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살아있는 부처님

難勝 2011. 3. 6. 06:36

 

살아 있는 부처님

 

옛날 어느 마을에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한 스님이 이 집으로 탁발을 왔습니다.

스님을 보는 순간 소년은 스님의 맑고 기품있는 모습에 완전히 반해 버렸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분이로구나..."

소년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스님이 소년의 집에서 나와 멀리 사라지자 소년은 한참 동안 스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소년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부처님은 저 스님보다 더욱 훌륭하시겠지?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는 부처님이 계시다던데 어디를 가면 만나 뵐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소년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살아 있는 부처님을 만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몇 달이 지난 후, 소년은 우연히 거리에서 다시 그 스님을 만났습니다.

소년은 매우 기뻐하며 스님에게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스님, 어디 가면 살아 있는 부처님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말을 잘 기억해 두거라.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분이 바로 네가 찾는 살아 있는 부처님이니라."

소년은 스님이 일러주신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며칠 뒤, 소년은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긴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살아 있는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마침내 길을 떠난 것입니다.

소년은 먼저 스님들이 사는 깊은 산 속의 절로 찾아갔습니다.

"살아 있는 부처님이 도대체 어디 계실까?"

소년은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면서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스님이 있는지 살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절에서도 그런 분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소년은 실망하여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는 거리고 나가 보았습니다.

 

살아 있는 부처님은 산 속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던 것입니다.

소년은 복잡한 거리와 시장 바닥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다해진 저고리를 누덕누덕 기워 입은 사람은 어쩌다 한 번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사람은 끝내 만날 수 없었습니다.

 

소년은 강과 산을 지나 사막과 바다 근처에도 가 보았습니다.

늪 지대와 호수 근처를 서성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살아계신 부처님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소년은 혹시 그 스님이 잘못 일러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꼬박 3년동안 온 세상을 떠돌며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분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이제 지칠대로 지쳐 하는 수 없이 어머니가 계신 고향집으로 돌아갔습니다.

 

3년 만에 정든 집 앞에 당도하니 소년은 어머니 생각에 눈물부터 나왔습니다.

"어머니!"

소년이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한편, 집을 나간 아들이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어머니는 문 밖에서 갑자기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니는 너무 반가워 엉겁결에 뒤집어 벗어 놓은 저고리를 그대로 걸치고 섬돌에 벗어 놓은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 달려나왔습니다.

"아이고, 내 아들아!"

소년은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어머니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오메! 살아 있는 부처님이 우리 집에 계셨네!!!"

소년은 후다닥 달려가 그리운 어머니의 품에 와락 안겼습니다.

 

 

만일 살아계신 부처님이 우리 시대에 함께 존재한다면 아마 그 분은 지극한 사랑을 가진 분일 것입니다.

또 자비심이 넘치는, 매우 너그럽고 위대한 분일 것입니다.

그런 분이 있다면 누구라도 한 번쯤 만나 뵙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 중에 그런 분은 없습니다.

그래서 거룩한 어느 신께서 각 가정에 부처님과 같은 존재를 한 분씩 보내 주셨습니다.

늘 우리에게 지극한 사랑과 너그러움과 온정을 베풀어 주시는 아름다운 존재를 한 분씩 보내 주셨습니다.

그분이 누구냐고요?

그분은 바로 여러분의 어머니입니다.

 

-법정스님이 들려주는 [참 좋은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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