유처)      우물과 부엌 터 흔적만 남아있고,

桑竹殘朽株(상죽잔후주)      뽕나무 대나무는 썩은 그루터기만 남았다.

 

借問採薪者(차문채신자)      지나가는 나무꾼에 이를 묻고는,

此人皆焉如(차인개언여)      여기 살던 사람들 어찌되었소?

薪者向我言(신자향아언)      나무꾼 나보고 말하기를,

死沒無復餘(사몰무복여)      모두들 죽고 남은 이 없다네.

 

一世異朝市(일세이조시)      한 세대에 세상 뒤 바뀐다 하더니,

此語眞不虛(차어진불허)      이말 진정 허언이 아니구나.

人生似幻化(인생사환화)      인생살이 모두가 허깨비 같다더니,

終當歸空無(종당귀공무)      끝내는 空과 無로 돌아가는구나.

 

 

5

悵恨獨策還(창한독책환)      슬프고 비감하여 홀로 돌아오는데,

崎嶇歷榛曲(기구역진곡)      험하고 잡초 우거진 골로 돌아왔다.

 

山澗淸且淺(산간청차천)      산골짝 시냇물은 얕지만 맑아서,

遇以濯五足(우이탁오족)      내 발을 씻기 알맞도다.

漉我新熟酒(녹아신숙주)      갓 익은 새 술 걸러내어,

雙鷄招近局(쌍계초근국)      닭 두 마리 잡아 이웃을 초청했다.

 

日入室中闇(일입실중암)      해지고 방안 어두워지고,

荊薪代明燭(형신대명촉)      싸리나무 불 붙여 촛불을 대신한다.

歡來苦夕短(환래고석단)      기쁨이 온듯하다 밤이 짧아 괴롭더니

已復至天旭(이복지천욱)      어느 사이 하늘에는 아침 해 떠있다.

 

도연명(365~427): 자는 연명, 또는 원량(元亮). 이름은 잠(潛).집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 심어두고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칭하다.

 

강서성(江西省) 구강현(九江縣) 시상(柴桑)출생. 그의 증조부가 서진(西晉)의 명장 도간(陶侃)이며, 외조부가 당시 동진(東晋)의 명사 맹가(孟嘉)였다고 하는데, 그의 부친은 이름 없는 선비에 불과하여 아직까지도 그 이름을 알 길 없을 정도로 그의 어린시절은 그리 풍족치 못한 한미한 가정에서 자랐다.

 

29세 때 처음 관직으로 미관말직인 주(州)의 좨주(祭酒)가 되었지만 곧 사임하고 그 후 군벌항쟁의 세파에 시달리며 한직에 머물다 41세시 누이의 죽음을 빌미로 팽택현(彭澤縣) 현령을 끝으로 평소에 늘 그리던 전원생활로 돌아갔다.

 

바로 팽택현 현령 사임사(辭任辭)가 바로 그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이다.

 

그 후 향리에서 전원생활로 일생을 스스로 괭이 들고 농사지으며 가난과 병으로 괴로운 나날 중에도 시작 게을리 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우러나는 자연주의 전원시의 대가로 자리매김하면서 62세의 일기로 생애를 마쳤다.

 

그의 주요작품으로 이시 (귀원전거)외 (오류선생전)(도화원기)(귀거래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