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타는 맛
不識騎牛好 今因無馬知
불식기우호 금인무마지
長郊十里路 春日共遲遲
장교십리로 춘일공지지
소타는 재미 몰랐었는데 말 없고서야 알게 되었네.
길고 긴 교외 십리 길에서 봄 해와 함께 느지렁댔지.
쇠등에 올라탔다.
이려 이려!
고삐를 잡고 끄떡끄떡 10리 교외 길 나들이를 나섰다.
봄날의 오후는 시간도 더디 가고 내가 탄 소는 서두를 줄 모른다.
뉘엿뉘엿, 끄떡끄떡, 느지렁느지렁......
바쁠 것 없다, 천천히 가자.
말 타고 신나게 내달릴 적엔 봄날의 햇살이 이다지 포근한 줄을 미처 알지 못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내달리는 동안, 뒤처질까봐 조바심을 내는 사이,
고운 봄 햇살 다 떠내려 보냈다.
나는 너무 바빴다.
돌아볼 줄 몰랐다.
쇠등에 올라타 끄떡이다가 문득 깨닫는다.
소는 우둔하면서도 믿음직스럽다.
논밭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소의 모습은 전원의 아름다우면서도 여유있는 풍경 중의 하나다.
그러한 소를 타고 가는 농부의 모습은 말을 탄 모습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천천히 가는 봄의 해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어디 꼭 소를 타야만이 이 여유를 즐길 수 있겠는가?
일을 하면서도 비움의 마음에서 콧노래 흥얼거리는 시간.
이 시간이 바로 내가 만든 소의 잔등이 아닐까.
요즘은 고속 시대다.
시간을 업고 달리는 쾌속 시대에 살고 있다.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는지 두 눈 똑바로 떠도 정신이 없다.
아무리 뛰고 달려도 목적지에 가서 보면 한 발자국도 옮긴 바 없는 바로 그 자리다.
마음은 어디 두고 빈껍데기만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한다.
그동안 참 많이도 뛰면서 달려왔다.
이제는 마음도 찾으면서 좀 천천히 가자.
이려 이려~
워어 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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