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장아함경 제二권
제一분(分) 유행경(遊行經) 제二초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라아자그리하 기사굴산에서 큰 비구의 무리 천 二백 五十인과 함께 계셨다.
때에 마가다[摩竭]국의 왕 아사세는 발지(跋祗)국을 치고자 했다. 왕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비록 저 나라 사람이 용맹스럽고 건장하며 많고 강하다 하더라도 나로서 저들을 쳐 빼앗기는 어려울 것 없다’고 생각했다. 때에 아사세왕은 바라문으로 대신인 우사(禹舍)에게 명령했다.
“너는 기사굴산에 계시는 세존께 나아가 내 이름으로 세존의 발에 예배한 뒤 세존의 기거(起居)가 가볍고 편하시며 걸음 걸으시기도 건강하신 가고 문안 드려라. 그리고 다시 세존께 여쭈어 보아라. ‘발지국 사람들은 스스로 용맹스럽고 건장하며 부강한 것을 믿고 내게 순종하지 않으므로 나는 그것을 치고자 하오니 혹시 세존께서는 무슨 가르침이 있으신가’고. 무슨 가르치는 말씀이 있으시거든 너는 그것을 기억해 잊지 말고 들은 그대로 내게 와 말하라. 여래의 말씀은 허망하지 않느니라.”
대신 우사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수레를 타고 기사굴산으로 갔다. 수레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수레에서 내려 걸어갔다. 세존께 나아가 문안을 드린 뒤 한 쪽에 앉아 여쭈었다.
“마가다의 왕 아사세는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다시 은근히 문안을 드립니다. 기거가 가볍고 편리하시며 걸음 걸으시기도 건강하십니까.”
또 세존께 여쭈었다.
“발지국 사람들은 스스로 용맹스럽고 건장하고 부강한 것을 믿고 제게 순종하지 않으므로 저는 그것을 치고자 하오니 혹시 세존께서는 무슨 가르침이라도 있으시옵나이까.”
그 때 아난(阿難)은 세존 뒤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에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발지국 사람들이 자주 자주 모임을 가져 서로 바른 일을 의논한다고 들었는가.”
아난은 대답을 사뢰었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和順)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아무도 침노할 수 없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의 임금과 신하는 서로 화순하고 윗사람 아랫사람이 서로 공경한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이 법을 받들어 금기(禁忌)할 바를 알고 예도(禮度)를 어기지 않는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발지국 사람들은 부모를 효도로 섬기고 어른을 공경하여 순종한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은 종묘(宗廟)를 공경하여 귀신에게 정성 드린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의 가정의 여자들이 바르고 참되며 깨끗하고 더러움이 없어 비록 웃고 농담하는 데 있어서도 그 말이 음란한 데 미치지 않는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은 사문을 높여 섬기고 계(戒)를 가지는 사람을 존경하여 보호하고 공양하기를 일찍 게으른 일이 없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때에 대신 우사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나라 백성들이 비록 한 가지 법을 행하더라도 오히려 도모할 수 없겠거늘 하물며 일곱 가지를 맞춤에 있어서이겠습니까. 저는 나라 일이 많기 때문에 우선 하직을 사뢰고 돌아가겠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마땅히 때를 알라.”
때에 우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공손히 읍(揖)하고 물러갔다. 그가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라아자그리하의 좌우에 있는 모든 비구들을 강당에 모이게 하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하고, 아난은 나열기성으로 가서 모든 비구들을 모두 강당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모든 비구들은 다 강당에 모였습니다. 오직 부처님은 때를 아소서.”
그 때에 부처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가셨다. 자리에 앉자 곧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七 불퇴법(不退法)을 연설하리라. 자세히 들어 잘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예, 세존이시여 즐겨 듣기를 원하나이다.”
부처님은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七 불퇴법이란 무엇인가. 一은 자주자주 서로 모여 정의(正義)를 강론(講論)하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그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二는 위, 아래가 화동(和同)하여 서로 공경하고 순종해 어기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三은 법을 받들어 금기할 바를 알고 그 제도(制度)를 어기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四는 만일 비구들이 힘써 많은 스승과 벗들을 보호하고 그것을 존경해 섬기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五는 바른 생각을 지켜 가지고 효도와 공경을 으뜸으로 삼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六은 음욕을 떠난 깨끗한 행(行)을 닦고 본능을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七은 남은 먼저로 하고 나를 뒤로하여 이름과 이익을 탐하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는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은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七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一은 일이 적은 것을 즐겨 하고 일을 많이 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곧 법은 더하고 자라나, 줄거나 닳아지지 않을 것이다. 二는 침묵하기를 즐겨 하고많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三은 잠을 적게 자고 잠의 쾌락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四는 패거리를 만들어 쓸데없는 일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五는 아무 덕이 없으면서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 것이다. 六은 악한 사람과 짝하지 않는 것이다. 七은 산이나 숲 속의 한적한 곳에서 혼자 있기를 즐기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렇게 하면 법은 더하고 자라 줄거나 닳아지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은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七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아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七이라고 하는가. 一은 믿음을 가져라. 여래의 지진(至眞), 정각(正覺) 등의 十호(號)의 두루 갖추었음을 믿어라. 二는 부끄러움[慙]을 알라. 자기가 지은 죄를 스스로 부끄러워하라. 三은 부끄러워[愧]할 줄을 알라. 자기의 지은 죄를 남에게 대하여 부끄럽게 생각하라. 