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학이 먼 하늘을 바라보며
獨鶴望遙空 외로운 학이 먼 하늘을 바라보며
夜寒擧一足 밤이 차가워 다리를 하나 들고 있다.
西風苦竹叢 서녘 바람이 참대 숲에 불어오고,
滿身秋露滴 몸에 가득 가을 이슬이 젖었다.
우리 원주의 부론면 손곡리에 살았던 이달(李達 1539 이전 -1612 무렵)은 불우하게 산 뛰어난 시인이다.
시를 배운 제자 허균이 <손곡산인전>(蓀谷山人傳)을 지어 누군지 알 수 있다.
어머니가 기생이었던 탓에 천인이었다. 재주가 뛰어나도 세상에 쓰이지 못했다. 그런데다가 얼굴이 단정하지 못하고 예법에 구속되기를 싫어하는 성미라 가는 곳마다 업신여김을 당했다. 몸 붙일 데가 없는 비렁뱅이로 천덕꾸러기 일생을 보내면서 시는 온 나라를 휩쓸 만했으나 몇 사람이 알아주었을 따름이고 시기하고 헐뜯는 대상이 되었다.
<화학>(畵鶴)이라고 한 이 시는 자기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다.
먼 하늘로 날아가는 자유를 누려야 할 학이 수난의 땅에 서서 견디느라고 다리 하나는 들고 있다. 밤이 되어 한기 들고 바람이 불고 이슬이 내리는 것이 모두 자연적인 재앙만 뜻하지 않는 줄 알면, 말하고자 한 바가 더욱 심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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