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꽃차산방에서

難勝 2011. 6. 24. 04:31

 

 

 

꽃차산방에서

 

물결치는 꽃을 안고 여린 쪽빛 가루 내리어 솔바람 소리 들리고 전나무 잎새에 비내리는 소리 잦아든 뒤, 뜸이 온전히 든 탕으로 차를 달이는 것인데, 우리들의 현실이 이렇게 까다롭게 여유 부리며 노닐 때가 아닌 것 같다.

다만 정성들여 물을 익히고 맑은 마음으로 차를 달여 먹는다면 그리 크게 차의 법도에 어긋나지 않으리라.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젖은 풀잎 위에 바람 드리듯 한적한 심경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 차인들은 대개 차를 그 깊고 무서운 선의 길에 비유하며 다선일여(茶禪一如)니 선다일미(禪茶一味)니 하여, 말로만 번지르르하게 떠들면서 실제로는 한 순간의 선수행(禪修行)은 고사하고 차생활마저도 시끄럽게 만들면서, 제각기 자기의 차법(茶法)이 옳다고 갑론을박을 되풀이하니 걱정이 앞설 따름이다.

 

정작 우리가 이웃 일본처럼 차를 마시는 방법이나 법도가 있었던가!

그냥 일부 사대부들이나 수행하는 스님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물을 바라보듯 마셨던 것이다.

요즈음도 흔히 쓰는 "다반사(茶飯事)"란 말도 이런 태도에서 유래된 것이다.

 

전통, 그것은 과거 속에 집착하여 과거의 모습이나 습관을 그대로 본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인습이며 과거의 고유한 뿌리 속에서 미래로 행하는 새로운 생명, 숨결의 가지를 내리게 하여 얻는 싱그러운 열매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까다로운 법도에 서툴고 차가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고운 마음으로 차생활을 하다 보면, 차의 그 깊고 넓은 공덕을 얻어 색(色), 향(香), 미(味)의 그윽한 조화의 세계를 맛보리라.

 

차를 내는데 주의해야 할 것은,

음다(飮茶)하는 손님의 수에 맞추어 차의 분량을 알맞게 넣고 너무 빠르거나 또는 늦지 않게 울궈내는 일이다.

너무 빠르면 차의 향기가 온전치 못하고 맛도 싱거울 뿐만 아니라 빛깔도 선명치 못하다.

반대로 너무 늦으면 진하며 떫고 탁하며 차의 담박한 아취를 맛볼 수 없는 것이다.

 

찻그릇을 만질 때 살아있는 생명의 체온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차인들이 아직도 사대주의 습속과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일본차나 중국차는 열심히 칭찬하면서 애써 만든 우리 산천의 차는 냉소하며 거들떠 보지도 않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자기 산천의 산물에 애정을 갖지 못하면서 어찌 차를 마실 것이며, 전통이나 고유문화의 정신을 운위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우리의 것을 사랑하여 이웃나라에 알리는 것이 민족의 정신문화를 함양하는 한 길이 아니겠는가!

외래풍조의 물결이 비단 차에만 퍼져 있을 뿐이겠는가?

그야말로 외국의 것이라면 꼴깍하는 백치같은 세태이다.

이런 정신을 쇄신치 않고는 그 무엇을 해도 우리 민족의 길은 아득할 뿐 아니겠는가 !

 

여연스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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