四는 많이 듣는 것이니 자기의 들은 바 상선, 중선, 하선(上, 中, 下善)의 의미가 맑고 조촐해 더러움이 없는 깨끗한 행(行)을 갖추어라. 五는 고행(苦行)을 부지런히 힘써 악을 없애고 선을 닦아서 부지런히 익혀 버리지 말라. 六은 옛날에 공부한 것을 잘 기억하여 잊지 말라. 七은 지혜를 닦아 익히어 나고 멸하는 법을 알고 성현(聖賢)의 도(道)에 나아가 모든 괴로움의 근본을 끊어라. 이러한 것이 일곱 가지 법이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다른 七법이 있으니 법으로 하여금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七이라 하는가 一은 부처님은 존경하는 것이다. 二는 법을 존경하는 것이다. 三은 스님을 존경하는 것이다. 四는 계율을 존경하는 것이다. 五는 정(定)을 존경하는 것이다. 六은 부모를 존경하고 거기에 순종하는 것이다. 七은 방일하지 않는 사람을 존경하는 것이다. 이러한 七법은 곧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七법이 있다. 이것은 곧 법을 더하고 자라나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七법이라고 하는가. 一은 내 몸의 깨끗하지 못함을 관찰하는 것이다. 二는 음식의 깨끗하지 못함을 관찰하는 것이다. 三은 세상을 즐겨 하지 않는 것이다. 四는 항상 죽음의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五는 무상(無常)하다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六은 무상은 괴로움이라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七은 괴로움은 <나>가 없다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七법이다. 이것은 곧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七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七법이라고 하는가. 一은 염각의(念覺意)를 닦는 것이니 한가하고 고요해 욕심이 없어 뛰어 나는 길을 닦아 인연을 짓지 않는 것이다. 二는 법각의(法覺意)를 닦는 것이다. 三은 정진각의(精進覺意)를 닦는 것이다. 四는 희각의(喜覺意)를 닦는 것이다. 五는 의각의를 닦는 것이다. 七은 호각의(護覺意)를 닦는 것이다. 이러한 七법은 곧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六 불퇴법(不退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六이라 하는가. 一은 몸은 항상 자비를 행하여 중생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二는 입은 인자한 말을 하고 악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三은 뜻은 자비로운 마음을 생각해 파괴하고 손해 지우려는 생각을 품지 않는 것이다. 四는 깨끗한 재물을 얻어 여럿과 함께 나누어 평등하여 차별이 없는 것이다. 五는 성현의 훈계를 받아 빠뜨림이 없고 또 때묻고 더러움이 없이 굳게 믿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六은 성현의 도(道)를 알아 그것으로써 괴로움을 아주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六법은 곧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六 불퇴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一은 부처님을 생각[念]하는 것이다. 二는 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三은 스님네를 생각하는 것이다. 四는 계율을 생각하는 것이다. 五는 보시(布施)를 생각하는 것이다. 六은 하늘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 六념(念)을 닦으면 법은 더하고 자라나 줄거나 닳음이 없을 것이다.”
그때 세존은 라아자그리하에서 자유로이 계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다 위의를 갖추어라. 나는 죽원(竹園)으로 가고자 한다.”
“예.”
하고 대답한 뒤, 곧 옷과 바루를 챙겨 여러 대중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마가다를 둘러 죽원에 도착하셨다. 세존은 당상(堂上)에 올라 자리에 앉으사 모든 비구들에게 계, 정, 혜(戒,定,慧)에 대해 말씀하셨다.
“계를 닦아 정을 얻음으로써 큰 과보(果報)를 얻는다. 정을 닦아 지혜를 얻음으로써 큰 과보를 얻는다. 지혜를 닦아 마음이 깨끗해져 등해탈(等解脫)을 얻는다. 그래서 三루(누) 곧 욕(慾)의 누, 유(有)의 누, 무명(無明)의 누를 멸해 다하고 해탈을 얻어 해탈의 지혜가 생긴다. 거기는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깨끗한 행(行)이 이미 서로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해 다시는 다음의 생(生)을 받지 않는다.”
그 때 세존은 죽원에서 자유로이 계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다 위의를 갖추어라. 나는 파아탈리푸트라[巴陸弗城]로 가고자 한다.”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한 뒤, 곧 옷과 바루를 챙기어 여러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마가다를 둘러 파아탈리푸트라에 이르러 파아탈리나무 밑에 앉으셨다. 때에 많은 남자 신도들은 부처님이 대중과 함께 멀리서 이 파아탈리나무 밑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모두 성에서 나와 파아탈리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용모는 단정하고 六근(根)이 고요하기 제일이었다. 마치 큰 용(龍)이 물이 맑기 때문에 티끌이나 때가 없는 것 같았다. 三十二 상(相)과 八十 종호(種好)는 그 몸을 장엄했다. 신도들은 그것을 보고 마음에 기쁨이 넘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그 때 부처님은 그들을 위하여 점차로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그들을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모든 신도들은 설법을 듣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희들은 부처님과 법과 스님께 귀의(歸依)하고자 합니다. 원컨대 가엾이 여겨 허락하시어 우바새로 삼아 주소서. 지금부터는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 계(戒)를 받들어 가지겠나이다. 내일은 공양하고자 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과 함께 자비를 베풀어 돌보아 주소서.”
그 때 세존은 침묵으로써 허가하셨다. 모든 신도들은 부처님의 침묵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들은 곧 여래를 위하여 큰 강당을 지어 계실 곳을 마련하고 물 뿌려 소제하고 향을 사르며 자리를 깔아 모든 공양의 준비가 끝났다. 그들은 곧 세존께 나아가 여쭈었다.
“모든 준비는 다 갖추어졌습니다. 오직 성자(聖者)는 때를 알으소서.”
그 때 세존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를 입고 바루를 드시고 대중들과 함께 강당으로 나아가셨다. 거기서 손발을 씻으시고 그 복판에 앉으셨다. 때에 모든 비구들은 왼쪽에 앉고 모든 신도들은 오른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모든 신도들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사람이 계를 범함으로써 다섯 가지 손해가 있다. 무엇을 다섯이라 하는가. 一은 재물을 구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二는 비록 얻은 것이 있더라도 날로 점점 없어진다. 三은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 못한다. 四는 추한 이름과 나쁜 소문이 천하에 퍼진다. 五는 목숨을 마쳐 죽은 뒤에는 지옥에 들어간다.”
