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 [解憂所]
사찰에서 화장실을 이르는 말.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이다. 번뇌가 사라지는 곳이라고도 한다. 사찰에 딸린 화장실로서 일반 화장실과는 달리 사용상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머리를 숙여 아래를 보지 말아야 한다. 둘째, 낙서하거나 침을 뱉지 말아야 하며, 힘 쓰는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한다. 셋째, 외우고자 하는 게송이 있다면 외운다. 넷째, 용변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나온다. 다섯째, 손을 씻기 전에는 다른 물건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절집의 화장실 예절
해우소(解憂所) 는 몸속 탐진치 버리고 또 버리는 곳.
불교에서 화장실을 뜻하는 말은 서정(西淨), 정랑(淨廊), 변소(便所) 등이다.
근자에 자주 쓰는 말은 해우소다.
해우소란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 가장 기본적 생리현상인 대소변이야 말로 가장 큰 번뇌이니 뜻도 좋고 발음하기도 그만이다.
몸속의 오물을 버리듯 번뇌를 버린다는 뜻도 담겨있어 불교의 화장실 용어로는 최적격으로 꼽힌다.
해우소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통도사 극락암에 계셨던 경봉스님이 원조로 알려져 있다.
육이오 전쟁이 끝나고 얼마되지 않아 경봉스님은 나무토막에 붓글씨를 써서 시자에게 내밀었다.
"스님, 이것이 무엇입니까?"
"이놈아 변소도 모르냐? 하나는 소변보는데, 또 이것은 큰일 보는데 갖다 걸어라."
경봉 스님이 내민 팻말에는 해우소와 휴급소休急所와 해우소 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그중에 휴급소는 소변보는 곳에, 해우소는 큰일 보는 곳에 걸라는 소리였다.
극락선원을 찾는 신도와 수좌들은 그것을 볼 때마다 모두 한마디씩 했다.
"해우소, 참 좋은 이름이네. 몸속에 들어 있는 큰 걱정 떨어버리는 곳이 이곳임이 틀림없지."
"휴급소, 급한 것을 쉬어가라. 하기야 오줌 마려울때는 급하지."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평을 하고 가자 어느날 경봉 스님이 그것을 내건 참뜻을 법문으로 했다.
"우리 극락선원 정랑에 갔다가 사람들이 휴급소, 해우소라는 팻말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려. 그리고 저마다 한 소리를 해. 이 세상에서 가장 급한것이 무엇이냐. 자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는 일이야.
그런데도 중생들은 화급한 일은 잊어버리고 바쁘지 않은 것은 바쁘다고 그래. 내가 소변보는 곳에 휴급소라고 한 것은 쓸데없이 바쁜 마음 그곳에서 쉬어가라는 뜻이야.
그럼 해우소는 뭐냐. 뱃속에 쓸데없는 것이 들어 있으면 속이 답답해. 근심 걱정이 생겨. 그것을 그곳에 다 버리는 거야.
휴급소에 가서 다급한 마음 쉬어가고 해우소에서 근심 걱정 버리고 가면 그것이 바로 도 닦는 거야."
경봉 스님이 만든 이 휴급소와 해우소는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중에 휴급소는 차츰 잊혀졌지만 해우소는 절간은 물론 민간에게까지 퍼져 어떤 식당에서는 그대로 써 붙이는 곳도 생겼다.
생활 하나 하나에서 불교의 세계를 알게 하려는 경봉 스님의 지혜가 속가까지 싹이 튼 것이다.
- 해우소에서 만난 큰스님(책제목)중 경봉 스님의 일화중 하나 -
‘해우(解憂)’라는 말이 워낙 멋있는 탓인지 진주 다솔사는 오두막 정자 이름을 ‘해우정’이라 현판했으며 공주 동학사는 다리 이름을 해우교(解憂橋)로 지었다.
또 국회의원 박상규, 추미애씨는 자신의 홈페이지 토론방 이름을 해우소로 붙이고 있다.
계율 엄격
요즘은 자연분해 방식의 친환경 화장실이나 수세식 화장실로 개조 늘어나고 있다.
선종의 칠당가람에도 화장실이 들어간다.
