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해안선 따라 전국여행

難勝 2011. 8. 31. 13:25

 

해안선 따라 '멋과 맛'이 함께 달리는 길

 

여름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어떤 이들은 물속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산으로 계곡으로더위를 피해 망중한을 즐기러 떠나기도 한다. 여기에 한 가지 피서 방법을 소개한다. 바로 바다를 풍경 삼아 떠나는 국도 여행이다. 차를 타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아무 곳에나 내려 여름을 즐기면 그만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도로

동해안 7번 국도 고성~삼척 구간

 

'여름' 하면 누가 뭐래도 동해안이 최고의 피서지다. 이 동해안을 가장 빠르고 편하게즐기는 방법을 꼽으라면 정답은 바로 7번 국도다. 바다를 따라 수많은 해수욕장과 제철 음식, 여름 풍광이 어우러지는 7번 국도는 어느 곳 하나 절경이 아닌 곳이 없는,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여행지다.

 

7번 국도의 백미는 고성에서 삼척에 이르는 구간으로, 이 구간은 어느 곳에서나 시원스레 바다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고, 곳곳에 있는 포구의 횟집과 좌판에서는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미식 여행으로도 손색이 없다.

 

7번 국도 여행은 고성의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전망대인 이곳에서는 금강산 자락과 북쪽의 동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한국전쟁체험전시관에서는 사진과 영상물을 통해 한국전쟁의 참상을 몸소 느껴볼 수 있다. 최북단 항구인 거진항을 지나 밑으로 내려오면 울창한 송림이 아름다운 화진포 호수가 펼쳐진다. 호수와 바다,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풍광은 예로부터 소문이 나 김일성과 이승만, 이기붕 등이 이곳에 별장을 지었다. 지금 이 별장들은 역사·안보 전시관으로 꾸며져 자녀들과 함께 둘러보면 좋을듯하다.

 

속초에선 아바이 마을을 꼭 둘러보자.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형성된 마을이라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더 흥미를 끄는 것은 입맛을 사로잡는 아바이순대다. 아바이순대는 돼지 대창에 선지와 찹쌀, 우거지, 숙주 등을 넣어 만든 것으로, 북한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하고 만들어 먹던 것이 그 유래인데, 흔히 먹는 순대와는 달리 속이 꽉꽉 차 있어 순대 한 점에도 마냥 입이 즐겁다. 오징어순대는 대창 대신 통오징어를 쓴다. 명태와 가자미 식해를 넣은 가자미 냉면도 별미다.

 

단천식당(033-632-7828), 다신식당(033-633-3871) 등이 유명하다. 아바이·오징어순대 한 접시1만~2만원, 선착장 주변에서는 생선구이 정식을 맛볼 수 있다.

 

 

 

양양으로 넘어가면 천년 고찰 낙산사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 도량 중 하나이며, 관동팔경의 하나로 유명한 낙산사는 2005년 큰 산불로 전소되어버리다시피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은 화마의 상처가 거의 아문 모습이지만 푸른 나무로 꽉찼을 산등성이가 어린 소나무로 바뀌어 있는 모습은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아직 완전한 모습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푸른 동해 바다를 앞마당 삼은 천년 고찰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여전히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양양은 특히 막국수가 유명한데, 입암리메밀 막국수(033-671-7447)와 실로암막국수(033-671-5547) 등의 식당에서 제대로 된 막국수와 수육을 먹을 수 있다.

 

 

 

 

양양부터 강릉까지는 정말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하조대와 주문진해수욕장 등 손만 뻗으면 만질 수 있을 듯한 바다가 길 내내 펼쳐진다. 동해안의 대표적인 관광지 강릉에서는 경포대와 선교장이 가장 볼거리다.'춘향전'과 '궁'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 더 유명한 선교장은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강원도 최고의 대지주였던 이씨 집안의 정원이다. 18세기 초에 지은 아흔아홉 칸의 건물은 보존이 잘돼 있어 조선 후기 상류층 가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선교장 중앙의 활래정은 고택의 백미다.

 

강릉은 초당 순두부가 유명하다. 일반 두부와는 달리 바닷물을 간수로 두부를 만들어 연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데, 국처럼 떠먹는 순두부와 네모나게 잘라먹는 모두부 모두 맛있다. 경포대주변에 강릉순두부촌이 형성되어 있다. 고분옥할머니초당순두부(033-652-1897), 원조초당순두부(033-652-2660).

 

강릉을 나와 정동진으로 향해 보자.

정동진은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찻길이 있는 역이었지만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해맞이 장소다.

 

해맞이 광장과 모래시계 탑, 조각공원 등의 시설이 들어서면서 구경거리는 많아졌지만, 예로부터 이곳을 찾은 이라면 어딘지 모르게 많이 달라진 모습에 소박했던 옛 정동진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 7번 국도 여행이라고 해서 꼭 국도만 달릴 필요는 없다. 보다 더 재미있게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작은 포구를 끼고 도는 좁은 해안도로를 달려보자. 가끔은 길이 막히고 엉뚱한 곳으로 향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조금이라도 더 바다와 가깝게 길을 달려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동해안에서 가장 번성한 포구였던 묵호항은 아직도 해산물을 사고파는 상인들이 많다.