부처님은 또 모든 신도들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사람이 계를 가짐으로써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무엇을 다섯이라 하는가. 一은 모든 구하는 것은 뜻대로 된다. 二는 자기가 가진 재산은 더욱 불어 손해 되는 일이 없다. 三은 가는 곳마다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四는 좋은 이름과 착한 칭찬이 천하에 두루 퍼진다. 五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때에 밤은 벌써 반이 되었다. 부처님은 여러 신도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제 그만 돌아가라.”
모든 신도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그 발에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 때 부처님은 이른 새벽에 고요하고 한가한 곳으로 나아가셨다. 거기서 하늘눈[天眼]이 맑고 트이어 모든 큰 하늘신[天神]들이 각각 영토를 차지하는 것을 보시고 가운데 신과 아래 신들도 각각 영토를 차지하는 것을 보셨다. 그 때 부처님은 곧 강당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으셨다. 세존은 때를 아시고 아난에게 물으셨다.
“누가 이 파아탈리푸트라성을 지었는가.”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것은 우사 대신이 쌓았습니다. 이것으로써 발지국을 막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성을 쌓은 사람은 바로 하늘 뜻을 얻었다. 내가 새벽에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나가 하늘 눈으로써 보매 모든 큰 하늘 신은 각각 영토를 차지하고 중간 신과 아래신도 각각 영토를 차지했다. 아난아, 마땅히 알라. 모든 큰 하늘 신이 차지한 영토에는 사람이 거기 살면 크게 안락하고 불꽃처럼 성하리라. 중간 신이 차지한 곳은 중간 사람이 살 곳이요, 아래신이 차지한 곳은 아랫사람이 살 곳이다. 공덕이 많고 적음을 따라 각각 그 사는 곳이 다를 것이다. 아난아, 여기는 현인(賢人)이 사는 곳, 여기는 상인(商人)이 모이는 곳, 이렇게 나라의 법은 진실하여 속임이 없는 것이다. 이 성은 가장 훌륭하여 모든 나라들이 높이는 바로서 아무도 파괴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랜 뒤에 이 성이 파괴되려 할 때에는 반드시 三사(事)가 있을 것이다. 一은 큰 물, 二는 큰 불, 三은 나라 안의 사람이 나라 밖의 사람과 서로 음모할 것이다. 그 때에는 이 성이 부서질 것이다.”
때에 파아탈리푸트라성의 모든 신도들은 밤을 새워 공양을 준비했다. 그래서 때가 되자 부처님께 여쭈었다.
“음식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성자께서는 때를 아소서.”
신도들은 곧 공양을 차리고 손수 이바지했다. 공양이 끝나자 물을 돌리고 따로 작은 방석을 깔고 부처님 앞에 앉았다. 그 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제 너희들이 있는 여기는 현인과 지자(智者)의 사는 곳으로서 계를 가지는 자도 많아 깨끗한 행(行)을 깨끗이 닦으므로 모든 착한 신(神)들은 기뻐하여 곧 주원(呪願)을 행하여 준다. 존경할 만한 것은 존경할 줄 알고 섬길 만한 것은 섬길 줄 알며 널리 베풀고 두루 사랑해 자비로운 마음이 있다. 모든 하늘이 칭찬하는 바다. 항상 선(善)을 향하고 악과 함께 하지 않는 것이다.”
세존은 이렇게 설법해 미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대중들은 둘러싸 모시고 돌아갔다. 대신 우사는 부처님의 뒤를 따르다가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문 고오타마는 이 성을 나가신다. 이 문을 <고오타마 문>이라 이름하자. 또 여래가 건너시는 강은 <고오타마 강>이라 하자.’ 그때에 세존은 파아탈리푸트라성을 나가 강가에 이르렀다. 언덕 위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 중에는 배를 타고 건너가는 사람도 있고 혹은 뗏목을 타고 건너는 사람도 있으며 떼 배를 타고 건너는 사람도 있었다. 그 때 세존은 대중들과 함께 마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저쪽 언덕에 이르렀다. 세존은 이 뜻을 관찰해 마치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바다의 사공이시요
법의 다리는 나루를 건네주네
그리고 대승도(大乘道)의 큰 수레는
일체의 천상 인간 건져 주시네.
또한 스스로 번뇌를 끊어
저 언덕에 이르러 신선이 되고
또 그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결박을 풀어 열반을 얻게 하네.
그 때 부처님은 발지를 돌아다니시다가 구리(拘利)촌에 이르렀다. 어느 나무 밑에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네 가지 깊은 법이 있다. 一은 거룩한 계(戒)다. 二는 거룩한 정(定)이다. 三은 거룩한 지혜다. 四는 거룩한 해탈(解脫)이다. 이 법은 미묘하여 알기 어렵다. 나나 또 너희들은 이것을 밝게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나고 죽음 속에서 끝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 때 세존은 이 뜻을 관찰해 마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계, 정, 혜 및 해탈은
오직 부처님만이 분별하시고
괴로움을 떠나 중생을 교화해
나고 죽음의 번뇌 끊게 하시네.
그 때 세존은 구리 촌에서 자유로이 계시다가 아난에게 나아디카아[那陀]촌으로 함께 가자고 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들어 곧 옷과 바루를 챙기어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발지를 둘러 나아디카아촌에 이르러 벽돌집 휴게소에서 쉬시었다.
