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만 진리 있는 것 아니다"…조계종, '21세기 아소카 선언'
“‘나만의 진리’를 고집하지 않으며 이웃 종교에도 진리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종교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인정과 관용을 넘어 귀 기울이고 배우려 노력하겠습니다. 나의 종교를 선전하기 위해 타 종교를 비방하거나 다른 종교인을 개종시키기 위해 전법(傳法)하지 않겠습니다.”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 조계종이 23일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초안)을 공식 발표했다.
사회적 갈등과 우려를 해결하는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우려의 눈길을 받는 처지가 된 종교의 현실에 대한 깊은 자기 반성을 바탕으로 실천 항목들을 제시했다.
‘선언’의 부제는 ‘21세기 아소카 선언’. 기원전 3세기쯤 인도를 지배한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이 자신의 통치 영역에 아소카 석주를 세워 이웃 종교 존중과 생명 사상을 널리 선포했던 전례를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선언문(초안)은 ‘총론’과 ‘종교평화를 위한 불교인의 입장과 실천’ ‘종교평화를 위한 불교인의 서원’ 3개로 나뉜다. ‘종교평화를 위한 불교인의 입장과 실천’은 ▲열린 진리관 ▲종교다양성의 존중 ▲전법과 전교의 원칙 ▲공적영역에서의 종교활동 ▲평화를 통한 실천 등 5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선언’을 발표한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道法·62) 스님은 “불교인들은 이웃 종교를 진정으로 ’이웃’으로 생각하는데 충분하지 못했다. 또 이웃 종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귀 기울여 배우려는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반성한다”고 자성했다.
‘선언’은 또 ’모든 존재가 서로 연관돼 있다’는 부처님의 연기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보면 “이웃 종교는 ’이웃’에 있는 나 자신의 종교이며, 내 종교를 비추고 있는 거울”이라며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느라 남의 종교를 비난하는 것은 어떤 의도에서이건 자신의 종교에 오히려 더 큰 해악을 가져다줄 뿐”이라고 했다.
‘열린 진리관’ 조항은, 불교는 ‘나만의 진리’를 고집하지 않으며 불교에만 진리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불교는 이웃종교에도 진리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종교다양성의 존중’에서 불교는 이웃종교와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진리를 향한 동반적 관계임을 선언한다.
‘전법과 전교의 원칙’에서, 전법은 다른 종교인을 개종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을 실현하는 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고 적시했다.
‘공적영역에서의 종교활동’ 조항은, 자신의 믿음을 정하기 위해 공적 지위나 권력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공적 권력이 신앙 전파의 수단이 되거나 공적 장소가 신앙 전파의 무대가 되는 것은 사회의 비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평화를 위한 실천’ 조항에서는 ‘불교는 종교 간의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 종교의 가르침이나 지도자를 비난하지 않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평화를 이루도록 애쓰겠다’고 했다.
초안 작성에는 명법 스님,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화쟁위원회는 15차례 회의를 통해 초안을 검토했다.
화쟁위원회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종교갈등 문제를 해결하고 불교 차원의 종교평화에 대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8개월간 초안 작성 작업을 벌여왔다. 종단 안팎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10월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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