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한 잔의 차
한 잔의 마음에서 나왔으니
한 잔의 마음
한 잔의 차에 담겼네
一椀茶出一片心
一片心在一椀茶
- 박희준 -
봄바람에 나부끼는 찻잎을 깃발이라고 한다.
차를 만드는 일은 펼쳐진 깃발을 도르르 마는 일에서 시작한다.
도르르 말리면 말릴수록 더 향기로운 찻잎.
도르르 말리면서 더 단단해지는 찻잎.
차를 마시는 일은 펼쳐진 깃발을 다시 펼치는 일이다.
더운 물을 부으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대지처럼 피어나는 찻잎.
깊은 밤 봄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찻잎.
도르르 말린 깃발이 펼쳐지며 차 한 잔이 된다.
이윽고 우리 마음속에도 깃발이 펼쳐지리라.
차를 마시는 일은 마음의 깃발을 말고 펼치는 일이다.
마음의 깃발도 도르르 말리면 향기로울까?
마음의 깃발도 도르르 말리면 단단해질까?
마음의 깃발도 펼치면 대지의 잠을 깨울 수 있을까?
마음의 깃발도 펼치면 봄비처럼 젖을 수 있을까?
마음을 담지 못하는 차 한 잔을 내며
마음을 담은 차 한 잔을 꿈꾼다.
'拈華茶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뚜라미(促織) (0) | 2011.08.26 |
---|---|
어리석은 사람들 (0) | 2011.08.22 |
그대가 비로 내리면 (0) | 2011.08.20 |
신새벽의 횡설수설 - 방하착(放下着) (0) | 2011.08.20 |
가을, 국화차를 기다리며 (0) | 2011.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