그 때 아난은 혼자 한적한 곳에서 잠자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나아디카아에는 十二 거사(居士)가 있다. 一은 카쿠다[伽伽羅] 二는 카알링가[伽陸伽] 三은 니카타[毘伽陀] 四는 리슈[利輸] 五는 사아로오[遮樓] 六은 바야로오[婆耶樓] 七은 밧다[婆頭樓] 八은 수밧다[藪頭樓] 九는 툿타 十은 산툿타 十一은 야쇼오[耶輸] 十二는 야쇼오다로오[耶輸多樓]다. 이 모든 사람들은 이제 목숨을 마치고 어디 가서 태어났는가. 또 목숨을 마친 자 五十인이 있다. 또 목숨을 마친 자 五백인이 있다.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태어났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갔다. 머리로써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고요한 곳에서 잠자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나아디카아에는 十二 거사 카쿠다들이 목숨을 마쳤다. 또 五十인의 목숨을 마친 자가 있다. 또 五백인의 목숨을 마친 자가 있다. 이들은 어디 가서 태어났을까’고. 원컨대 부처님은 설명해 주소서.”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카쿠다들 十二인은 五하분결(下分結)을 끊고 목숨을 마친 뒤에 하늘에 태어났다. 그들은 거기서 완전히 반열반(般涅槃)을 얻어 다시는 이 땅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五十인의 목숨을 마친 자는 三결(結)을 끊어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어 사다함(斯陀含)을 얻었다. 그래서 이 세상에 한 번 돌아와 괴로움의 근본을 끊을 것이다. 또 五백인의 목숨을 마친 자는 三결을 끊고 수다원(須陀洹)을 얻었다. 그래서 그들은 결정코 악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고 도(道)를 이루어 七생(生)을 이 세상에 오간 뒤에는 괴로움의 근본을 다할 것이다. 아난아, 대개 한 번 나서 죽는 것은 이 세상의 떳떳한 일이다. 그것이야 무엇이 이상할 것 있겠는가. 만일 낱낱 사람이 죽을 때마다 내게 와서 묻는다면 그것은 어지럽고 귀찮은 일이 아니겠는가.”
아난은 대답해 여쭈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실로 시끄럽고 귀찮은 일입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내 너를 위해 법의 거울을 설명하리라. 성인의 제자들로 하여금 그가 날 곳을 알아 三악도(惡徒)를 끊어 수다원을 얻으며 七생을 지나지 않아 반드시 괴로움의 근본을 끊게 하리라. 또 아난아, 법의 거울이란 곧 성인의 제자들이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는 것을 말한다. 즐거워하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서 여래, 아라한, 등정각(等正覺)의 十호(號)를 구족(具足)한 것을 믿고 즐거워하고 기뻐하면서 법은 바르고 참되고 미묘하여 마음대로 말하여 때가 없고 열반의 도를 보이어 지혜로운 사람이 행하는 것임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또 즐거워하고 기뻐하면서 스님들은 잘 화합하여 행하는 바는 순박하고 곧아 아첨하는 일이 없고, 도(道)의 결과를 성취하고 위, 아래가 화순하며 법의 몸을 갖추어 수다원을 향해서는 수다원을 얻고, 사다함을 향해서는 사다함을 얻으며, 아나함(阿那含)을 향해서는 아나함을 얻고, 아라한을 향해서는 아라한을 얻는 사쌍팔배(四雙八輩) 이것을 성현의 무리라고 하고, 이들은 존경할 만한 복밭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또 성현의 계(戒)는 맑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고 이지러지거나 빠짐이 없어 명철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행하여 선정(禪定)을 얻는다고 믿는 것이다. 아난아, 이것을 법의 거울이라 한다. 나는 성인의 제자들로 하여금 그 난 곳을 알아 악도를 끊어 수다원을 얻고 七생을 지내지 않아 반드시 괴로움의 근본을 끊게 하리라. 그들도 또한 남을 위하여 이 일을 설명해 주리라.”
세존은 자유로이 계시기를 마치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와 함께 바이샤알리(毘舍利)국으로 가자.”
아난은 분부를 받고 곧 옷을 입고 바루를 들고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발지를 둘러 바이샤알리에 이르렀다. 부처님은 어느 나무 밑에 앉으셨다. 때에 한 음녀(淫女)가 있어 이름을 암바바리(菴婆婆梨)라고 했다. 그녀는 부처님의 모든 제자들을 데리고 바아샤알리국에 와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신다는 말을 들었다. 곧 보배 수레를 장식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공양하고자 했다. 아직 가까이 가지전에 멀리서 세존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단정하고 모든 근(根)은 특이하며 상호(相好)를 갖추어 마치 별 가운데에 달과 같았다. 그녀는 바라보고 기뻐하면서 수레에서 내려 걸어갔다. 차츰 부처님께 가까이 나아가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한 뒤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은 점차로 설법하고 가르쳐 보여 그녀를 이롭고 기쁘게 했다. 그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쁜 마음을 내어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나는 오늘부터 三존(尊)에게 귀의합니다. 원컨대 허락해 주소서. 바른 법에 살면서 우바이가 되어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사음(邪淫)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또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와 제자들은 내일 저의 공양을 들어주소서. 그리고 오늘밤에는 우리 동산에서 쉬시도록 하소서.”
그 때 세존은 잠자코 그 청을 들어 주셨다. 그녀는 부처님이 잠자코 허가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한 뒤 부처님을 돌고 돌아갔다. 그녀가 돌아간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저 동산으로 가리라.”
“예.”
하고 대답을 사뢰었다. 부처님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과 바루를 챙기신 뒤 천 二백 五十인의 제자들과 함께 저 동산으로 가셨다.
때에 바이샤알리국에 있는 여러 예차(隸車) 사람들은 부처님이 암바바리 동산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곧 五색(色)의 수레를 엄하게 장식했다. 어떤 사람은 푸른 수레에 푸른 말을 탔는데 옷과 일산과 깃발과 하인들도 다 푸른빛이었다. 五색의 수레와 말도 다 그러했다. 五색의 예차 사람들은 다 꼭 같은 빛깔의 옷을 입고 나아가 부처님을 뵈옵고자 했다.
암바바리는 부처님을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길에서 예차 사람들은 만났다. 수레를 빨리 몰아 가는 바람에 저들의 수레와 충돌하여 저들의 깃발과 일산을 부러뜨리고 그녀는 길을 비키지 않았다. 예차 사람들은 꾸짖으며 말했다.