동쪽에 있으면 동사(東司),서쪽에 있으면 서정(西淨). 남쪽에 있으면 등사(登司), 북쪽은 설은(雪隱)이라고 했다.
중국 송대에 명각이라는 스님이 설보사의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해서 여러 스님들이 ‘설은사 변소의 화상(和尙)’이라는 별명을 지었는데 이 때부터 설은이 화장실을 지칭하는 이름이 됐다고 한다.
일본의 화장실 명칭도 불교에서 유래했다.
화장실을 칭하는 용어중 ‘고오가’는 원래 승방(僧房) 뒷편에 있는 세면장을 뜻하는 것이지만 대개 세면장 옆에 변소가 있었기 때문에 화장실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불국사에는 지금도 수세식 변기가 남아있다.
돌로 만든 이 변기는 물을 흘러 보낸 곳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려있다.
노스님이나 비구니 왕실 사람들이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가장 오래된 수세식 화장실이기도 하다.
절에서는 화장실을 북수간(北水間)이라고도 했다.
이 때문에 절에서는 화장실 가는 것을 ‘뒷물’한다고 했다.
불교의 화장실 예법은 부처님 재새시부터 엄격했다.
이렇게 된데는 불교가 널리 퍼지고 신도가 늘어나자 공동생활의 규칙이 필요해지면서 부터다.
율장에 보면 신도와 비구(比丘)들까지 방 앞뜰에서 아무렇게나 방뇨를 했다고 한다.
드디어 부처님께서 나서 비구들에게 사원 안의 아무 곳에서나 방뇨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한 곳에 울타리를 치고 항아리를 묻은 후 그곳에서만 용변을 보도록 했다.
〈사분율 22권〉에서는 물이나 풀 채소 위에 대변이나 오줌을 누지 말라고 했다.
즉 바깥에서 볼일을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분율 25권〉에서는 심지어 나무 위에서의 행위를 금지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님들이 야외에서 아무렇지 않게 변을 보는 바람에 동네사람들이 놀다가 이를 만져 부처님께 항의한다.
이처럼 부처님 당시 화장실 이용 습관이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자각 종색 선사가 지은 〈선원청규〉 ‘대소편리’(大小便利) 편에는 화장실 이용법이 나온다.
화장실 예법의 핵심은 깨끗하게 사용할 것, 침묵할 것, 손을 깨끗이 씻을 것 세가지로 요약된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화장실에는 미리 가라고 했다.
급박하게 맞닥뜨려 다급한 일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사는 벗어놓고 괘자(卦子, 약식 가사)를 입고 왼팔에 수건을 걸친다.
화장실 바깥에 괘자와 수건을 걸어두고 오른손에 병(甁)을 들고 들어간다.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문을 닫고 병을 놓는다.
문 앞에서 세 번을 두드리라고 했다. 단 말로 표시를 내서는 안된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친 뒤 드디어 ‘볼일’을 본다.
왜 임박해서 급하게 처리하지 말라고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일을 처리할 때도 금기사항이 많았다.
코를 풀고 침을 뱉거나 힘을 주느라 기를 쓰는 소리를 내지 말라고 했다.
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등 낙서도 금했다.
다른 칸에 앉아있는 사람과 말하지 말라고 했다.
손을 씻을 때는 처음에는 재(灰)를 다음에는 흙을 사용한다.
그다음 팔꿈치 까지 물로 씻고 세수 양치를 했다.
소변을 볼 때도 절차와 예의가 다르지 않았다.
〈사미율의〉(沙彌律儀) ‘입측’(入厠) 편에는 낙서를 하는 것은 바른 마음을 갖지 않아서이고, 힘쓰는 소리를 내는 것은 위의를 잃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미율의〉에서는 또 걸어가면서 허리끈을 매지 못하도록 했다.
화장실에 갔다 온 뒤 손 씻는 것을 특히 중요시 여겼다.
손을 씻지 않는 사람은 삼보에 절하지 말고 남의 예배도 받지 말라고 했다.
〈사미율의〉에서 부처님은 “화장실에 갔다 와서 씻지 않으면 탑을 돌지 못하며 함께 예불을 하거나 경을 읽지 못하며 스스로 다른 이에게 절하지 못한다.
