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매전다 (寫梅 煎茶)
- 담원 김창배 -
동지섣달 긴긴밤입니다. 이 겨울은 여느 해 보다도 춥습니다. 겨울이면 지난해부터 두고두고 먹었던 茶들도 동이나 햇차가 그리워 집니다.
동지섣달 긴긴 밤에
작설 없어 못 살겠네
삼사월의 긴긴 해에
작설 따는 그 재미는
차밭골이 제일이네
얼씨구나 좋을씨구
자아자아 좋을씨구
이 詩는 차인 김기원 선생이 동래 온천 동 차밭 골 에서 할머니로부터 채록한 茶 민요라 합니다. 항구도시 부산 동래에 차밭이 있다는 것은 이곳도 아름다운 우리 차의 고장임을 말해 줍니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하구와 구포가 보이는 언덕 위 병풍암 등산로를 따라 길옆에 자라고 있으며 지금쯤이면 차나무엔 하얀 차꽃이 피어 1월달까지 피어 향기를 발합니다.
또한 차나무는 꽃과 열매를 동시에 보여주어 “실화 상봉수”라고도 하며, 차나무는 뿌리가 직근성이라 추위에 잘 견딥니다. 엄동의 추운 이 겨울도 차나무는 꽃을 피워 에너지를 얻고 있으리라, 곧 새순을 내밀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귀가를 재촉하는 겨울비가 촉촉이 내리는데 거제도에서 梅花 소식이 왔습니다.
매화가 필 무렵 거제 옥포에 꼭 내려와 차 한 잔 하잔 기별입니다.
아무리 추워도 향기를 함부로 팔지 않는다는 매화, 봄이 오면 매화가 핍니다.
아니 매화가 피어야 봄이 옵니다.
매화는 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봄을 부른다 라고 해야 옳을 듯합니다.
茶꽃과 매화는 모진추위와 시련을 거쳐야 더 향기로운 꽃이 핍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 살펴보면, 눈이 내려 온통 대지는 하얗습니다.
늙은 매화나무 한그루에 몇 송이 매화가 벙글고 있으며, 도심의 시정에서 벗어난 곳, 이처럼 깊은 산, 幽玄한 곳에 선비의 거처가 있습니다. 차를 좋아하는 선비의 마음을 반영하듯 주변에는 매화들이 꽃망울을 다투어 터뜨립니다. 隱士의 꽃인 매화가 만개할 무렵이면 저 멀리서 벗이 찾아옵니다.
차 마실 준비를 하고 매화나무를 힘껏 휘둘러 봅니다.
매화향기 코를 찔러 잠시 매화를 바라보니, 풍상 겪은 노목의 조형성을 이룬 큰 매화나무차상에 둘러 감싸고 있습니다. 찬바람에 걸린 매화는 아직 꽃소식이 없습니다. 곧 그 그윽한 매화의 향기를 터뜨릴 것입니다.
우리나라 화가들이 많았던 조선 후기에 梅畵書屋이나 梅畵草屋이란 제목의 그림들이 즐겨 그렸습니다. 특히 이한철 이란 화가는 선면 梅花書屋圖를 잘 그렸으며, 화원으로 벼슬과 군수로 지내고 난후 귀거래사하며 그림을 많이 그렸다 합니다.
梅花書屋圖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그린 주제로 특히 추사 김정희의 영향을 받은 문인화가로 조희룡 梅花書屋圖가 유명합니다.
따스한 봄을 기다리며 다동은 차를 준비하며, 매화나무 가지마다 물이 올라오는 듯한 나뭇가지의 붓질은 섬세하면서 우직한 맛이 나는 것이 매력입니다.
늙은 매화나무 아래 차 연기 피어 올라 쌓인 눈을 녹이니 봄의 전령인 화신이 온 것이 확실합니다.
새해아침 마음의 빈 공간을 가지고 茶를 마시며...
담원 김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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