“너는 누구 힘을 믿기에 가면서 길을 비키지 않고 우리 차를 들이받아 깃발과 일산을 다 부러뜨리는가.”
그녀는 말했다.
“여러분, 나는 내일 부처님을 초대하게 되어 그것을 준비하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그래서 수레를 빨리 몰았기 때문에 피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모든 예차 사람들은 곧 그녀에게 말했다.
“너의 초대는 아직 그만 두라. 그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양보하라. 그러면 우리는 너에게 백천량의 금을 주리라.”
그녀는 대답했다.
“내가 먼저 초대하여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양보할 수 없습니다.”
예차 사람들은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는 너에게 백천량의 금의 十六배를 주리라. 부디 우리를 먼저 하게 해다고.”
그러나 그녀는 듣지 않았다.
“내 초대는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예차 사람들은 다시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너에게 우리 나라 재산의 반을 주리라. 우리에게 양보하라.”
“비록 나라 재산의 전부를 준다 해도 나는 그것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우리 동산에 계시고 내 초대를 먼저 받게 되어 있습니다. 이 일은 이미 결정해 마쳤으니 끝내 상대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예차 사람들은 손을 휘두르면서 탄식했다.
“이제 우리는 저 여자 때문에 우리의 첫 복을 빼앗겼다.”
그리고 길을 재촉하여 저 동산을 향해 나아갔다. 그때 세존은 五백명 예차 사람의 수만의 수레와 말이 길을 메우고 오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도리천 그 동산에서 유희할 때의 위의(威儀)와 장식을 알고자 하거든 저것을 보라. 그것은 이것과 다름이 없다. 너희들 비구여, 너희들은 마땅히 스스로 마음을 걷어잡아 모든 위의를 갖추어야 한다. 비구여, 어떤 것을 스스로 그 마음을 거둬잡는다고 하는가. 이에 비구여, 안몸[內身]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항상 생각하고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다. 다시 안팎의 몸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항상 생각하고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다. 수(受)나 의(義)나 법(法)의 관찰도 또한 그러한 것이다. 어떤 것을 비구가 모든 위의를 갖추었다 하는가. 이에 비구들아, 행해야 할 것은 행할 줄 알고 그쳐야 할 것은 그칠 줄 알며 좌우를 돌아보기와 몸을 펴고 굽히기와 굽어보고 쳐다보기와 옷을 입고 바루를 챙기기와 음식을 먹고 약을 쓰기에 법칙을 어기지 않고 좋은 방편을 써서 번뇌를 덜어 버리며 다니거나 있거나 앉거나 눕거나 깨었거나 잠자거나 말하거나 잠자코 있거나 항상 마음을 걷어잡아 산란하지 않는다. 이것을 비구가 모든 위의를 갖추었다고 한다.”
그 때 五백의 예차 사람들은 암바바리 동산에 이르러 부처님 가까이 가려고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 머리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여래는 자리에 앉아 빛나는 모습이 홀로 드러나 모든 대중을 무색케 하는 것이 마치 가을 달 같았다. 또 천지가 청명하고 깨끗해 가리움이 없을 때 해가 허공에 있어 그 광명이 홀로 비추는 것과 같았다. 그 때 五백명 예차 사람들은 부처님을 에워싸고 앉았다. 부처님은 대중 속에서 빛나는 모습이 홀로 밝았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어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손을 깍지끼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찬탄했다.
마가다의 앙가(鴦伽)왕은
유쾌하게 좋은 이익 얻기 위하여
몸에는 보주(寶珠)의 갑옷을 입었다.
세존이 이 땅에 나타나시자
그 위덕(威德)은 三천 세계 뒤흔들고
이름은 나타나기 히말라야 같도다.
또 마치 연꽃이 피어
그 향기 매우 미묘함과 같도다.
이제 부처님의 광명을 보면
마치 처음 오르는 아침 해 같고
마치 밝은 달이 허공에 놀아
흐린 기운 한점 없는 것 같네.
세존도 또한 이와 같아서
그 광명은 세간을 비추네.
이제 여래의 지혜를 보면
어둠 속에 등불을 보는 것 같네.
밝은 눈을 중생에게 베풀어주고
모든 의혹을 풀어 주시네.
때에 五백명 예차 사람들은 이 게송을 듣고 다시 병기에게 말했다.
“너는 그 게송을 또 한 번 읊으라.”
때에 병기는 부처님 앞에서 두 번 세 번이나 되풀이해 읊었다. 예차 사람들은 이 게송을 듣고 각각 보배의 옷을 벗어 병기에게 선물했다. 병기는 그 옷을 여래에게 바쳤다. 부처님은 그를 가엾이 여기시어 곧 그 옷을 받으셨다.
그 때에 세존은 바이샤알리의 모든 예차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다섯 가지 보배가 있다. 그것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무엇을 五보(寶)라는 하는가. 一은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시는 것이니 그것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二는 여래의 바른 법을 연설하는 사람이니 그 사람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三은 여래가 연설한 법을 믿어 아는 사람이니 그 사람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四는 여래가 연설한 법을 능히 성취하는 사람이니 그 사람은 얻기 어려운 것이다. 五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그 재앙에서 구원하기를 되풀이하는 사람이니 그 삶은 얻기 어려운 것이다. 이것이 五보로써 그것은 얻기 어려운 것이다.”
때에 五백명 예차 사람들은 부처님이 가르쳐 보이시어 이롭게 하고 기뻐하게 하심을 받고 매우 기뻐해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과 및 모든 제자들은 내일 저희들의 공양을 들어주소서.”
부처님은 곧 예차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여, 그대들은 이미 나를 청하여 나는 이제 곧 그것으로 공양을 받았다. 암바바리 여자가 이미 먼저 나를 청했노라.”
