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조선 茶 문화의 숨은 실력자들

難勝 2011. 4. 18. 04:53

조선 차 문화의 숨은 실력자들

떡차의 달인 혜장, 차시만 110수 쓴 홍현주…

 

떡차는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잎차를 장기간 보관하는 방법으로 중국에서 고안됐다. 차를 3차례 정도 쪄서 말려 절구에 잘게 빻은 다음 떡 모양으로 빚어 보관했다. 중국에서는 향약이나 소금과 함께 빚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찻잎만으로 만들어 담백한 맛을 즐겼다. <김영사 제공>

 

 

▲ 다산과 초의선사

 

조선후기 차 문화 르네상스의 주인공은 다산-초의-추사 세명이다. 하지만 주연 격인 이들 못잖은 빛나는 조연들이 많다. 차를 매개로 모인 당대 지성인들의 교유는 조선 지성사의 중요한 장면으로 큰 사상적 흐름을 만들어냈다. 주인공 못잖은 차문화의 주역들을 소개한다.

 

혜장

조선후기 차의 시대를 연 조연들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전남 해남 두륜산 대둔사 승려로 강의 잘하기로 이름을 날렸다. 1805년 다산에게 주역 강론을 듣고 바로 사제의 인연을 맺었고, 이후 다산과 교류하며 떡차 만드는 것을 배웠다. 다산이 차를 구하는 상소문이란 뜻의 <걸명소> 같은 애교 섞인 글을 보낼 정도로 차를 잘 만들었다. 혜장은 다산에게 배움을 받은 뒤 불문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며 폭음을 하다 1811년 40살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박영보

공조판서와 대사헌을 지낸 당대의 저명인사. 초의 선사의 차맛을 한양의 지식세계에 알려 당시 ‘초의 신드롬’을 불러왔다. 1830년 초의가 스승 완호의 사리탑 기문을 받기 위해 상경했을 때 그의 떡차를 맛보고 시 <남차>를 지은 후 사귐을 청하면서 초의의 차가 세간에 주목을 받게 됐다. 그의 스승 신위도 초의 차에 대한 시를 남겼다.

 

홍현주

정조의 유일한 딸인 숙선옹주의 남편. 초의가 스승의 부도탑에 새길 시를 홍현주에게 부탁하면서 교유가 시작됐다. 초의를 만나기 전부터 중국차를 즐겼던 그는 초의 차를 맛본 후 우리 차에 빠져들었다. 그가 조선 차에 대해 묻자 초의는 이에 답해 1837년 우리나라 최초의 다경인 <동다송>을 지었다. 그는 생전 110수의 차시를 남겼을 정도로 차 애호가였다. 아내와 외아들을 잃고 노년의 쓸쓸함을 차로 달랬던 조선 차문화계의 숨은 실력자.

 

황상

다산이 가장 아꼈던 유배 시절 제자다. 15살 때 다산에게서 ‘삼근계’의 가르침을 받은 다음 다산의 손과 발이 돼 부지런히 배우고 익혔다. 다산 역시 그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쏟았다고 한다. 다산이 강진을 떠나자 백적산으로 들어가 40년 이상을 은거했다. 제주에서 귀양을 다녀온 추사가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이 황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학문이 세상에 알려졌다. 다산의 아들인 정학연 형제와도 계속 접촉했으며 추사를 매개로 초의와도 교류했던 다산 차문화의 또다른 적자다.

 

향훈

초의의 제자인 승려로, 차 마니아인 추사가 그의 차를 소동파의 차에 비견할 정도로 높게 평가했다. 추사는 초의를 ‘명선’이라고 부르고 향훈을 ‘다선’으로 불렀다. 추사는 향훈이 만든 차를 얻기 위해 자신의 글씨를 보내주며 교유했다.

 

김명희

추사의 동생. 추사가 향훈에게 차를 만드는 법 등 6개 항목에 대해 설명해주는 <다법수칙>을 지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있는 내용을 발췌한 이 책은 초의의 제자 향적이 향기로운 우리차를 만들 수 있었던 이론적 배경이 됐다.

 

이상적

추사에게 가장 헌신했던 제자. 유배중인 추사를 위해 청나라에서 책을 구해주는 등 온갖 정성을 쏟은 이상적을 위해 추사가 그린 그림이 그 유명한 <세한도>다. 이상적은 이 그림을 청나라로 가져가 당대의 학자 16명의 시를 받았다. 늘 차를 즐겼던 그는 백두산 지역에 생산되는 백산차의 존재를 기록해 놓았다.

 

정학연

다산의 아들. 황상 등 아버지의 제자들과 함께 초의 선사 등과 지속적으로 교유하면서 차에 관한 많은 글을 남겼다.

 

이유원

우리 차인 남차가 다산의 제법에 의해 보급됐다는 사실을 기록해 차 문화에서 다산의 위상을 높였다. 자기 거처에 별도로 다옥을 만들어놓고 차를 즐길 정도로 차를 사랑한 낭만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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