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하세요
하늘이 술을 내리니 천주(天酒)요
땅이 술을 권하니 지주(地酒)라
내가 술을 알고 마시고
술 또한 나를 따르니
내 어찌 이 한 잔 술을 마다 하리오
그러하니 오늘밤 이 한 잔 술은
지천명주(知天命酒)로 알고 마시노라
물같이 생긴 것이 물도 아닌 것이
나를 울리고 웃게 하는 요물이구나
한숨 섞인 한 잔 술이 목줄기를 적실 때 내 안에 요동치는 널 끌어안고
이슬 맺힌 두 잔 술로 심장을 뜨겁게 하니 가슴속에 작은 연못을 이루네
못 이긴 척 석 잔 술이 사랑이라면
가슴깊이 부어 세파의 바다에 그대를 가둬두리라
내가 술을 싫다하니 술이 나를 붙잡고
술이 나를 싫다하니 내가 술을 붙잡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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