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수사견(一水四見)
물 한 잔을 바라보는 네 개의 다른 시선
물은 똑같은 물이지만 누가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물은 그냥 물로 보이지만 물고기에게 물은 집으로 보이고, 천상의 사람에게는 되비친 햇빛 때문에 반짝이는 보석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늘 배고픔으로 괴로워하는 아귀의 눈에는 피고름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것이 불가에서 말하는 일수사견(一水四見)입니다.
곧 한 가지 사물이나 사건을 놓고도 각자의 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보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물을 놓고도 이렇듯 서로 다르게 볼 수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이나 가치관 앞에서는 얼마나 서로 다르게 바라볼까요?
그러므로 '내 생각만이 맞다', '내가 말하는 것이 최고다'라고 우기는 것은 스스로 어리석다고 나발부는 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몸짓이 내 눈에 우습고 어리석게 보일 때면 그 순간 '일수사견'을 떠올리십시오. 나는 물로 보지만 그 사람은 보석으로 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사람이 피고름으로 보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소견으로 돌리십시오. 소견이 좁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보석이라고 말해도 보석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십시오. 언젠가 소견이 넓어지면 그 사람도 보석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혜거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 가시가 꽃이 되다> 중에서
한 가지 일을 두고 양편으로 갈라져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언제쯤 가슴 터놓고 이야기하여 서로가 이해하려나......
일수사견이라고, 기다려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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