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식 고수에게 제대로 배우는 추석 상차림의 정석
오곡이 여물고 모든 과일이 짙게 익어가는 풍성한 한가위가 다가왔다.
만물이 결실을 맺는 황금 같은 이날엔 아무리 살림살이가 팍팍해도 햇곡식으로 곡주를 빚고 햇과일을 따서 제물을 차려 마음을 담아 차례상을 마련한다.
장보기부터 전문가에게 차례음식 배우기까지 알아두면 좋은 추석 상차림의 모든 것.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계절에 따라 좋은 날을 택하여 명절이라 정하고 갖가지 음식을 차려 조상에게 제를 올린 다음 가족과 이웃 간의 정을 나눠왔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가을 이맘때쯤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태양이 조화를 이뤄 더없이 살기 좋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추석날만큼은 봄부터 가을까지 부지런히 일한 가족을 위해 음식도 푸짐하게 차렸다. 어떤 음식이든 한입에 넣을 수 없을 만큼 크고 두껍게 만들어 접시에 차고 넘치도록 담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래야 찾아온 조상님도 푸짐하게 드시고, 상 차린 후손들도 가족, 이웃과 함께 먹으면서 풍요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추석 본연의 의미가 많이 퇴색해 차례를 지내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차례 상차림 역시 간소해졌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조상에게 감사인사를 드리는 풍습만은 여전하다. 때문에 명절이 다가오면 손님맞이 대청소부터 시작해 장보기와 음식 만들기까지 주부들의 마음은 바빠질 수밖에 없다.
올해는 잦은 비로 채소와 과일 가격이 그 어느 때보다 비싸다. 알뜰하게 장을 보려면 구입 리스트를 꼼꼼하게 정리해 장보기 스케줄을 짜는 것이 좋다. 비싼 식재료가 아깝지 않도록 실패 없는 요리법도 중요하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조금만 부지런을 떨고 정성을 다한다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풍성한 한가위 상을 차려낼 수 있다.
해마다 만드는 명절 음식이건만 명절 상을 차릴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 음식이 있게 마련이다. 10년 차 베테랑 주부도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명절음식을 골라 전통음식의 고수들에게 제대로 한 수 배운다.
적
적은 육류와 채소, 버섯 등을 양념해 꼬치에 꿰어 구운 것으로 산적, 누름적, 지짐누름적 등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여기에 어떤 재료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쇠고기나 돼지고기로 만든 육적, 조기나 송어로 만드는 어적, 두부로 만든 소적, 닭을 통째로 삶아 올리는 계적, 도라지· 박오가리·파 등을 함께 지져낸 향누르미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이것들 전부를 상에 올리는 것은 아니고, 가장 기본적인 육적에다 한두 가지를 더하는 등 자신의 상황에 맞게 준비하면 된다.
“적은 차례상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음식이에요. 예부터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음식이었기에 적 만드는 것을 차례음식 장만 중에서 가장 큰일로 쳤죠. 그렇기에 차례상에 올라가는 적은 무조건 두껍고 큼직하게 만들어야 해요. 풍성한 한가위에 맞춰 푸짐하고 넉넉하게 올리는 것이 전통이었고, 가족 친지들이 함께 모여 실컷 나눠 먹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육적
기본재료 쇠고기(우둔살) 500g
양념장 | 간장·배즙 4큰술씩, 다진 파 3큰술, 설탕·꿀·깨소금 1큰술씩, 다진 마늘·후춧가루 약간, 참기름 적당량
만드는 법
1 쇠고기 우둔살을 1~1.5㎝ 정도 두께로 썰고 잔 칼집을 넣어 연하게 한다.
2 분량의 양념 재료를 합해 양념장을 만든다.
3 ⓛ의 고기는 굽기 30분 전에 양념장으로 주물러 간이 고루 배게 한다.
4 뜨겁게 달군 석쇠에 기름칠을 하고 고기를 얹어 고루 익도록 굽는다.
어적
기본재료 조기 2마리(300g) 쇠고기(우둔살) 60g, 마른표고 3장, 달걀 2개, 파(잎 부분) 50g
유장 | 청주 2큰술, 소금 1큰술, 후춧가루 약간, 생강즙 적당량
양념장 | 간장 1큰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설탕·참기름·깨소금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조기는 비늘을 긁고 내장을 깨끗이 손질한 뒤 양면에 2㎝ 간격으로 어슷하게 칼집을 넣는다.
2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유장을 솔에 묻혀 손질한 조기 틈까지 골고루 바른다.
3 쇠고기는 가늘게 채 썰어 양념장 분량에 무쳐 번철에 볶고, 마른표고는 물에 불린 뒤 남은 양념장을 이용해 같은 방법으로 조리한다.
4 달걀은 황백을 나눠 지단을 부치고 3㎝ 길이로 채 썬다. 파도 같은 방법으로 손질한다.
5 조기는 머리가 왼쪽, 배가 앞쪽으로 오게 담아 김 오른 찜통에 넣어 속이 익을 때까지 찐다.
6 조기가 적당히 익으면 준비한 쇠고기, 표고, 달걀, 파 고명을 색색이 얹어 김이 살짝 오를 때까지 찐다.
more tip. 전희정 선생이 알려주는 적 요리 노하우
두꺼운 육적에 양념이 깊이 배지 않을 때는? 고기를 손질할 때 여러 번 칼질을 해서 칼집을 내둔다.
열을 가하면 오그라드는 고기를 계속 반듯한 모양으로 유지하려면? 칼집을 낸 고기의 사면에 긴 나무 꼬챙이를 끼워 두면 오그라드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뒤집을 때 고기 끝 부분이 망가지지 않는다.
양념이 타지 않도록 하려면? 석쇠를 사용해 여러 번 뒤집으며 구워주는 것이 제일 좋다. 팬에서 구울 경우에는 불을 켜자마자 바로 고기를 올려놓지 말고 팬이 충분히 뜨겁게 달궈진 후에 구워야 한다.
어적을 구울 때 생선살이 부서지지 않게 하려면? 문종이로 생선 물기를 빼준다. 그리고 여러 번 뒤집지 말고 한 면을 충분히 익힌 다음에 넓은 뒤집개를 이용해 생선을 뒤집는다. 또 밀가루는 범벅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묻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닭이 통째로 올라가는 계적을 만들 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삶으려면? 물이 팔팔 끓은 후에 닭을 넣고 미리 부재료들을 넣어 푹 우려낸 물에 익혀야 간이 배어 맛도 좋고 모양과 색깔도 예쁘게 나온다.
제상의 닭 머리를 없애면 안 되나? 제사 때 살아 있던 생물은 원형 그대로 올리는 것이 고대 제사의 관습이었다. 그대로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 닭 머리를 제거하지 않고 제상에 올리는 것이 맞다.
적에 올라가는 고명은 어떤 것들이 있나? 한식의 색깔은 오행설에 바탕을 두어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 흰색, 검은색 등 오색이 기본이다. 오색은 식품들이 지닌 자연의 색깔로 나타내는데 붉은색은 다홍 고추, 실고추, 대추 등으로, 초록색은 미나리, 실파, 호박, 오이, 취나물 등으로, 황색과 백색은 달걀의 황백지단으로, 검은색은 석이버섯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단, 차례상에는 빨간색이 들어간 음식을 올리지 않는다.
전희정 선생은…
고종, 순종, 윤비의 수라를 담당했던 한희순 상궁의 전수자인 전희정 선생은 전통요리 연구가이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전통음식연구원 자문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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