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곡우(穀雨), 경북에선 '부부관계 없는 날'

難勝 2011. 4. 20. 20:34

 

 

 

곡우(穀雨), 경북에선 '부부관계 없는 날'

 

20일은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이다.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이자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는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음력 3월 중순경으로, 양력 4월 20일 무렵에 해당한다.

 

우리 조상에게 곡우는 볍씨를 담그는 등 한 해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이었다. 따라서 곡식·농사와 연관된 세시 풍속도 많다.

 

농부들은 볍씨를 담아두었던 가마니를 솔가지로 덮었다. 초상집에 가거나 부정한 일을 당하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불을 놓고 그 위를 건너게 하여 악귀를 몰아낸 다음 집 안에 들였고, 집 안에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않게 한다.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거나 만지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아 그 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경북 지역에서는 이날 부부가 함께 자지 않는다. 부부가 잠자리를 하면 토신(土神)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기 김포에서는 곡우가 지나면 나물이 뻣뻣해지기 때문에 나물을 장만해 먹는다.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등도 모두 곡우가 그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날이란 의미를 담은 속담들이다.

 

곡우 무렵에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충청남도까지 올라와 조기가 많이 잡힌다. 이때 잡힌 조기를 ‘곡우 사리’라고 한다.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