때에 五백명 예차 사람들은 암바바리 여자가 이미 먼저 부처님에게 청했다는 말을 듣고 각각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희들이 여래에게 공양하려 했었는데 이제 이 여자가 이미 우리 앞을 빼앗았습니다.” 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로 부처님께 예배한 뒤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각각 돌아갔다.
때에 암바바리는 그 날 밤으로 여러 가지 공양을 준비하였다. 이튿날 세존은 천 二백 五十명의 비구들에게 각각 옷과 바루를 챙기게 한 뒤 비구들에게 둘러싸이어 그녀의 집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으셨다. 암바바리는 곧 맛난 공양을 차려 부처님과 스님네들에게 바쳤다. 공양를 마치자 바루를 거두고 상을 치웠다. 때에 그녀는 손으로 황금 병을 들어 손 씻는 물을 돌려 마치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여쭈었다.
“이 바이샤알리국에 있는 동산 중에서 우리 동산이 가장 훌륭합니다. 저는 이 동산을 여래에게 바치겠습니다. 저를 가엾이 여기시어 이것을 받아 주소서.”
부처님은 그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동산을 나와 및 이 승단(僧團)에 보시하라. 왜냐하면 여래가 가지는 동산, 숲, 방, 집, 옷, 바루의 六물(物)은 진실로 모든 악마도 하늘도 범천(梵天)도 대신력천(大神力天)도 이런 공양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때에 그녀는 분부를 받잡고 곧 그 동산을 부처님과 및 승단에 보시했다. 부처님은 그녀를 가엾이 여겨 그것을 받으셨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탑을 세우고 절을 짓고
동산의 과일로 시원함을 보시하고
다리와 배로써 사람을 건네주고
광야에서 물과 풀을 보시하고
또 집들을 지어 보시하면
그 복은 밤낮으로 불어나고
계를 갖추어 맑고 또 깨끗하여
그는 반드시 죽어 좋은 곳에 나리라.
때에 암바바리는 낮은 평상을 가져와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은 그녀를 위하여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즉 시론(施論), 계론(戒論)과 생천론(生天論)과 애욕은 큰 우환 덩어리요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상루(上漏)는 장애가 되며 번뇌를 벗어나는 길을 찾는 것이 제일이라 하셨다.
그 때에 세존은 그녀의 뜻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즐거워지며 五온(蘊)의 장애가 엷어져 교화하기 쉬운 것을 아셨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의 법대로 그녀를 위하여 고성제, 고집성제, 고멸성제, 고출요성제를 설명하셨다.
암바바리는 믿는 마음이 맑고 깨끗해져 마치 흰 천이 빛깔을 받기 쉬운 것과 같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법에 대한 눈이 생기어 법을 보고는 법을 얻고 결정코 바르게 머물러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되었으며 두려움이 없음을 성취하였다. 그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네에게 귀의합니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했다. 그리고 다시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에서 우바이가 되는 것을 허가해 주소서. 저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라고 맹세했다. 그래서 그녀는 부처님에게 五계(戒)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습관을 버리고 더러움과 때가 없어졌다. 그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 때 세존은 바이샤알리국에서 자유로이 계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다 위의를 갖추어라. 나는 이제 죽림총(竹林叢)으로 가고자 한다.”
아난은
“예.”하고, 곧 옷과 바루를 챙기어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발지를 둘러 저 죽림에 이르렀다. 그대 비사타야(毘沙陀耶)라는 바라문은 부처님이 대중들과 함께 죽림으로 오셨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을 생각했다. ‘저 사문 고오타마는 그 이름과 덕망이 사방에 널리 퍼지고 十호(號)를 구족했다. 그래서 모든 하늘과 제석과 범천(梵天) 그리고 악마와 사문과 바라문 가운데서 스스로 지혜를 체험하고 남을 위해 설법하신다. 상, 중, 하의 모든 하시는 말씀은 다 바르고 참되며 그 뜻이 깊고 또 깨끗한 행(行)을 구족하셨다. 이런 참 사람을 나는 마땅히 가서 뵈오리라.’ 그는 죽림을 나와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을 드리고 한 쪽에 앉았다. 세존은 그를 위해 점차로 설법하여 가르치시어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바라문은 설법을 듣고 못내 기뻐해 곧 세존과 및 모든 대중에게 청했다.
“내일은 저희 집에서 공양을 받으시고 쉬소서.”
부처님은 침묵으로 그 청을 들어 주셨다. 바라문은 이미 허가하신 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돌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그 날 밤으로 음식을 준비했다. 이튿날 때가 되어
“오직 성자는 때를 아소서.” 하였다. 세존은 옷을 입고 바루를 들고 대중들에게 둘러싸이어 그 집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바라문은 온갖 맛난 음식을 갖추어 부처님과 스님네들에게 공양하고 공양이 끝나자 바루를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렸다. 그는 낮은 평상을 가져와 부처님 앞에 앉았다. 세존은 그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음식과
의복과 침구로써
계를 지키는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는 곧 큰 갚음을 얻을 것이다.
그것은 오직 참된 짝으로
언제나 그 사람 따르기
가는 곳마다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착한 종자 심는 것은
뒷세상의 양식이 되는 것이니
복은 그 뿌리와 기초가 되어
중생은 그것으로 안락하니라.
복은 하늘의 보호받는 것
어디로 가나 위험이 없고
한 평생 어려움 만나지 않으며
죽으면 곧 천상에 오르리라.
세존은 그 바라문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어 그를 가르쳐 이롭고 기쁘게 하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 때 그 나라에는 흉년이 들고 곡식이 귀하여 구걸하기가 어려웠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나라 안에 현재에 있는 모든 비구들에게 명령하여 모두 강당에 모이게 하라.”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하고 곧 사방에 영을 내려 모두 강당에 모았다. 나라 안의 대중들은 다 모였다.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중은 다 모였습니다. 오직 성자는 때를 아소서.”
