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시어머니의 편지

難勝 2011. 2. 19. 22:14

 

 

 

시어머니의 편지

 

시대가 많이 바뀌긴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며늘아이랑 함께 똑같은 위치에 서서 말을 한다는 자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요.

하지만, 고집스럽게 세월 탓만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말 듣겠지요?

 

저야말로 옛날 시어머니 <시집살이> 제대로 하면서 지낸 사람이었습니다.

귀머거리 3년, 눈 뜬 봉사 3년, 벙어리 3년...

 

그래도, 그걸 그대로 내 며느리에게 전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세상은 이미 많이 깨우쳐 있습니다.

 

내 아들 사랑해 결혼 한 며늘아기에게 시부모란 커다란 짐을 얹어주고 싶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그렇게 짐스러워 보일까봐 우리 부부 매사에 노심초사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며늘아기가 보기에는 저희들이 무섭고, 부담스런 시부모일지 모릅니다.

제가 며느리였을 때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요즘 아이들이야 오죽하겠어요.

 

그러나, 분명히 말합니다.

기 죽지 않는 바른 시부모로 살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구차한 꼴을 자식에게 보이기 싫습니다.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