또한 다른 이의 절을 받지 못하며 함께 밥을 먹지 못하며 대중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법을 해도 아무런 영험이 없고 공양이나 경을 쓰거나 불상을 조성해도 얻는 복이 적을 것이다”라고 했다.
파계사 영산 율원장 철우스님은 “해우소에 들어가기 전과 손을 씻을 때에 진언을 외우는 것은 자칫 서두르다 안에 사람이 있는데 문을 여는 실수를 하거나, 손을 씻지 않고 나오는 비위생적인 태도를 막기 위한 방편”이라며
“대중 생활을 하는 스님들이 서로에게 실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지키던 규칙”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스님들은 지금도 초심자 시절 공부하는 〈사미율의〉를 통해 예부터 전해오는 화장실 예법을 배운다.
그 핵심 내용은‘선원청규’와 같다.
현재도 총림 등 큰 절에서는 화장실에서 갈아 신을 신발이며 재 등을 마련해놓는다.
또 화장실마다 입측오주를 달아놓고 해우소도 작은 수행처로 활용을 한다.
강원 선원 등 대중생활을 하는 스님들은 아직도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여러 명이 함께 화장실에 간다.
화장실에 갈 때 스님들은 차수(叉手, 손위에 손을 겹쳐 앞에 가지런히 놓는 불교식 자세)를 한 채 조심스럽게 걸어 함께 가서 일이 끝나기를 기다려 함께 이동한다.
정해진 시간에만 가야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결제중인 선방에서는 삭발 목욕일에는 기름진 음식이 나오는데 과식으로 탈이나 자주 화장실을 드나들게 되고 이런 날은 아예 좌선을 포기하고 뒷방을 찾는 스님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사찰 화장실 마다 저마다의 특성이 있다.
농사를 많이 짓는 남원 실상사는 변기 아래에 짚을 두어 냄새도 없애고 퇴비로도 쓰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해인사는 깊기로 유명하다. 얼마나 깊었으면 일을 끝내고 바지춤을 추스를 즈음에야 ?ㅎ떨어지는 소리가 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송광사 불일암은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너무 깨끗해서 팻말을 보지 못하면 지나치기 일쑤다.
문경 봉암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급할 때는 모두 뛰어 간다.
그래서 봉암사 선방에는 “오분 일찍 일어나자”가 생활신조처럼 되었다고 한다.
근래 들어 방마다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되고 개인생활이 많아져 화장실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 정신은 아직도 철저하다.
그래서 스님들은 화장실을 깨끗하고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구식이지만 사찰 화장실은 냄새가 나지 않고 깨끗한 것도 스님들이 화장실 예법을 철저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들어갈때와 나올때 사람들은 몇 가지가 달라진다
입측오주(入厠五呪)
入厠眞言(화장실에 들어가서)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일세
탐진치 어둔 마음 이같이 버려
한조각 구름마저 없어졌을 때
서쪽에 둥근 달빛 미소 지으리
옴 하로다야 사바하(세번)
洗淨眞言(뒷물하면서)
비워서 청정함은 최상의 행복
꿈같은 세상살이 바로 보는 길
온세상 사랑하는 나의 이웃들
청정한 저국토에 어서 갑시다
옴 하나마리제 사바하(세번)
洗水眞言(손을 씻으면서)
활활활 타는 불길 물로 꺼진다
타는 눈 타는 경계 타는 이마음
맑고도 시원스런 부처님 감로
화택을 건너뛰는 오직 한 방편
옴 주가라야 사바하(세번)
去穢眞言(더러움 버리고)
더러움 씻어내듯 번뇌도 씻자
이 마음 맑아지니 평화로움 뿐
한티끌 더러움도 없는 세상이
이생을 살아가는 한가지 소원
옴 시리예바혜 사바하(세번)
淨身眞言(몸이 깨끗해지고)
한송이 피어나는 연꽃이런가
해뜨는 푸른 바다 숨결을 본다
내몸을 씻고 씻어 이 물마저도
유리계 푸른물결 청정수 되리
옴 바아라 놔가닥 사바하(세번)
해우소도 훌륭한 수행처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해우소에 가서 괄약근에 힘주고 냅다 풀어버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