그 때 세존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나라에는 흉년이 들어 구걸하기가 매우 어렵다. 너희들은 각각 떼를 나누어 아는 곳을 따라 바이샤알리나 발지로 가서 거기서 안거(安居)하라. 그러면 군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아난과 함께 여기서 안거하리라.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군색을 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때에 모든 비구들은 분부를 받아 곧 떠나고 부처님은 아난과 함께 거기 머무셨다. 그 뒤 여름 안거 동안에 부처님은 병이 나시어 온 몸이 몹시 아프셨다. 부처님은 가만히 생각하셨다. ‘나는 지금 병이 나서 온 몸이 몹시 아프다. 그러나 제자들은 모두 흩어져 없는데 내가 만일 열반에 든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나는 정근(精勤)하면서 스스로 힘써 내 목숨을 이어야 한다.’ 그 때 세존은 고요한 방에서 나와 시원한 곳에 앉으셨다. 아난은 이것을 보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이제 존안(尊顔)을 뵈오니 병이 좀 덜린 것 같습니다.”
아난은 다시 여쭈었다.
“세존께서 병이 나시매 제 마음은 황송하고 두려우며 걱정과 근심에 어쩔 줄을 모르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가만히 생각하오니 여래께서는 아직 열반에 드시지 않았습니다. 세간의 눈은 아직 멸하지 않았습니다. 큰 법은 아직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왜 지금 모든 제자들에게 가르침과 시키심이 없나이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스님들이 내게 기대할 바가 있는가. 만일 스스로 ‘나는 여러 스님들을 가지고 여러 스님들을 껴잡고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대중에게 가르침과 시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래는 ‘나는 대중을 가지고 나는 대중을 껴잡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대중에게 가르침과 시킴이 있겠는가. 아난아 내가 말한 법은 안팎으로 구별이 없이 이미 다 설명해 마쳤다. 그러나 본 바가 다 통달했다고 스스로 일컫지 않고 나는 이미 늙었다. 나이는 八十, 마치 낡은 수레를 방편으로 수리하여 좀 더 가고자 하는 것과 같이 내 몸도 또한 그렇다. 방편의 힘으로써 잠깐 목숨을 머물게 하리라. 그리고 스스로 힘써 정진하면서 이 고통을 참으리라. 일체의 사물을 생각하지 않고 생각이 없는 정(定)에 들어갈 때 내 몸은 안온하여 번민도 고통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자기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라. 부디 다른 데에 귀의하지 말라. 어떤 것을 ‘자기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라. 부디 남을 등불로 삼지 말라. 자기에게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라. 부디 남에게 귀의하지 말라’라고 하는가. 아난아, 비구는 안 몸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하여 게으르지 않고 잘 기억하여 잊지 않음으로써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앤다. 또 바깥 몸을 관찰하고 안팎의 몸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하여 게으르지 않고 잘 기억하여 잊지 않음으로써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앤다. 수(受)와 의(意)와 법의 관찰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이것을 아난아, ‘자기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라. 부디 다른 것을 등불로 삼지 말라. 자기에게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라. 부디 다른 것을 등불로 삼지 말라. 자기에게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라. 부디 다른 데에 귀의하지 말라’라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죽은 뒤에 능히 이 법대로 수행하는 자 있으면 그는 곧 나의 참 제자요, 또 제일가는 학자일 것이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함께 차바라(遮婆羅)탑으로 가자.”
아난은
“예.” 하고 대답했다. 여래는 곧 일어나 옷을 바루를 들고 어떤 나무 밑으로 가셨다.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자리를 깔라. 나는 등병을 앓는다. 여기서 좀 쉬고 싶다.”
아난은
“예.” 하고 곧 자리를 깔았다. 여래는 앉으셨다. 아난은 작은 자리를 깔고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四신족(神足)을 닦아 그것을 많이 익혀 행하고 또 항상 그것을 생각해 잊지 않으면 제가 생각만 있다면 죽지 않고 一겁(劫)을 더 넘길 수 있다. 아난아, 부처님은 四신족을 이미 많이 닦아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만 있으면 一겁이 넘도록 더 살아 세상을 위하여 어두움을 없애고 이롭게 하는 일이 많아 하늘과 사람은 안락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아난은 잠자코 있어 대답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세 번이나 되풀이해 말씀하셨다. 아난은 그래도 잠자코 있었다. 그 때 아난은 악마에 붙잡혀 정신이 아득하여 깨닫지 못했다. 부처님은 세 번이나 상(相)을 나타내시었으나 아난은 여전히 아무 것도 청할 줄을 몰랐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알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거기서 떠났다. 부처님은 떠나기 멀지 않은 곳에서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고요히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 동안이 오래지 않았을 때 악마 파순(波旬)은 부처님께 와 여쭈었다.
“부처님은 뜻에 아무 욕심이 없으시니 반열반에 드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반열반에 드십시오.”
부처님은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잠깐 그쳐라. 잠깐 그쳐라. 나는 스스로 그 때를 안다. 여래는 아직 반열반을 취하지 않으리라. 나는 모든 비구들이 모이기를 기다리리라. 또 나는 능히 내 마음을 잘 다루어 용맹스럽고 겁이 없이 안온한 곳에 이르리라. 나는 나의 이익을 몸소 얻어 남의 도사(導師)가 되리라. 경(經)의 이치를 연설해 펴어 글귀의 뜻을 나타내고 만일 다른 주장이 있으면 바른 법으로써 그것을 꺾어 항복 받으리라. 또 신통으로써 내 자신이 증명해 보이리라. 제자들은 이렇게 아직 다 모이지 않았다.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들도 이렇게 아직 다 모이지 않았다. 지금은 마땅히 깨끗 한 행을 선전하고 각의(覺意)를 연설해야 할 때다. 모든 하늘과 사람들로 하여금 두루 신통을 보게 하리라.”