거래량이 많으니 모이는 해산물의 종류도 동해안 으뜸이다. 싱싱한 횟감은 말할 것도 없고 여름에 제철인 오징어나 성게 등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동굴의 고장 삼척에선 초당굴, 환선굴, 대금굴 등 천연 에어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시원한 곳이 즐비하다.

 

 

드라이브의 마지막은 새천년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으로 마무리하자.

 

 

갯벌과 붉은 노을이 어우러지는

서해안 따라 달리는 보령~고창 구간

 

서해안은 꾸준히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국도가 없다. 대신 지도를 살피며 길을 잘 연결하면 7번 국도 못지않은 환상적인 해안 드라이브 길을 완성할 수 있다. 서해안 드라이브의 출발지는 보령의 대천해수욕장이다. 7월 머드축제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 입구에서 607번 지방도로 들어가면 남포방조제를 지나 무창포해수욕장, 춘장대해수욕장을 지날 수 있다. 독산, 띠섬목해수욕장 등의 작은 해수욕장으로 가면 비교적 여유롭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부사호방조제를 지나 21번 국도로 갈아타면 서천이다. 서천은 봄 동백꽃과 주꾸미가 유명하지만 8월 말부터는 전어 굽는 냄새가 솔솔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서천에는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많아서 호미와 맛소금을 준비하면 혀를 쏙쏙 내미는 맛조개를 잡아볼 수도 있다. 서천 월하성마을(041-952-7060 walhasung.seantour.org).

 

군산으로 가기 전 금강하구는 갈대 천국이다.

여름철 광활한 초록 파도를 만들어내는 신성리 갈대밭은 서정적인 풍경 덕분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해 드라마 '추노', '이산',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을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금강하구둑을 지나 군산으로 오면 한반도의 지도를 바꾼 새만금 방조제를 만날 차례다.

하지만 그전에 군산 시내를 먼저 둘러보자.

군산은 1899년 개항되어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때문에 지금도 군산 곳곳에서는 옛 조선은행을 비롯해 군산세관, 동국사, 부잔교 등 당시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로부터 서해안 제일의 곡창지대인 김제·만경평야와 서해 바다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터라 군산도 먹을거리에서는 빠지지 않는다.

군산이 자랑하는 해망동 횟집단지에서는 갓 잡아 올린 생선회를 맛볼 수 있고, '밥도둑' 꽃게장은 전국에서도 소문난 군산의 대표적 별미다.

철길마을로 유명한 경암동으로 가면 꽃게장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계곡가든(063-453-0608)은 꽃게장만으로 전라북도 향토음식점에 선정된 꽃게장 명가다.

 

 

배불리 군산의 맛을 즐겼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의 만리장성’을 달려볼 차례다.

1991년에 공사를 시작해 19년이 되는 2010년에 완공한 새만금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자위더르 방조제(32.5km)보다 500m가 더 길어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우뚝 섰다. 방조제 곳곳에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와 휴게시설이 갖춰져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더없이 좋다.

 

방조제를 지나며 선유도를 비롯해 신시도, 무녀도 등 63개의 섬이 모여 있는 고군산 군도의 장관도 볼 수 있다. 1호 방조제의 시작엔 새만금방조제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다.

 

새만금방조제를 지나면 바로 변산반도로 이어진다.

30번 국도와 만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부안의 고사포해수욕장과 격포해수욕장을 차례로 지날 수 있다. 이 변산반도 길은 변산 해안도로 길로 불리며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길을 달리면 왼쪽으로는 내변산의 장엄한 산봉우리를, 오른쪽으로는 외변산의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이곳에는 ‘변산 마실길’이 있어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부안의 별미는 바지락죽. 변산반도 연안에서 채취하는 바지락은 쫄깃쫄깃한 육질과 부드럽고 담백한 맛으로 사랑을 받는다.

 

자연산 바지락에 갖은 야채와 쌀을 넣고 만드는 바지락죽은 봄철이 제철이지만 한여름에도 그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변산명인바지락죽(063-584-7171), 원조바지락죽(063-583-9763).

 

 

줄포를 지나 22번 국도를 타고 고창 선운산도립공원으로 향한다.

고창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복분자와 풍천장어로 유명한 곳. 7월까지 수확을 끝낸 복분자는 풍천장어와 환상의 조합을 이뤄 미식가들의 입맛을 당긴다.

 

연기식당(063-561-3815), 초원풍천장어(063-564-4047), 장어타운(063-563-1188).

 

고창에서는 선운사와 고인돌 공원, 고창읍성이 둘러볼 만한 곳이다.

특히 선운사는 8월 말부터 붉은 꽃무릇이 만개해 여행객들에게 눈 호강을 시켜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