때에 악마 파순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옛날 울비라의 니련선(尼連禪) 강가에 있는 아유파구율(阿遊波俱律)나무 밑에서 부처님이 처음으로 정각(正覺)을 이루셨을 때 저는 세존께 나아가 여래의 반열반에 드실 것을 권해 청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滅度)하시라’고. 그때 여래께서는 곧 내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만두라. 나는 스스로 그 때를 안다. 여래는 지금 아직은 반열반을 취하지 않는다. 나는 모든 제자들이 모이고 또 하늘과 사람들이 신통과 변화를 보기를 기다려 멸도하리라’고. 부처님이시여, 이제 제자들은 이미 모이고 또 하늘과 사람들이 신통 변화를 보았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왜 멸도 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파순아, 부처는 스스로 그때를 안다.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三개월 뒤에 나는 말라족(末羅族)의 발생지(發生地)인 쿠쉬나가라[拘尸邪竭]의 사알라원[娑羅園]의 쌍수(雙樹) 사이에서 멸도 할 것이다.”
때에 악마는 곧 생각했다. ‘부처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 반드시 멸도 하시리라.’ 그래서 기뻐 날뛰면서 갑자기 사라졌다. 악마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은 곧 차바라탑에서 의삼매(意三昧)의 정(定)에 들어 명(命)을 버리고 수(壽)에 머물러 계셨다. 이 때에 땅은 크게 진동하여 온 나라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두려워해 털이 꼿꼿이 서지 않는 자가 없었다. 부처님이 큰 광명을 놓으시자 두루 비치어 끝이 없고 어두운 지옥도 모두 광명을 받아 각각 서로 볼 수 있었다. 그 때 세존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있음>과 <없음>의 두 행(行) 중에서
나는 이제 유위(有爲)를 버렸나니
마음에 삼매(三昧)를 오로지하기
새가 알에서 나오는 것 같네.
그 때 현자(賢者) 아난은 마음이 놀라 털이 거꾸로 섰다. 빨리 부처님께 돌아와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참으로 괴상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땅이 크게 진동합니다. 이것은 무슨 인연이옵니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이 세상에 땅이 진동하는 것에는 여덟 가지 인연이 있다. 어떤 것을 여덟이라 하는가. 저 땅은 물위에 있고 물은 바람에 의지하고 바람은 공중에 의지한다. 공중에 큰바람이 있어 때로 스스로 일어나면 곧 큰물이 어지럽고 큰물이 어지러우면 곧 땅이 두루 진동한다. 이것이 그 一이다. 다시 아난아, 가끔 도를 얻은 비구 비구니나 및 큰 위신력이 있는 하늘이 물의 성질의 많은 것을 관찰하고 땅의 성질의 적은 것을 관찰하여 그것을 알려고 스스로 힘을 시험해 보고자 하면 곧 땅이 널리 진동한다. 이것이 그 二다. 다시 아난아, 만일 처음에 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 태에 들어 생각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으면 땅이 진동한다. 이것이 그 三이다. 다시 아난아, 보살이 처음으로 어머니 태에서 오른 쪽 옆구리로 나와 생각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으면 땅이 널리 진동한다. 이것이 그 四다. 또 아난아, 보살이 처음으로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루면 그 때에는 큰 땅이 진동한다. 이것이 그 五다. 다시 아난아, 부처님이 처음으로 도를 이루어 악마나 혹은 악마의 하늘이나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모든 하늘이나 세상 사람으로는 능히 굴릴 수 없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리면 곧 땅이 널리 진동한다. 이것이 그 六이다. 다시 아난아, 부처님의 교화가 장차 끝나려 할 때 생각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고 생명을 버리고자 하면 곧 땅이 널리 진동한다. 이것이 그 七이다. 다시 아난아, 여래가 무여열반계(無餘涅槃界)에 반열반(般涅槃)할 때에는 땅이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그 八이다. 이 여덟 가지 인연은 땅을 크게 진동시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위없는 양족존(兩足尊)은
세상 비추는 큰 사문이라
아난은 하늘 스승께 청하나니
땅이 움직이는 것은 무슨 인연인가고.
여래는 자비로운 말로 연설하실 때
그 소리는 기비릉새 소리와 같네,
나는 말하리니 너희들은 들어라
땅의 움직임이 말미암아 오는 곳을.
땅은 물을 인해 의지하고
물은 바람을 인해 의지한다.
만일 허공의 바람이 일어나면
곧 땅은 크게 진동하나니.
만일 도를 얻은 비구 비구니들이
신족(神足)의 힘을 시험하고자 하면
산과 바다와 온갖 초목과
큰 땅덩이가 모두 진동하나니.
제석이나 범천 모든 높은 하늘이
생각에 땅을 움직이고자 하면
산과 바다의 모든 귀신과
큰 땅은 그 때문에 진동하나니.
보살 양족존
백복(百福)의 상(相)을 이미 갖추어
처음으로 모태에 들어갈 때에
땅은 곧 그 때문에 진동하나니.
十개월 동안 모태에 있을 때는
마치 용(龍)이 요 위에 누운 것 같다가
비로소 오른 쪽 옆구리로 나올 때
땅은 곧 그 때문에 진동하나니.
부처님이 동자가 되었을 때에
번뇌와 인연과 속박이 사라졌네.
도를 이룬 것은 한량없이 훌륭하여
땅은 그 때문에 크게 진동하나니.
승선(昇仙)이 녹야원에 있어
법의 수레바퀴를 처음으로 굴려
도의 힘으로 악마 항복 받으면
땅은 그 때문에 크게 진동하나니.
악마가 자주 와 못 견디게 청해
부처님에게 반열반을 권하여
부처님이 드디어 생명을 버리면
땅은 그 때문에 진동하나니.
사람 중에 높은 이 큰 도사(導師)
신선이 후세 생명 다시 받지 않으며
움직일 수 없이 열반을 취할 때
땅은 그 때문에 크게 진동하나니.
깨끗한 눈으로 모든 인연 알아 말했나니
땅이 움직이는 데 여덟 가지 일 있다고.
이런 일 있거나 또 다른 인연으로
땅은 크게 진동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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